엄마, 우리 남산 가요

admin

발행일 2010.01.21. 00:00

수정일 2010.01.21. 00:00

조회 3,198

암사동에 살고 있는 주부 박은희 씨는 지난 일요일 아이들과 함께 남산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나들이 장소를 남산으로 정한 이유는, 승용차의 차창 너머 남산을 가리키며 작은아이가 무심코 던진 질문 때문이다. “엄마, 남산에는 어떤 유적지가 있어요?” 아이의 질문에 박씨는 답변을 못했다. 남산이 서울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박씨는 남산타워 이외에 생각나는 곳이 없었다. 최근 남산 주변에 문화적 공간과 교육 장소가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이웃으로부터 들어왔던 박씨는 그래서 지난 일요일 남산행을 감행했다.

그런데 남산의 어느 곳부터 가야 할까? 박씨는 난감했다. 남산 주변에 많은 행사와 공연이 열린다고 하지만, 요일에 따라서 어떤 공연이 열리는지, 겨울의 남산은 어떤 코스를 선택해야 아이들이 힘들어 하지 않고 아름다움을 맛 볼 수 있을지 선택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박씨는 인터넷에서 '이거다!' 싶은 정보를 발견했다.

박씨가 발견한 남산 관련 정보는 서울공원 홈페이지(http://parks.seoul.go.kr)의 ‘문화달력’이었다. 거기 소개된 이달의 추천코스 중 애니메이션센터, 만화의 집, 문학의 집으로 연결되는 문학코스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녀의 선택은 과연 옳았다.

주물럭주물럭 캐릭터도 만들고, 기념촬영도 하고 … 애니메이션센터

모처럼 영상의 따스한 날씨를 보인 17일, 박씨는 10살과 13살인 아이 둘을 데리고 남산 애니메이션센터로 출발했다. “와! 로봇태권V다!” 추운 날씨에 집에만 있었던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로봇태권V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으란다.

원로만화가 이정문 화백의 50주년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실에서는 이화백의 사인을 받고 감격해하는 50대 중년의 남자가 눈에 띈다. “선생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선생님의 사인을 액자에 넣어 가보로 보관하겠습니다.” 중년의 남자는 어릴 적부터 이정문 화백의 만화를 보며 꿈을 키웠다고 말한다.

박씨도 어린 시절에 이정문 화백의 만화 <심술통>의 매력에 푹 빠졌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박씨도 사인 한 장을 받기로 했다. “김진철ㆍ박은희 씨, 참 좋은 인연입니다. 행복하세요!” 박씨는 남편과 자신이 좋은 인연이라는 덕담을 넣은 사인이 맘에 쏙 들었다. 어린 시절의 박씨에게 꿈을 주었던 만화가가, 중년이 된 자신에게 또 다른 용기를 주게 될 줄은 미처 몰랐었다.

“엄마, 내가 만든 캐릭터예요. 이름은 깡충깡충이예요.” 아이의 손에는 예쁜 토끼가 완성되어 있었다. 찰흙으로 캐릭터 만들기 코너에서 앙증맞은 작품을 만든 아이가 대견스러웠다. 애니메이션센터에는 아이들의 놀이공간이 많았다. 모니터에 비친 자신과 캐릭터가 합성되는 곳, 진흙으로 캐릭터 만들기, 영화관, 만화 전시회 등 다양한 코너가 박씨와 아이들을 즐겁게 했다.

세대 불문, 하나씩 집어들고 자리에 앉는다 … 만화의 집

박씨는 문학코스의 두 번째 장소인 만화의 집으로 향했다. 만화의 집은 애니메이션센터의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1층은 만화책을 볼 수 있고, 2층은 만화영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먼저 1층에 들어서자 아이들은 한 권씩 골라잡고 아무데나 주저앉아 만화책에 빠져들었다. 1층의 만화방은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의 만화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과거의 만화까지 다양한 책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점잖게 자리에 앉아 만화삼매경에 빠진 어른들과 아무데나 주저앉은 아이들이 만화방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만화책을 보는 동안 박씨는 만화의 집 2층 미니시어터로 올라갔다. 2층은 국내외 애니메이션 작품을 선정하여 상영하는 영상공간이다. “보고 싶은 세계 각국의 애니메이션DVD를 빌려서 개별적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안내인이 친절하게 이곳을 소개했다. 평일에는 DVD를 개별적으로 볼 수 있지만, 주말에는 극장에서 단체관람도 가능하다는 설명도 했다. 미니시어터에는 1월 정기상영 프로그램이 정해져 있었다. 돌아오는 일요일인 24일의 상영작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3시 <톰과 제리의 요술반지>(60분), 15시 <장금이의 꿈 : 시즌 2 vol.1-2>(115분)이, 다음 토요일인 30일에는 <보글보글 보물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상영될 예정이다.

남산 기슭의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문학의 향기를 … 문학의 집

박씨는 아이들과 오늘의 마지막 탐방코스인 문학의 집으로 향했다. 만화의 집에서 남산길 밑으로 30m 내려가 소방방재청 뒷길로 올라가면 숲이 우거진 남산 기슭에 숲과 어우러져 있는 흰 양옥 건물이 보인다. 대문이 없어 누구나 들어가 문학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2001년 10월 26일 개관한 문학의 집에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넓은 잔디밭에는 야생초와 산갈나무, 단풍나무, 밤나무가 어우러져 문학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 됐다.

“책 읽는 방은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이 가능합니다”라고 안내인이 말해준다.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이들이 책을 읽으며 남산의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아 책을 읽는 즐거움을 한껏 누리면서 문학과 함께 멋진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박씨가 찾아간 일요일과 공휴일은 쉰단다. 문학의집 전시관 관람은 가능했기에 박씨는 ‘작고 문인 26인 초상화전’을 관람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아이들과 문학의 집을 나섰다.

문화달력의 추천코스로 탐방했던 ‘문학코스’는 겨울철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며 즐기기에 적합한 코스였다. 남산의 애니메이션센터, 만화의 집, 문학의 집으로 연결되는 문학코스는 과거와 미래 문학의 향기가 있는 길이었다.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남산의 자연경관도 즐기면서 문학적 소양을 향상시킨 이날의 남산여행은 방학을 맞아 무료한 나날을 보냈던 아이들과 박은희 씨에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시민기자/정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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