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admin

발행일 2010.01.11. 00:00

수정일 2010.01.11. 00:00

조회 2,073

1월 8일, 서울은 세계디자인수도로서 첫 번째 전시회인 ‘서울디자인자산展’을 열었다. 서울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3월 7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는 서울시가 전문가들과 위원회를 통해 선정한 ‘서울디자인자산 51선’을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여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디자인자산展’에는 ‘디자인자산: 서울의 어울림’, ‘삶의 이미지: 서울생활’, ‘공간의 변화: 서울성’, ‘미래를 위한 자산: 서울유산’, ‘WDC 서울 2010: 디자인서울’을 주제로 한 총 5개의 전시실이 있다. 만만하고 가볍게 볼 전시가 절대 아니다. 전시 규모도 크며, 서울과 디자인에 관한 정보도 풍부하고, 재미까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다양한 매체들을 활용한 전시 방식을 눈여겨볼 만하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보이는 해치는 자신의 몸을 스크린 삼아 서울의 다양한 디자인 자산들을 보여주며, 제 1전시실의 ‘정조대왕 원행반차도’는 마우스 클릭을 통해 길이가 긴 작품을 움직이지 않고도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또한, 곳곳에 위치한 모니터와 헤드폰을 통해서 궁중매듭, 훈민정음에 대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제 2전시실에서는 한양민화가 모니터 위에 펼쳐지고, 하얀 궁중활옷 위에는 빛으로 다양한 무늬가 수놓아진다. 관복 가운데에는 흉배 대신 작은 모니터가 달려 있고, 그 안에서는 하얀 학이 날아간다. 한양 목가구도 예외는 아니다. 장 속, 상자 속에서 옛날 화가들의 그림들이 지나간다. 전통예술과 현대예술의 파격적인 만남이 아닐 수 없다.

제 3전시실에서는 복원 중에 있는 남대문의 원형을 입체 영상을 통해 볼 수 있으며, 나만을 위한 작은 시네마에서 서울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옛 영화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스크린과 마우스 클릭을 이용해 N서울타워에서 볼 수 있는 서울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작품도 마련되어 있다.

제 4전시실에는 ‘만남’, ‘어울림’, ‘물길’, ‘역동’, ‘산길’, ‘전망’, ‘기다림’, ‘변화’를 주제로 한 서울명소 24곳의 다양한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이 서울 명소들을 담은 영상 박스들 가운데에는 궁중음식의 영상을 담은 모니터와 밥상으로 이루어진 탑 모양의 작품이 있다. 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미디어아트인지라 관람객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체험 공간도 눈에 띄었다. 제 1전시실에 위치한 고원, 변지훈 작가의 ‘정신병’이라는 작품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작은 병에 바람을 불어넣으면 스크린 위 빈 병 속에 ‘정’과 ‘신’이라는 문자가 생겨난다. 바람이 세어질수록 ‘정’과 ‘신’의 개수는 늘어만 간다. 아이들은 이것이 신기한지 자꾸 병을 불어보았다. 제 5전시실에는 거대한 스튜디오가 있다. 터치스크린 기술을 이용한 기념사진촬영관이다. 사진은 현장에서 찍고 메일로 전송하거나 현장에서 인쇄도 가능하다. 또한, 터치 기능을 이용해 찍은 사진을 원하는 위치에 끌어놓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 마치 수족관 안을 지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유리 터널이다. 바닥에는 흐르는 물 영상과 함께 서울의 디자인 자산들이 흘러가고, 유리벽은 그것을 반사시켜 전체를 수족관처럼 보이게 한다.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기도 하고, 신기한 듯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했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제 1 전시관에 있는 훈민정음을 활용한 다양한 작품들에 감탄했다. ‘한글이 정말 다양하게 쓰일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서영미 작가의 ‘보고 듣고 읽는 한글’은 한글의 형태를 변용하여 여러 가지 의성, 의태어들을 재미있게 표현해서인지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ㅇ’과 ‘ㄱ’이 물고기들처럼 떼 지어 다니면 ‘우글우글’이 되고, 뱀이 지나가면서 ‘스르르르르르르륵’이라는 의성어가 나타났다 사라져간다. ‘쿨쿨’의 ‘ㄹ’은 계속 힘없이 아래로 이어져간다. 의성, 의태어들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한글의 모습이 새로웠다. 또한, 허창봉 작가의 ‘한글, 아름다운 봉우리를 피우다’라는 작품은 한글 자음의 반복을 통해 새로운 모양을 창조해냈다. 그 모습은 마치 꽃 같았는데, 정말 멋진 디자인이었다. 이와 함께 한글의 디자인적 우수성도 깨닫게 되었다.

전시회를 다 둘러보고 나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몰랐는데, 정말 푹 빠져 있었던 모양이다. 서울의 디자인이 이렇게 아름답고 재밌을 줄은 몰랐다. 아이들은 지친 기색 없이 전시회를 즐겼고, 아이들과 같이 전시회를 찾은 부모들도 신기해하며 전시회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된다면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서울디자인자산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다 둘러보고 시간이 남는다면, 경희궁을 찾아보시길. 가득 쌓인 눈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아도, 서울디자인자산 51선 중 하나인 경희궁을 산책하며 전통미를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해도 좋을 것이다.

시민기자/고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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