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문화박물관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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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9.11. 00:00

수정일 2009.09.11. 00:00

조회 2,972



시민기자 이승철




서울문화의 밤이 열렸던 지난 8월29일 오후, 종로구 삼청동에 들렀다가 ‘동양문화박물관’이란 곳을 발견했다. 북촌 한옥마을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간 곳에 있는 곳이었는데 입구에서 바라본 모습은 박물관이라기엔 조금 작아 보이는 아담한 2층집이었다. 그러나 입구 정면에 세워져 있는 사각형벽에 새겨진 용을 형상화한 벽 문양이 예사로운 모습이 아니었다.

전시실 입구에 이르자 300여 년 된 중국 해태상이 의젓한 모습으로 내방객을 반긴다. 1층 제1전시관엔 티베트와 중국, 한국, 태국 등의 불교예술품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제2전시관에는 한국과 중국의 선비문화와 관련된 예술품 및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우리나라 국보급의 중요 문화재도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이 박물관을 설립한 정산 권영두 관장의 조상이기도 한 양촌 권근의 효행록과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 등, 한 시절을 풍미했던 선비들의 명필 서한들이 보통 글씨의 차원을 넘어선 예술작품으로 눈길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또 명성황후가 한글로 쓴 편지글과 인조임금 때 척화파의 대표 주자였던 청음 김상헌의 글도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아주 귀한 유물 중의 하나인 중국 백자철화용문호는 중국도자기 100개 중에서 하나를 찾아보기 어려운 귀한 자기였다. 역시 고대 중국유물인 돌에 새긴 ‘주악비천상’도 매우 귀한 유물이었다. 1층 2개의 전시실에는 수백년에서 수천년이 지난 우리나라와 동양의 유물과 미술품 300여 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1층 전시실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박물관 주변의 뜰과 담장도 세련되고 멋진 야외전시장이자 아름다운 예술 공간이었다. 정성들여 쌓은 담장에도 아름다운 벽체 문양들이 시선을 돌릴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른편 담장 안으로 조금 돌아가자 난생 처음 보는 장승 둘이 고추밭과 담쟁이 넝쿨 앞에 서 있어 놀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게 한다. 보통 장승이라고 하면 커다란 나무를 다듬어 만든 것들이 대부분이다. 어쩌다 돌에 새긴 장승들도 있기는 했지만 옹기로 만든 장승은 이곳에서 처음 보았다.

그 옆에는 장난감처럼 작고 아담한 돌다리가 놓인 작은 연못 안에 곱게 핀 두 송이의 붉은 연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연못을 지나면 구부러진 돌계단을 오르게 되고, 그 계단 끝에는 낮고 작은 문이 서 있는데 문 이름이 경앙문(敬仰門)이었다. 겸손하게 머리를 숙이며 들어오라고 만들어 놓은 문이란다. 문을 들어서면 옥상이자 2층 전시실이다. 2층 전시실에는 우리 고미술품들과 함께 장구와 징, 꽹과리 등 민속민예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실에는 왕골 화문석을 짜는데 쓰이는 돌인 고드레돌과 나막신, 짚신, 떡살, 다식판, 투호, 다듬이 등 우리 조상들이 쓰던 민속유물들이 전시돼 있어서 친숙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침 할머니 엄마와 함께 올라온 어린이 둘이 장구와 징을 두들겨 보기도 하여 더욱 정다운 곳이었다. 특히 돈궤와 강화반다지 등 고급 장이 전시되어 있는 경복궁이 내려다보이는 방은 조선시대 황희정승과 함께 청백리의 표상이었던 맹사성 대감의 호를 딴 ‘고불헌’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이 박물관이 바로 고불 맹사성대감의 옛 집터에 세워졌기 때문이었다.

전시실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보는 경치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경관이었다. 이곳이 삼청동 주택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경복궁은 물론 주변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였기 때문이다. 주변 경치에 취해 있다가 마당으로 내려오는 길에 보니 동그란 우물터도 있고, 나란히 서있는 두 개의 굴뚝도 역시 멋진 예술작품이었다. 목화 몇 그루가 꽃을 피우고, 다래가 열려 있는 정원을 감싸고 도는 담장 벽에 붙여 전시된 기와와 와당들도 귀한 유물들이었다.

“제가 옛날 유물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알려진 것처럼 중학생 때부터가 아니라 사실은 훨씬 이전인 열 살 때부터입니다.” 박물관을 모두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설립자인 권영두 박물관장을 만날 수 있었다. 올해 51세인 그는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관심과 취미로 옛 유물들을 수집했다고 한다. 그는 이 박물관을 역사의식과 예술혼이 살아 있는 공간,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하여 개관했다고 했다. 앞으로 관람객들의 참여와 체험을 통한 소통의 문화 공간, 문화 예술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박물관의 역할과 가치를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밖으로 나오는 길 정문 안쪽에는 이곳이 고불 맹사성 대감의 옛 집터였다는 표지가 기둥에 붙여져 있었다.

■ 동양문화박물관 찾아가는 길

- 교통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
마을버스 2번 타고 e-믿음치과에서 내려 골목길로 걸어올라간다
- 관람료: 어른 5000원, 18세 이하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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