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한옥마을의 어떤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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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7.28. 00:00

수정일 2009.07.28. 00:00

조회 2,832



시민기자 최은아


북촌한옥마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서울을 알리는 관광지도와 안내책자에 빼놓지 않고 소개되어 있는 그 곳. 그래서일까? 우리보다는 외국인들에게 더 알려져 있는 곳이다. 어느 날 문득 나는 마치 외국인이 된 것처럼 북촌한옥마을을 관광하기로 마음먹었다.

북촌한옥마을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일단 '북촌문화센터'에 들르는 것이 좋다. 그 곳에 가면 북촌의 지도와 안내책자들이 있고, 관리자에게 직접 궁금한 것을 질문해 볼 수도 있어 북촌에 대한 여러 정보를 들을 수 있다. 내가 갔던 날은 비가 내렸었는데, 정자에 앉아 눈으로는 비를 보고 귀로는 빗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해지고 이상하게 기분도 좋아졌다. 이런 게 한옥의 매력인가?

'북촌문화센터'에 들르는 이들에게는 꼭 차를 마셔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 곳에서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들으며 차를 마시다보면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것을 느낀다. 한 번에 많이 마시지 말고 작은 찻잔에 4~5번 정도 계속 우려내 마시면 그 맛이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북촌문화센터를 나오기 전에 지도를 펼치고 어디를 갈지 골라봤다. 작은 북촌이지만 지도를 펼치고 보니 참으로 넓어서 추천을 받아 북촌문화센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청원산방에 가게 되었다. 청원산방은 이길순이라는 성심예공원의 안주인이 무료로 운영하는 곳인데, 산방을 찾아오는 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그 분은 자신의 집을 아무런 대가없이 내어주고는 매실주까지 선사한다. 청원산방에서 맛 본 매실주의 맛은 단연 으뜸이었다.

취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알싸한 차향 때문이었을까? 그 곳에서 조금씩 한옥을 보는 것만이 아니고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한옥에 들어가 앉아 있자니 한옥의 나무 향이 내 코를 유희했다. 그 곳에서 영원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다니고, 이제 발걸음을 옮겨야 하지만 나는 거기 그냥 계속 앉아 있었다. 산방을 나서는 내 가슴은 꽉 찬 느낌이었다. 앞으로 이 곳을 방문하실 분들도 꼭 나와 같은 감정을 느껴보길 바란다.

산방을 나와 북촌의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서 새로운 눈으로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여러 채의 한옥과 언덕 아래의 풍경, 그리고 사람 사는 모습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북촌한옥마을이라는 말 그대로 하나의 마을이 거기 자리하고 있었다. 땅은 네모, 사람은 세모, 하늘은 동그라미. 한옥은 이렇게 자연을 닮길 원하는 소망을 담고 있다고 한다. 자연을 담은 집, 그것이 우리의 한옥이라는 게 참 자랑스럽다.

양옥은 채우려고 하고, 한옥은 비우려고 한다. 우리 민족은 왜 비움을 추구했을까? 비움이란 무엇일까? 욕심을 버리고, 사람과 자연이 어울려 사는 것일까? 여유 있게 사는 것일까? 물론 어떤 것이 비움인지 나는 아직 잘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는 비움과는 너무 동떨어져 자라왔고, 살아왔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관심만큼 보이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내가 그동안 우리나라, 우리 것 그리고 나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지를 깨닫게 해준 말이다. 우리의 관심이 우리나라, 그리고 우리의 도시 서울을 성장하게 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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