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술의 숨은 매력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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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7.24. 00:00

수정일 2009.07.24. 00:00

조회 2,132



시민기자 김정상



‘서울풍물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외부적인 모습도 그렇지만, 상인들 스스로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89년부터 잡화를 취급하던 윤원혁 씨는 최근 전통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전통술’로 품목을 바꿔 주목받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우리텃술’을 찾았다.

‘우리텃술’은 서울풍물시장 2층 보라동 특산품코너에 자리하고 있다. 2미터 정도의 좁은 공간에 각 지방에서 올라온 전통술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각양각색의 병은 그만큼이나 색다른 맛과 향을 숨기고 있는 듯했다.

“50이라는 나이에 변화를 받아들이긴 힘들었어요.”
윤원혁 씨가 처음부터 전통술을 다뤘던 것은 아니다. 그도 역시 청계천에서 잡화를 팔던 노점상인이었다. 그러던 그가 품목을 바꾸기로 결심한 것은 서울풍물시장에 들어오면서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더 이상 노점상인이 아니라는 자부심은 서울풍물시장에서 새로운 꿈을 꾸게 해 주었다. 그는 나이가 있어서 실패가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지만, 주변의 컨설팅과 지원 등으로 생각했던 것만큼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이제 당당한 ‘우리텃술’의 사장이다.

“20년 전에 처음 청계천에 발을 들여 놓았죠.”
윤원혁 씨는 89년 청계천에 처음 들어와 20년 세월을 노점으로 보냈다. 처음에 친구와 함께 놀러온 것이 인연이 되어, 그곳에서 무언가를 팔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라이타, 고물들이 대부분이었다. 사람들이 버리는 물건들 중에서도 쓸 만한 것들을 추려서 그것을 고치고 다시 상품으로 내놓았다. 당시에는 사람들의 형편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고물도 새로운 제품만큼이나 인기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내놓은 상품들이 하나하나 팔릴 때마다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

“아마도 가게를 낼 돈이 있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 누구도 노점을 하지 않았을 거에요.”
청계천에서 노점을 할 때 거기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저마다 돈을 벌기는 했지만, 언제나 불안하게 생활을 했다고 한다. 일반인들 중에는 노점을 하면 세금도 내지 않고, 자기 멋대로 장사를 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건 오해라고 한다. 근처 상점 상인들의 불만도 그대로 받아야 하고, 구청 직원들의 횡포에도 견뎌야 하고, 근처 깡패들에게 보호비 명목으로 수시로 돈을 가져다 주어야 하는 것이 노점상인의 삶이었다고. 그런 생활을 하다보면, 뭔가 물건을 많이 판 것 같아도 돈은 모이지 않고,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비관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가게 낼 돈만 있으면 노점 생활을 청산하고 번듯한 가게를 얻어서 떠나는 것이 청계천 상인들의 소원이었다고.

“청계천에서 쫓겨났을 때는 그야말로 막막했죠. 정말로 갈 데가 없었죠.”
윤원혁 씨는 청계천에서 나가라고 할 때 그 말이 죽으라고 하는 말처럼 들렸다고 한다. 떠날 곳이 없었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윤원혁 씨는 청계천에서 동대문운동장으로, 동대문운동장에서 지금의 서울풍물시장으로 올 때까지 한 번도 시원하게 발을 펴고 잔 적이 없다. 그건 아마도 서울풍물시장에 사는 사람 대부분이 그럴 것이라고. 그러나 이건 이제 옛이야기일 뿐이다.

서울풍물시장 상인회는 여러 가지 노력으로 서울풍물시장으로 세계의 벼룩시장들과 경쟁을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울풍물시장에서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없다는 관광객들의 요청에 따라 현재 품목별로 위치를 재조정해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상인들마다 선호하는 위치가 있어서 쉽지 않지만, 대화를 통해서 많은 부분을 해결한 상태다. 또 서울풍물시장에서 풍물을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서 풍물시장에 어울리는 다양한 품목들을 개발하고 선별해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생활수준이 그만큼 높아졌고, 저가를 선호하는 외국인들이 줄어든 만큼 고객들은 원하는 방향으로 풍물시장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풍물시장도 스스로 내부적으로 변화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일부분이죠.”
윤원혁 씨는 시장에서 일하다보니, 그 변화가 조금씩 보인다고 한다. 아직 대부분은 옛 모습 그대로 변화하고 있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고유의 느낌을 낼 수 있는 품목으로 전환해야 된다는 것에 공감을 하고 있단다. 그러나 영세 상인으로 부족한 부분과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변화를 원하는 상점들을 중심으로 품목 선택과 경영에 필요한 조언도 지속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서울풍물시장은 외부의 관심과 상인들의 노력으로 서울을 대표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보이지 않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 여유가 생기면 손님들께 맛도 즐길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요.”
현재 ‘우리텃술’에서는 각 지방의 전통술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소개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편의점에서의 가격은 절반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술 자체의 특성상 인터넷 판매가 불가능하고, 미성년자에게 판매가 안되기 때문에 작은 가게지만 앞으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 윤원혁 씨의 생각이다. 다만 아직 홍보가 많이 되지 않아서 풍물시장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하는 손님이 많다고.

윤원혁 씨는 좀더 장사가 잘되고, 여유가 생긴다면 가게를 찾아 주는 손님들에 좋은 술을 맛볼 수 있게도 하고 싶다. 그의 작은 바람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라며, 또 앞으로 서울풍물시장에서 ‘우리텃술’과 같은 풍물가게를 더 자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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