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조끼를 찾으세요

admin

발행일 2009.06.23. 00:00

수정일 2009.06.23. 00:00

조회 1,978



시민기자 이승철




모처럼 외국여행을 할 때 가장 불편한 점을 들라면 뭐가 있을까? 누구나 언어 소통 문제를 제일로 꼽을 것이다. 길을 찾거나 음식을 사먹을 때, 유적이나 유물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도 말이 통해야 알아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현지 가이드가 안내하는 패키지 단체관광은 예외지만, 배낭여행이나 가족여행, 단독여행을 할 때 가장 문제는 역시 말이 안 통한다는 점이다.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저희들이 확실하게 책임지고 모십니다.” 지난 주 명동에서 외국인 관광안내원 진자연(30) 씨와 안효정(21) 씨를 만났다. 진씨와 안씨는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일본인 관광객 담당이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이라면 거의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이 명동이다. 일본 도쿄에 긴자가 있고 프랑스 파리에 샹젤리제가 있다면, 서울의 대표적인 거리는 아무래도 명동이다. 서울시 관광협회 소속의 관광도우미들이 명동에 배치되어 외국인들의 관광 해결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날 따라 명동에는 일본인 관광객들과 중국인 관광객들이 유난히 많았다. 깃발을 손에 든 가이드를 따라 20여 명의 일본인 단체관광객들이 명동예술극장 앞을 지나갔다. 잠시 후 눈에 잘 띄는 빨간 조끼 유니폼을 입은 진씨와 안씨를 다시 만난 시각은 오후 4시경. 마침 일본인 여성관광객들에게 친절하게 안내를 하고 있었다. 이 시간쯤이면 하루 종일 외국인들을 안내하느라 지치고 피곤할 만도 한데, 얼굴 가득 풋풋한 미소를 머금고 외국인들을 대하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짜증이나 피곤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본인 두 명을 안내하고 돌아서는 이들 앞에 또다시 젊은 여성 둘이 다가왔다. 역시 일본인 관광객들이다. 그들은 한참 동안 이런저런 질문도 하고 대화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일본인 여성들이 멀어져간 후 무슨 대화를 나눴냐고 물어봤더니, 어디로 찾아가면 멋진 옷을 싼값에 구입할 수 있는지, 명동에서 맛있게 먹으려면 음식 값이 얼마나 되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그 일본인들은 단체관광객이 아니라 둘이서 오붓하게 서울을 찾은 친구였다.

명동에는 진씨와 안씨 같은 일본인 관광객 담당과 중국어에 능통한 중국인 관광객 담당 안내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의 근무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주 5일 근무로 돌아가면서 쉰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공휴일에도 배치되므로 관광객 안내에는 한 치도 소홀한 틈이 없다고 한다.

“아니요! 재미있어요!” 하루 종일 서있거나 걸어 다니며 일하는데 힘들지 않냐고 묻자 바로 이런 대답이 튀어나온다. “우리나라를 찾아온 외국인들, 특히 명동을 찾은 외국인들이 불편하지 않게 돌봐주고 안내하는 재미와 보람이 매우 큽니다.” 이어서 그들은 덧붙였다. 명동을 찾은 외국인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쇼핑과 음식이다. 길 안내 빈도수는 명동성당이 가장 많고, 청계천과 고궁, 그리고 남산타워도 많이 묻는 장소다.

진자연 씨와 안효정 씨가 안내하는 외국인 수는 하루에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에 이른다. 이들 관광안내원은 대한민국, 특히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언어소통의 불편을 덜어주고 다시 찾아오고 싶은 서울을 인식시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밝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 그리고 관광한국과 관광서울의 밝은 미래를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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