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길을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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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3.23. 00:00

수정일 2009.03.23. 00:00

조회 1,822



시민기자 이혁진



남산길을 올랐다. 업무상 숭례문 근처 일을 보게 되면 가끔 들르는 곳이지만 이번만은 예사 기분이 아니다. 봄을 맞는 직전의 남산은 비록 대낮인데도 마치 여명을 바로 앞둔 어둠을 간직한 듯 했다. 더군다나 남산이 머잖아 새롭게 변모되리라는 뉴스를 접하고 보니 남산길은 이제 추억 속에 바쁘게 사라지는 느낌이다.

남산길을 오르는 방법은 여럿이지만 나는 보통 숭례문을 거쳐 힐튼호텔 앞 소월길을 타고 걷는다. 웬만하면 백범광장을 한 바퀴 도는데 그곳은 다양한 석상과 나무 등 볼 것이 많고 특히 낮은 고도에도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남산에서 긴 계단은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다. 예전에 비해 높은 계단이 불편함을 이유로 정비됐지만 백범광장을 오르는 긴 계단은 아직도 건재하다. 소월길 초입의 김유신 기마동상을 일순하고 계단을 오르면 아무리 힘센 장사라도 숨을 고르기 위해 허리를 숙여야 한다. 긴 호흡에 머리를 들면 광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느지막한 오후 벌써 남산 마니아들이 이곳을 한 바퀴 돌고 내려갔는지 절간처럼 조용했다. 이런 순간의 적막함과 도심 속의 고요함, 바로 이점 때문에 사람들은 남산을 자주 찾는지 모른다.

오랜만에 보는 해학적인 석조상들은 갈 때마다 다른 인상을 풍긴다. 이번엔 어딘가 이별을 앞둔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광장의 주인 격인 백범 동상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런 눈길은 바로 옆 성재 이시영 선생 좌상(坐像)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선각자들의 발자취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항상 접할 수 있어 마음 든든하다. 포효하는 호랑이 동상은 섬뜩하지만 옛날 남산이 얼마나 광활한지 짐작케 한다.

이런 백범광장의 그림을 포함해 남산의 모습들이 빠르면 내년 중에 바뀔 전망이다. 이른바 '남산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남산과 주변의 지도를 새롭게 그리는 작업이다. 남산의 역사를 복원하며 경관을 개선하고 시민과 외국인들의 소통과 접근을 획기적으로 바꾼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서울성곽과 봉수대 등 남산의 옛 유적을 복원하고 남산의 정체성을 되찾는 갖가지 프로그램들이 연차적으로 추진된다. 과거 '남산 제 모습 찾기 사업'에 이은 본격적인 남산 재창조 프로젝트인 셈이다.

서울시는 남산을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누구나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서울의 "자부심"으로 가꾸겠다는 포부이다. 남산의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운 조화를 벌써 기대하는 것은 비단 나만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또 하나의 서울의 랜드마크, 남산의 재탄생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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