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비엔날레

admin

발행일 2008.11.03. 00:00

수정일 2008.11.03. 00:00

조회 1,605



시민기자 최근모




도심을 걷다 보면 빌딩 숲 사이로 거대한 전광판을 자주 목격한다. 그 속에서 전자 나비들이 날아오르고, 캔버스의 명작들이 디지털 이미지로 재탄생된다. 1970년대 TV, 신문, 잡지 같은 ‘매스 미디어’는 대중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타고 자본주의의 대량생산과 상업성을 예술의 범주로 끌어온 ‘팝 아트’는 고전적 의미의 미술에 있어서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러나 매스 미디어 자체를 의사소통의 도구로 적극 사용했던 미디어 아트는 팝 아트보다 더욱 혁신적인 것이었다. 그 놀라운 혁신성이 오히려 족쇄가 되어 예술의 자장 속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했다. 인간의 창의적 활동이 기계, 전자적 신호, 디지털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만들어 낼 때, 이것을 진정한 창작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갖게 한다.

이런 고민에도 불구하고 이제 미디어 아트는 그 어떤 미술적 방식보다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도심 속, 거대한 빌딩에 걸려 있는 전광판에선 상업광고와 미디어를 이용한 디지털 전자 신호들이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 내며 발광한다. 연예인을 보게 되면 펜과 종이를 꺼내 싸인을 부탁하던 아날로그적 행위는 핸드폰을 꺼내 먼저 사진을 찍는 디지털적인 행위로 바뀌었다. 사진을 자신의 홈피나, 블로거에 올려 수많은 네티즌과 소통을 한다. 이러한 행동 자체가 미디어라는 도구를 이용해 대중과 소통을 하고자 하는 미디어 아트의 창작행위와 너무나 닮아있다. 반세기도 안 되어 가장 생소했던 예술계의 이단아가 이제는 우리들이 인식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재가 미디어 아트의 전성기가 아니라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속도로 전파될지는 예측할 수가 없다. 단지 명확한 것은 현재보다 더욱 광범위하고 거대한 파급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캔버스 위에만 존재하는 고전적 의미의 미술은 그것을 보는 이에게 제한적인 감상을 준다. 그러나 미디어 아트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미디어의 특성을 적극 이용해 보는 이의 감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능동적인 소통을 유도한다. 관람객이 직접 작품을 움직여 새로운 이미지와 창작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디어 아트 전시에는 다른 분야보다 유독 관람객이 직접 만져보고 조작해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서울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전은 10년 동안 급속하게 퍼진 미디어 아트의 전반적인 경향을 탐험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빛을 이용하는 특성 때문에 전시장 대부분이 어둡고 미로 같았다. 그 속을 걸어 다니며 작품을 보고, 조작하고, 디카로 찍는 관람객은 미디어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을 쉴 새 없이 흐르며 디지털 신호를 만들어내는 독립적 미디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 작가의 작품 앞에 많은 관람객이 모여 있다. 작품 앞에 서 있는 자신의 얼굴이 바로 화면 속에 무수한 사진 조각으로 보여 진다. 마치 미디어 자체가 그것을 보고 있는 시청자를 반대로 시청하는 느낌을 준다. 이것이 작가가 작품 속에 담고 싶었던 의도였을 것이다. 작품 앞에서 신기한 듯 화면을 보고 있던 관람객이 디카를 꺼내 들고는 찍기 시작한다. 이 순간부터는 작품이 오히려 관람객의 미디어 아트의 작품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 지점에 매력이 있다. 보는 이에 의해 다시 재창조되고 또 다른 소통을 꿈꾸게 되는 것이다. 내가 찍은 디카와 UCC가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현대미술의 최신 흐름에 속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좀 더 사유하고 공을 들인다면 작품이라는 이름을 달고 많은 이에게 공감과 소통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자. 무수한 전자 나비들이 디지털의 날개를 달고 우리 생활 속을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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