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을 달리는 낭만열차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조범동

발행일 2013.04.22. 00:00

수정일 2013.04.22. 00:00

조회 4,501

[온라인뉴스 서울톡톡] 스위스의 취리히를 출발하는 골든패스, 몽트뢰와 브록의 치즈·초코렛 향기를 선물하는 초코렛열차, 해밭 2033미터 만년설을 지나는 빙하특급, 일본 후쿠오카에서 출발하여 정원과 료칸 그리고 온천이 유명한 지역을 운행하는 유후인노모리, 태국 방콕을 출발하는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이 열차의 특징은 시간과 속도 경쟁에만 집중하는 서울발 지방행 KTX와 다르게, 기차여행 자체를 천천히 즐기는 데 목적이 있는 열차라는 점이다.

코레일이 이러한 세계적인 관광열차를 내걸고 만든 '중부내륙순환열차'가 지난 12일 서울역에서 첫 선을 보였다. 우선 서울역에서 만나는 열차는 O트레인이다. 서울역 타는 곳으로 들어서자 지금까지 유럽이나 일본에서 종종 보았던 컨셉의 세련된 열차가 보였다. 열차 내부로 들어가자 백두대간의 4계절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서울역을 떠난 열차는 한강을 따라 청량리역에 정차한 뒤 제천, 태백, 영주 등 중앙·태백·영동선으로 이어진 중부내륙순환구간을 운행한다. 속도경쟁에서 한걸음 물러서 있는 열차지만, 2009년 제작된 최고속도 165km/h의 열차는 서울-제천 구간을 새마을호 등급으로 다른 어떤 교통편보다 빠르게 달려 나갔다. 서울과 중부내륙을 연결하는 교통편으로도 합격점인 셈. 사실 O트레인은 일본 히타치사가 21세기 첨단 표준을 제시하는 열차로 개발한 차량을 최근 리모델링한 것으로 승차감, 정숙성, 좌석별 콘센트,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베리어프리 시설 등이 충분히 보장되면서, 지금까지 우리나라 열차에서 볼 수 없었던 전망석, 커플 룸, 패밀리 룸, 유아놀이 공간, 카페 등이 준비되어 있다.

제천부터는 다른 창밖 풍경이 보이며, 백산, 철암, 승부, 분천 등 과거 눈꽃순환열차가 다니던 구간을 지난다. 스낵바에서 구입한 커피를 전망석에 앉아 여유부리며 마시니 이 보다 더 좋은 풍경이 있을까 싶다. 무엇보다 단체 여행 컨셉의 눈꽃순환열차와 달리 O트레인은 개별 여행객의 니즈에 맞춰져 1일~3일권 패스를 구입하면 해당 기간동안 마음대로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철암역에 도착하자 O트레인에서 내린뒤 V트레인으로 열차를 바꿔 탔다. 진달래색 객차와 백호를 상징하는 기관차로 이뤄진 V트레인을 보는 순간 일본 큐슈남부지역의 철도가 떠올랐다. 구마모토~가고시마 구간은 험준한 산악지형으로 일본에서도 2011년에야 전 구간 고속철도가 개통된 구간인데, 이 구간 19세기 건설된 노선을 현재도 사용되고 있는 것. 이사부로, 하야토카제 등 복고풍관광열차에 SL히토요시라는 증기기관차까지 운행하고 있는 데, 이들 열차는 고속철도로 20여분 걸리는 구간을 3시간 가까이 걸려서 가지만, 여행객들에게 인기는 매우 높은 복고 낭만열차다.

V트레인의 영업속도는 KTX의 1/10인 30km/h다. 차내 난방은 친환경 목판난로가 대신하고 있었고, 천정에는 냉방을 대신할 선풍기가 있었다. 그 외에도 옛 비둘기호를 연상시키는 의자와 접이식 승강문, 백열전구 등등 곳곳에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소품들로 한 가득이다. 승무원 복장까지도 복고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V트레인은 통섭이라는 것을 알 수있다. 동양적이면서도 서양적인 디자인은 물론이고 복고인 듯하지만, 첨단인 열차다. 백열전구로 생각했던 실내등은 LED였고, 천정에는 태양광 전지가 있어서 열차내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환경친화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V트레인은 태양광 전지가 있는 천정을 뺀 공간을 유리로 붙여 승객들 시야를 최대한 넓힌 덕분에 탁 트인 창으로 백두대간의 절경을 보면서 개폐식창문을 통해 상쾌한 공기를 맘껏 마시며, 여행을 할 수 있고, 목탄난로에서 고구마와 쫀드기 같은 불량식품을 구워 먹을 수도 있다.양원역, 승부역, 분천역 등 우리나라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간이역에 정차하면서 구불구불한 선로를 따라 덜컹거리는 디젤기관차 특유의 내음을 맡으며 여행의 목적지는 다시 서울역으로 향했다.

여행에 함께한 O트레인과 V트레인의 디자이너인 프랑스인 펠릭스 부코브자(Felix Boukobza)는 "O트레인은 한국의 독특한 문화를 열차에 접목시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세계에서 유일한 디자인을 소유했으며, 한국 고유의 색상과 문화를 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특히 모시 벽지와 한국의 시와 같은 부분을 통해 한국 문화를 잘 보여줄 것이다"라고 설명했으며, "V트레인은 한국의 아름다움인 빛을 통해 그림자와 잘 조화를 이루고 아름다움을 표현하도록 했다. 다채로운 빛은 이 열차를 타고 있는 승객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며 두 열차가 서울과 중부내륙지역을 연결하는 소통의 다리가 될 수 있음을 자신했다.

○ 중부내륙순환열차(O Train): 서울∼제천∼태백∼낙동강협곡구간∼영주∼제천∼서울의 환상형 루트(257.2km·4시간 50분 소요)로 매일 하루4회 운행. 객차에는 유아놀이방과 카페, 전망석이 있고 커플룸, 패밀리룸, 휠체어석도 있다. 구간 티켓과 1, 2, 3일의 패스 형태로 발매된다. 하루권 패스 5만 4,700원

○ 백두대간 협곡열차(V Train): 영동선 철도의 낙동강 최상류 협곡을 지나는 '철암∼분천' 구간(27.7km·1시간 10분 소요)을 하루 3회 왕복 운행. 백호 무늬의 기관차가 끄는 빨간 객차는 좌우를 유리로 마감한 친환경 특수설계의 개방형 객실. 패스 티켓 사용시 별도요금 없으며, 구간 티켓 요금은 8,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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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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