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즈가든

admin

발행일 2007.11.29. 00:00

수정일 2007.11.29. 00:00

조회 2,537



시민기자 김기영




역사가 오래된 서울의 대형 극장, 대한극장을 찾았다. 성인이 되서 처음 갔던 극장이다. 그 당시에는 대한극장의 커다란 영화 간판의 위용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세상에서 대한극장이 제일 크고 멋있는 극장인줄 알았다.

세월이 지나면서 대한극장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여러 개의 스크린과 식당, 커피 전문점 등이 있는 멀티플렉스복합극장으로 변신했다. 새롭게 변한 대한극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왠지 옛 추억 속 대한극장보다 정감이 가지 않았다.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흐르고, 시대도 변했다. 편리한 세상으로 변했지만, 사람들은 모두 혼자가 된 느낌이다. 그 시절에는 팝콘과 콜라를 마시며, 친구와 연인과 가족이 정겹게 영화를 봤던 행복한 시절이었다. 또한 영화만큼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오락이 없었다.

대한극장에 새롭게 떠오른 명소가 있어 가보았다. 대한극장 제일 꼭대기에 있는 하늘로즈가든이다. 처음 대한극장이 멀티플렉스로 오픈했을 때에는 커피를 파는 가게만 있었는데, 최근 향기로운 장미가 가득한 정원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의 버튼을 누르고, 하늘로즈가든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눈앞에 붉은색, 노란색, 순백의 장미가 한 눈에 들어왔다. 예전 대한극장의 커다란 스크린을 보고 놀랐던 기억처럼, 대한극장에서 또 한번 놀라운 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장미. 열정과 사랑이라는 의미가 있다. 장미를 한 장소에서 이렇게 많이 본 기억은 일산의 호수공원의 장미정원에서였다. 그리고 두 번째가 대한극장의 하늘로즈가든이다. 그러나 두 장소에서 본 장미의 느낌은 조금 다르다. 호수공원의 장미정원 장미는 로즈가든만큼 크고 예쁘지 않았던 것 같다. 호수공원은 공원의 넓은 장소에 퍼져 장미가 피어 있었고, 하늘로즈가든은 큰 장소는 아니지만 옥상의 정원에 피어 있었다. 그런데 하늘로즈가든의 장미가 훨씬 예쁘고, 커 보였다.

여러 모양과 크기, 향기의 꽃들을 보는데 장미만큼 크면서 색깔이 뚜렷하고 향기가 있는 꽃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그 향기와 아름다움의 유혹 속에 날카로운 가시로 상처를 주는 어둠의 의미가 숨어 있다는 것 또한 장미의 또 다른 매력이다. 하늘로즈가든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서울이 한 눈에 들어오고 저 멀리 N타워가 흐릿하게 보였다. 붉은 장미가 N타워를 향해 뻗어 있는 풍경이 예술이었다. 꽃과 도시, 그리고 인간의 삶이 겹치는 순간이다.

인간이 세상에 나와 아름다움을 처음 본 순간 어떤 기분이었을까. 아마도 순수함과 아름다움만이 세상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의 어둠을 보면서, 아름다움과 그렇지 못한 것들이 함께 공존하는 것이 세상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삶이 시작과 끝이 그렇듯, 빛과 어둠이 있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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