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내린 서울

admin

발행일 2007.11.21. 00:00

수정일 2007.11.21. 00:00

조회 2,686



시민기자 조문숙




정호승 시인의 ‘첫눈 오는 날 만나자’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시의 내용처럼 첫눈은 기다림이고 추억이고 희망인 것 같다. 눈이 내리면 누군가와 얽힌 추억에, 혹은 어린시절 아른아른하는 기억들이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추억이 아니더라도 눈이 내리면 지금 현재 가장 절친한 사람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진다. 그래서 이런 날은 휴대폰 문자메시지 폭주로 전송이 지연되기도 한다.

해마다 눈이 내리건만 떨어지는 눈송이와 쌓이는 하얀 눈을 보고 있으면 잠시나마 감상에 젖는다. 일반적으로 서울에는 11월말이나 12월 초가 되면 첫눈이 내리는 듯하다. 해마다 첫 눈은 조금 오다 그쳐서 사람들끼리 ‘첫눈이 왔네 안왔네’ 하는 말들을 하곤 했는데 올해는 이틀 연속 꽤 많은 양의 눈이 와서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눈이 내리자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밖에서 고함을 치며 신나게 노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렸고,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사람을 만드는 꼬마들도 볼 수 있었다. 한 쪽에서는 눈을 가지고 즐겁게 놀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드르륵 드르륵 소리를 내며 눈을 치우고 있었다.

눈 내리는 밤은 춥고 어두워도 시끌시끌하며 활기에 찼다. 날이 밝자 나무 위, 자동차 위, 도로 위에는 새하얗게 눈이 쌓여 있었고, 며칠동안 바람이 불어 땅으로 떨어진 낙엽들이 눈과 얼음 밑에 묻혀있었다. 점점 더 따뜻해지는 겨울이어서 올해 눈을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급하게 첫 눈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11월에 내린 2007년 서울의 함박눈은 모처럼 우리 마음을 소담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하루 종일 들려오는 뉴스들 중에서도 밝은 소식은 거의 들을 수 없는 요즘, 세상을 하얗게 만든 첫 눈을 보면서 다들 한 템포 천천히 여유를 부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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