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 후원(後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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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05.07. 00:00

수정일 2007.05.07. 00:00

조회 1,213



시민기자 이혁진




재판소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누구나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건의 잘잘못을 법으로 심판하는 곳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변하고 권리관계가 복잡하더라도 법정다툼이라는 서먹한 대상과는 일정거리를 두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평범한 생각과는 달리 언론을 통해 알듯 모를 듯 우리에게 다가선 기관이 헌법재판소이다. 헌법을 수호하고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헌법기관이다.

최근 지인과 함께 들른 헌법재판소는 생각보다 문턱이 낮았다. 겉으로 보이는 청사의 위용과는 달리 수위의 친절한 인사는 재판소의 권위하고는 멀게 보였다. 아닌게 아니라 재판소는 사전에 신청을 받아 단체견학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재판과정 참관은 물론 재판소 내부 곳곳을 순회하는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이는 국민에게 더욱 다가서려는 재판소 나름의 노력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과는 상관없이 가볍게 청사 주위를 천천히 걷는 시간도 즐겁다. 무엇보다 재판소는 다른 청사와 달리 숙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재판 자체가 정숙을 요하는 특성과도 무관하지 않겠지만 재판소 주변의 호젓한 풍광들은 산책하기 안성맞춤이다.



실제로 매일 재판소를 한 바퀴 돌며 사색하는 인근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재판소를 둘러싼 정원은 절제된 느낌이다. 특히 재판소에서 얘기하는 후원(後園)은 베일 속 정원이라기보다는 시골의 편안한 고샅길 같다. 이곳이 예나 지금이나 조용한 북촌 초입이고, 근대 개화기 선각자 박규수의 집터이며 바로 옆에 윤보선 전 대통령 집이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재판소 뒤뜰에는 아기자기한 들풀과 들꽃들이 자리하고 한적한 벤치가 슬며시 길손을 유혹한다. 산책하다보면 한 쪽에 우뚝 솟은 나무가 재판소의 위상을 보여주듯 높이를 자랑한다. 600년이나 된 희귀수 백송으로 재판소를 지켜주는 나무로 신성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편 헌법재판소 도서관(5층)은 책을 좋아하는 호사가들에게 소문난 곳이다. 북촌을 탐방하는 길에 잠시 재판소의 뒤뜰을 들러보는 것도 걷기 좋은 이 봄의 색다른 추억거리가 아닐까 싶다.

<찾아 가는 길>
▷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서 걸어서 1분 거리.
▷ 단체 견학 시에는 반드시 사전 전화와 인터넷신청 요망 (전화 02-708-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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