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산방

admin

발행일 2007.04.26. 00:00

수정일 2007.04.26. 00:00

조회 1,749



시민기자 조문숙

소설사 상허 이태준의 고택인 수연산방을 알게 된 것은 오래 전 길상사를 알게 된 후부터였다. 길상사에서 열린 공연을 보고, 그 주변을 살피다가 자연스레 발견하게 됐다. 성북동에 위치한 수연산방은 이제 입소문이 나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장소가 되었다.

성북동 주택가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수연산방은 자그마한 한옥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특유의 분위기에 사로잡힌다. 1930년대 우리 문단을 주름잡았던 소설가가 한 때 기거하며 집필했던 장소. 이 곳이 현재 찻집으로 바뀐 것이다. 여느 전통찻집처럼 생강차, 대추차, 모과차, 솔잎으로 만든 송차를 비롯, 인절미와 유과 등을 먹으며 조용조용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모습이 정겹다.

이 곳에 들어서면 잠시 시간의 흐름에서 비껴난 듯, 멈춰있는 듯, 몸과 마음이 쉬어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본채와 별채, 마당 등 곳곳이 각기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본채에는 사랑방, 안방, 마루까지 해서 차탁 6개 정도가 마련되어 있는데 평일 손님이 많지 않은 날에는 별채에 앉아 있으면, 아무도 오지 않아 본채에 가서 직접 주문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작은 한옥방에 앉아 있으면 시간의 흔적을 말해주는 듯 오래된 재봉틀, 목가구 등의 소품들에 눈길이 간다. 날씨가 더워지면 마당에 있는 원두막이나 벤치에 질펀하게 앉아 수다를 떠는 이들도 볼 수 있다. 운이 좋아 사랑방 바깥쪽 자리에 앉으면 담장 너머로 북악산 자락을 감상할 수도 있다.

마치 다른 공간으로 들어간 듯한 이 곳은 찻집이라기보다 우연히 지나다가 아는 사람 집에 들러 차 한 잔 얻어 마시고 가는 정겨움이 있다. 또 주변에 간송미술관이나 길상사까지 들러본다면 흡족한 하루 데이트 코스가 될 것이다.

“어떻게?를 알려면 먼저 느껴야 한다”며 글쓰기의 기본을 알려준 상허 이태준 선생. 그는 ‘무서록’에서 “책은 한껏 아름다워라. 그대는 인공으로 된 모든 문화물 가운데 꽃이요 천사요 또한 제왕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한 때 집필활동을 했던 수연산방에서,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잠시나마 상념에 젖어들게 되는 듯하다.

찾아가는 길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역 6번출구 앞 버스정류장에서 85번 버스 성북2동 동사무소 하차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