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방

admin

발행일 2007.04.20. 00:00

수정일 2007.04.20. 00:00

조회 1,799



시민기자 지혜영

옷의 수납, 음식의 저장, 휴식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귀중한 생활용품인 가구, 그 중에서도 목가구를 한자리에 모은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나무의 방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사계절이 뚜렷하고 산이 많아 나무의 종류도 다양하고, 독특한 무늬를 가진 나무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나무결을 그대로 살리고, 꼭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금속 장식이나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짜 맞추는 방식을 많이 이용하였다.

나무들의 특징을 고려해 적재적소에 사용한 지혜로움, 면을 이용한 아름다움은 시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현대적이기까지 하다. 전시는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비들의 사랑방, 여인들의 안방, 음식을 만들고 보관하는 부엌, 그리고 조상을 모시는 사당이다.

전시실을 들어서자. 가구에 쓰이는 소나무, 느티나무 등 몇 가지 나무를 소개하고 있다. 첫 번 째 방인 사랑방이 펼쳐진다. 사랑방은 선비들의 생활공간으로 청빈한 삶을 동경하는 그들의 취향을 반영해 소박함을 엿볼 수 있다. 부드럽고 소박한 질감의 오동나무와 소나무가 주로 사용되었고, 나뭇결이 좋은 느티나무나 먹감나무를 이용해 자연미를 살렸다. 문갑, 서안과 경상, 책장, 금고의 일종인 각게수리, 약장, 문서함 등이 전시되고 있다.

안방은 여성들의 생활공간으로 어른을 모시고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생활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하면서도 따뜻한 아름다움을 강조한 가구들을 볼 수 있으며, 나뭇결이 좋은 나무와 함께 나전이나 화각 등의 재료를 많이 사용하였다. 장과 농, 여인들의 매무새를 위한 좌경과 빗접, 반닫이 등이 전시되었다.

부엌은 음식을 만들고 보관하는 공간으로 그릇을 보관하는 찬장과 찬탁, 음식을 나르는 소반, 쌀과 곡식을 보관했던 뒤주 등이 대표적이다. 찬장과 찬탁은 무거운 그릇을 보관하기 때문에 더욱 튼튼하게 만들었고, 소반은 한 사람씩 독상을 받는 풍습으로 작으면서도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볼 수 있다.

사당은 조상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일상생활에 쓰이는 가구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섬김의 예를 완성하는 몫을 담당한 사당의 가구에는 감실과 주독, 교의, 제상 등을 볼 수 있다.

실용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최고의 생활예술품인 목가구의 방에서 손때 묻은 잔잔한 나무의 향을 가슴 가득 느껴보는 건 어떨까?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