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벚꽃축제

admin

발행일 2007.04.17. 00:00

수정일 2007.04.17. 00:00

조회 1,497



시민기자 최근모

버스를 타고 서강대교를 건너자 벚꽃 축제에 온 시민들로 여의도 일대가 활기 넘치고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봄의 기운처럼 설렘과 생동감이 물씬 풍긴다. 정류장에 내리자 벚꽃 잎이 살랑거리며 떨어진다. 활짝 개화한 눈송이 같은 벚꽃들이 가지 위에 탐스럽게 열려있다.

왕벚꽃나무에 팝콘처럼 달린 벚꽃들은 여의도가 왜 서울의 대표적 벚꽃길로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왔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까르르 웃으며 지나간다. 갓 스무 살을 넘었을 법한 연인 한 쌍이 카메라를 내밀며 사진을 부탁한다. 벚꽃 밑에서 어깨를 감싸며 활짝 웃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사랑을 시작하기에 참 좋은 계절이 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오즈 야스로 감독이 만든 ‘만춘’이라는 영화에서도 홀로 자신을 키워온 아버지를 걱정해 절대 결혼 안 하겠다는 딸이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계절도 바로 봄이다. 사랑을 하고 있거나 사랑을 시작하려는 연인들에게 여의도 벚꽃길을 추천하고 싶다.

순복음교회를 지나자 멀리서 풍물패 소리도 들리고 꽃으로 꾸며진 탑도 보였다. 좀 더 걸어가 보니 국회의사당 쪽에 전시된 바람개비가 눈에 들어왔다. 불어오는 바람에 벚꽃 잎과 색색의 바람개비들이 함께 돌아가는 모습에 잠시 동화 속 나라에 온 듯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길로 예쁜 전시물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수자원공사에서 나눠준 생수를 받아들고 마시려 하는데 오른쪽 서강대교 밑에서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이럴 수가! 청년 하나가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지 않은가? 구경하고 있는 인파 속을 헤치고 들어가 보니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은 젊은이가 말굽 모양의 곡선 구조물 위에서 묘기를 보이고 있었다. 그가 한 번씩 공중에서 회전을 할 때마다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벚꽃길을 천천히 구경하고 한강 쪽으로 내려가 보았다. 아까 묘기를 부리던 친구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바로 옆 무대에서 외국 무용수들이 살사와 삼바 춤을 멋지게 추고 있었다. 그 뒤로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놀이터에 가족나들이객들이 붐빈다. 바람을 넣어 수영장 슬라이드처럼 높게 미끄럼틀을 만들어 놓았는데 아이들보다 엄마 아빠가 더 좋아하며 타고 있었다.

하얀 눈처럼 탐스럽게 핀 벚꽃길과 햇살에 반짝이는 한강, 돗자리를 펴고 여유로운 낮잠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아이들 손을 잡고 무료로 설치된 놀이터에서 동심에 한번 빠져보는 것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즐기는 것도 좋고, 친구와 함께 소풍을 오는 것도 좋은 여의도 벚꽃길이다. 그리고 더 좋은 건 봄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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