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와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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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02.08. 00:00
시민기자 조문숙 | |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청국장이 너무 먹고 싶은 때가 있다. 사먹는 것 말고, 집에서 끓인 진하디 진한 청국장 말이다. 짭짜롬한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을 해도 그 깊은 맛 앞에서는 다 용서가 될 수밖에 없다. 며칠 전 무심코 골목을 지나가다 메주를 달아놓은 집을 발견했다. 어릴 적에는 메주를 노끈에 매 걸어놓은 것을 종종 봤지만 최근 들어서는 너무 오랜만에 보는 메주라서 신기하기까지 했다. 노끈에 대롱대롱 달려있는 메주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니 ‘왜 못생긴 사람보고 메주 같다고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정겨운데 말이다. 메주를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콩을 불려 삶아 익히고, 물기를 빼 완전히 으깨지도록 찧은 후 네모난 모양으로 메주모양을 만들어 놓는다 - 모양을 잡은 메주를 꾸덕꾸덕 해지게 말리고, 새끼줄로 엮어 통풍이 잘 되는 곳에 한 달 가량 말린 후 30℃ 이상의 방바닥에 두어 1주일 이상 띄운다 - 메주가 잘 뜨면 볕에 말려 장독에 넣고 하루쯤 가라앉힌 소금물을 붓는다 - 20∼30일 후 메주를 건지고 소금을 뿌리고 간장을 넣어 갠 다음 항아리에 눌러 담고 웃소금을 뿌린다 - 항아리에 망사를 덮어 햇볕을 쬐면 삭으면서 된장이 된다. 어릴 적 빗방울이 조금만 떨어져도 ‘항아리 뚜껑 덮으라’고 얘기했던 엄마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메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이처럼 온도와 습도 환경이 아주 중요해 정성을 기울인 만큼 그 맛도 달라진다. 상처가 났을 때, 벌에 쏘였을 때도 발라 만병통치약처럼 쓰였던 된장. 이제는 민간요법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그 효능이 널리 알려졌다. 암예방 15개 수칙 중 ‘된장국을 매일 먹으라’는 항목이 들어있을 정도로 항암효과는 공식화됐고, 성인병 예방, 술의 해독에도 좋으며 면역력도 높여준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그 맛에 중독되는 된장. 오늘도 된장찌개를 끓여본다. 어떤 재료를 넣고 끓이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는 된장찌개는 두부나 호박, 감자, 무, 시레기 등 각자의 기호에 맞게 넣고 된장을 풀어주면 그 구수한 맛은 어느 음식에서도 찾을 수 없는 매력이 된다. 뜨끈한 된장찌개에 계란, 김 정도면 겨울 밥상으로는 더할 수 없이 훌륭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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