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졸업장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신성덕

발행일 2012.11.05. 00:00

수정일 2012.11.05. 00:00

조회 2,174

[서울톡톡] 지난 10월 31일, 서울시립 양평쉼터에서 제1회 서울영농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서울영농학교는 지난 4월 2일에 입학식을 연후 7개월 만에 졸업식을 하게 되었다. 노숙인과 쪽방 주민의 자립과 자활의지를 키워주기 위해 시작된 서울영농학교는 40명을 선발하여 출발했으나 졸업식장에는 20명만이 남았다. 먼저 나간 20명 중에는 조기 취업자 6명도 있지만 자퇴생과 퇴학생 14명도 있어 안타깝게 했다.

비록 20명 밖에 안 되는 졸업생이지만 그 모습들은 당당하였다. 졸업생 대표로 김순호 학생이 답사를 했다. "며칠 전 졸업여행 때 우리는 넓고 푸른 동해를 보면서 각자의 꿈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절규하듯 그 꿈을 목 놓아 불렀습니다. 우리들의 꿈은 '더불어 푸른 꿈을' 꾸는 것입니다. 누군가 사랑은 관심이라고 했습니다. 여기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내빈 여러분, 우리의 꿈을 기억해 주시고 오래도록 사랑해주십시오!"

서울영농학교 김혜린 교장은 "농업의 이론교육과 현장실습, 인문학강의가 밑거름되어 시작한 서울 영농학교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곡식이 익어 가는 것을 기다림으로 배우는 곳이다. 그리고 건강해야 한다. 내년 2기생은 2월에 모집을 하고 3월에 개강할 것이며 주 3회 현장실습을 주 4회로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상효 졸업생은 "사업실패로 건강을 많이 잃었다. 은평요양원에서 요양 중에 서울영농학교 소식을 듣고 입학하여 7개월간 열심히 농사를 짓다 보니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 특히 인문학 강의는 새 힘을 얻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한국의 역사배우기를 통하여 나 자신을 많이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홍천에 주택임대를 받고 '아로니아' 과수를 5년간 기를 예정이다"라고 한다.

가족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윤산기 졸업생은 "이곳 저곳에서 일용직을 하던 중 서울영농학교에 입학하였다. 2주만 공부하고 그만 두려고 하였는데 7개월을 무사히 보내고 졸업을 하게 되었다. 씨를 뿌리고 싹이 나고 자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모습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수확한 감자를 시청 앞에서 판매해 보니 더욱 보람을 느꼈다. 틈틈이 운전도 연습하게 되어 도로주행만 남았다. 이제 곧 다른 취업을 하겠지만 나에게 포기는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서울 영농학교 김동성 팀장은 "금년 서울 영농학교에서는 식량작물, 특용작물, 채소, 화훼, 과수 등 43개 품목을 재배하였으며 양봉도 8통을 입식하여 11통으로 늘었다. 그 외 파란알을 낳는 닭인 청계 외 미꾸라지도 길렀다. 실습농작물 판매액은 감자 3백여 만원을 비롯해 단호박, 옥수수, 땅콩, 무, 고구마, 참깨, 들깨 등에서 합계 668만 원이 넘는다. 판매액은 졸업생들에게 실습 참여도에 따라 모두 분배 지급되었다.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것들은 규칙적인 생활습관으로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고 자존심의 회복, 수확의 기쁨, 노동의 신성함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경호 서울시 복지건강실장은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노숙인과 쪽방 주민의 자립을 위하여 시작하였는데 서울농업기술센터와 양평농업기술센터 등의 도움으로 1기 졸업생을 배출하게 되었다. 내년에는 졸업생 가운데 취업 한 학생들이 후배들에게 실질적인 강의를 할 수 있도록 강의체험을 하게 하고자 한다. 7개월 훈련으로 바로 취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꾸준히 영농기술을 익혀서 양질의 졸업생을 배출하여 한번 실패한 시민들이 다시 희망을 품고 일어설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졸업생들은 자기 이름을 꼭 기사로 내 달라고 했다. 지난 여름 시청 앞에서 수확한 감자를 판매할 때의 수줍어하는 모습과는 완연히 다르다. 38도가 넘는 뜨거운 여름, 양평 땅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농사를 지어서인지 7개월간의 모습이 건강하고 활기차 보인다. 서울영농학교 2기생 모집은 내년 2월이다..

문의: 자활지원과 02-2133-7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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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서울영농학교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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