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과 파라다이스
admin
발행일 2007.02.02. 00:00
시민기자 최근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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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 위에 건물이 세워져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종로에 이런 기이한 구조를 가진 건축물이 있다. 40년 동안 건물 밑으로 난 도로 위를 지금도 자동차들이 쌩쌩 달린다. 낙원(樂園)이라는 다소 이국적이고 몽환적인 이름 때문인지 이러한 풍경이 이곳에서는 일상처럼 자연스럽다. 뮤지션들에게 파라다이스로 불리며 지금까지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낙원상가. 정확히 말하면 2,3층이 악기상가이고 낙원 아파트, 4층의 서울아트시네마, 필름포럼, 지하의 재래시장까지 합쳐 낙원빌딩으로 지칭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종로구 낙원동 284번지에 터를 잡고 있는 이 육중한 건물은 지금이야 세월의 때를 고스란히 짊어져서 낡아 보이지만, 당시만 해도 서울의 근대화를 보여주는 최첨단 건축물에 해당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의 세운상가와 비교되기도 한다. 건물 밑으로 4차선 도로를 품게 된 연유를 잠시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60년대 안국역까지 삼일로를 놓기 위해 서울시는 고심을 거듭한다. 땅을 사들이고 도로를 깔 만큼의 시 재정이 충분하지 못했던 것이다. 토지 소유자들을 설득하려는 방편으로 도로는 서울시가 갖고 그 위에 건물을 지어서 상가는 땅 주인에게, 아파트는 건설회사에게 주는 묘안을 내게 된다. 그 이후로 40년 넘게 건물 밑으로 차량이 통행하게 된 것이다. 2층 악기상가로 올라가는 계단에 40년 세월이 물씬 묻어난다. 높다란 계단을 올라 상가에 들어서자 낡은 외관과는 판이한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빼곡히 진열된 기타에는 광택이 번쩍거리고 누군가 금방이라도 드럼을 연주할 것 같은 역동성이 느껴진다. 트럼펫, 기타, 드럼, 피아노 같은 양악기뿐 아니라 우리의 전통 국악기도 쉽게 만날 수 있다.
4층에 몇 해 전부터 둥지를 튼 서울아트시네마와 필름포럼은 최근에 젊은이들이 이곳에 몰리는 큰 이유이다. 일반 상영관에서 접하기 어려운 예술영화와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의 주옥같은 영화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대종상 시상식에서나 볼 수 있었던 유명감독들이 청바지에 모자 하나 눌러쓰고 극장 앞을 어슬렁거리는 모습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건너편 1,2,3 나이트클럽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광장을 마주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초고층에 해당했을 낙원아파트가 시선을 압도한다. 굳이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여름이면 이곳 극장 앞 광장에서 인사동 방향을 보며 시원한 바람을 맞아 보는 것도 제법 낭만적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는 낙원상가 지하시장에는 낙원빌딩의 역사와 40년을 함께한 정이 넘쳤다. 여기 저기 상인들의 농섞인 재담들과 백열등 아래서 빛나고 있는 물건들을 보고 있자니 왠지 어릴 적 동네 시장에 와 있는 따뜻함이 물씬 느껴졌다. 시장 중앙에 위치한 국수집에서 2천원짜리 비빔국수를 시키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건장한 외국인이 프라이팬을 들고 주인과 흥정을 벌이고 있었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즐거운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이런 게 사람 사는 모습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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