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겨울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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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01.12. 00:00

수정일 2007.01.12. 00:00

조회 1,190



시민기자 이정엽

지금 떠올려보면 어릴 적 겨울은 참 추웠다. 겨울이 포근한 요즘과 비교해 보면 절대적인 온도도 낮았겠지만, 그 시절에는 변변한 난방기구도 갖춰져 있지 못해서인 듯하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도 겨울이면 스케이트를 타느라 귀마개, 장갑, 목도리를 하고 잠시 쉬는 시간이면 조그마한 난로 곁에 모여 온기를 쬐곤 했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 마트에 갔다가 추억의 물건들을 발견했다. 까까머리를 하고 들었던 책가방, 이 반에서 저 반으로 음악시간이면 옮겨 다녔던 풍금, 색깔도 맛도 유치하지만 중독성이 있어 자꾸만 생각나던 불량식품들 등을 보고 ‘그 땐 그랬지’ 하며 몇 십 년 전으로 돌아갔다.

무엇보다 까만색 보온도시락과 양은도시락을 본 것도 반가웠다. 그 때의 겨울교실은 참 추웠다. 아침에 난로에 불을 떼느라 연기에 콜록콜록했고 석탄, 종이, 나무, 연탄 등을 넣어 불을 뗀 난로는 그 성능의 범위가 넓지 않았다. 난로가 주변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덥고, 교실 가장자리에 앉게 되면 온기가 미치지 못해 손이 꽁꽁 얼곤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면 난로 뚜껑 위에 양은도시락들이 켜켜이 쌓였다. 밑에 놓은 도시락의 밥은 누릉지가 돼 있고, 위에 올려놓은 밥은 찬기만 면한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서인지, 그래도 그 때의 그 도시락은 참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까만색 보온도시락, 형편이 좋은 아이들은 한결 세련된 디자인의 일제 보온도시락도 들었던 것 같다. 철이 들면서부터는 왠지 한 손에는 책가방을 들고, 한손에는 이 커다랗고 색깔도 까만 보온도시락을 따로 들고 가는 게 창피해서 들고 다니지 않았다.

당시에는 분명 춥고 불편했을 겨울이었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느낌은 남아있지 않고, 기온은 차가워도 뭔가 따뜻함이 묻어나는 아련함으로 다가온다. 한결 따뜻해진 겨울 교실. 요즘 아이들은 겨울의 교실 풍경을 어떻게 기억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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