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대문에서 광화문까지 걸어보셨어요?

admin

발행일 2010.04.01. 00:00

수정일 2010.04.01. 00:00

조회 3,512

‘걷기 편한 종로거리 만들기’의 일환으로 서울시와 종로구에서 추진한 종로대로 노점 비우기 사업이 지난 1월 1일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수십 년간 종로대로를 점했던 노점 647개를 올해부터는 종로대로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지난 달 기자는 걷기 편해진 종로거리를 동대문에서 광화문까지 걸어보았다. 종로거리는 봄볕을 즐기는 시민들로 가득했고, 가로변의 가로수도 푸른 빛깔이 짙어지고 보행인들의 옷 색깔도 화사해져서 계절의 변화가 느껴졌다.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종로거리를 아름답게 단장하는 인부들의 마무리 손길도 바쁜 모습이었다.

수십 년간 형성되어온 종로의 노점상 문제는 영원히 해결 불가능한 일로 생각했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에서의 영업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종로노점상연합회(회원수 973명, 전국 최대의 단일 노점상연합회)의 반발, 노점의 특화거리 배치에 따른 주변상가 상인들의 강력한 항의, 노점과 상인 간의 갈등문제 등 수많은 난제가 얽히고 설켜 있었기에 2008년 하반기부터 사업이 추진되었지만 그 누구도 섣불리 ‘걷기 편한 종로거리’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와 지난해 컴퓨터에 저장해 놓았던 과거의 '종로 취재파일'을 열었다. 무더웠던 지난해 8월에 역시 동대문을 출발하여 광화문까지 걸어본 글과 사진의 기록이 거기 있었다. 가장 먼저 종로6가의 묘목상과 화훼노점상이 눈에 들어온다. 난초며 분재, 꽃나무 등을 파는 노점으로 거리가 비좁았고, 가뜩이나 무더운 날씨에 걷기 불편한 도로를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도 힘들어 보였다. 종로5가는 광장시장이 위치하고 있어서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다. 이곳은 특히 버스정류장 앞이 많이 혼잡해 보였다. 묘목, 생활용품, 과일을 파는 상인이 정류장까지 점령하고 있어서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불편한 모습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노점이 시민들의 보행에 불편을 주고 미관상으로도 보기 좋지는 않았지만, 노점상에게는 소중한 생계수단이니 보행에 불편이 있어도 민원을 제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종로5가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보행에 어려움이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었다.

당시의 종로4가 종묘 앞으로 가보자. 이곳은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께서 즐겨 찾는 장소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적 제125호로 지정된 종묘 바로 앞에서 술판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종묘는 1995년 유네스코에 의해 해인사 장경판전, 석굴암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 때문에, 그곳에서의 음주를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던 장소로 기억된다.

이쯤에서 현재의 종로로 돌아와 보자. 봄기운이 완연했던 22일, 오랜만에 걸어 본 종로는 사람들의 활기로 넘쳐났다. 노점상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고 걷기 편해진 도로의 사람들 표정은 밝아보였다. 특히, 종로4가의 종묘 앞 변화가 가장 눈에 뛰었다. 과거에는 술판이 벌어졌던 종묘 앞이 이제는 앉아서 담소를 나누거나 나무그늘에서 바둑과 장기를 즐기는 어르신들로 바뀌어 있었다. 거리의 변화가 어르신들의 문화까지도 바꿔 놓은 모습에 놀랐다.

“지금의 노인들은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이뤄낸 사람들입니다. 이분들은 자신들의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가기에 충분한 능력을 가지신 분들로 보시면 됩니다.” 상계동에서 오셨다는 박성남(72) 어르신은 종묘 앞의 노인문화가 바뀐 것을 이렇게 설명했다. 족히 수백여 명은 되어 보이는 어르신들께서 장기와 바둑을 즐기는 모습은 종묘의 고요함과 품위 있는 어르신들의 근엄함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고 있었다.

종로2가는 젊음의 거리로 활기 넘치고, 종로 3~4가는 어르신들의 거리로 자리잡아가는 종로가 이렇게 변하기까지는 공무원들의 노력도 컸겠지만, 특히 노점상의 양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상인들의 양보가 ‘걷기 편한 종로거리 만들기’ 사업의 일등공신이라는 생각이다. 종로에서 노점을 하시던 분들은 서울시가 마련한 노점특화거리에서 생업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해 6월 17일 종로2가 ‘젊음의 거리’ 개장에 이어, 종로4가 창경궁로 특화거리(종로4가~원남동R)가 작년 10월 19일 마무리됐고, 종로4가 대로변, 세운상가 주변, 종묘앞 등 노점 150개소가 지난해 10월 29일부터 영업에 들어갔다. 특히, 종묘공원 주변의 먹거리 노점 22개도 함께 이전· 배치되어 시민에게 보다 쾌적한 보행환경을 제공하고, 침체된 이면거리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도시교통본부의 이희천 가로환경개선담당관은 “노점특화거리는 시민들의 보행권을 확보하고, 생계형 노점상의 안정적 영업과 이면도로의 상권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앞으로 이곳을 청계천, 인사동, 동대문과 연계하는 관광코스로 개발하면서, 노점이 저렴하면서도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양질의 상품을 판매한다는 인식이 심어지도록 홍보하고, 한편으로는 노점상들의 서비스 개선을 통해 노점상의 수입 증대 방안을 유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민기자/정연창
inkyo90@hanmail.net

#종로거리 #노점상 #걷기편한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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