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선생님들이 돌아왔다!
발행일 2012.01.18. 00:00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수십 년의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퇴직 교사들이 다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나섰다. 교육의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한 저소득층 아이들과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교육 현장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양질의 교육을 실시해 온 것이 벌써 1년 남짓. 2011년 1월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일자리 창출 사업의 하나로 퇴직 교사들을 모집해 저소득층 아이들을 돌보는 방과후교실에 교사 지원을 시작하면서부터다.
퇴직 교사, 아이들을 만나는 교육현장에 다시 서다
퇴직 교사들이 방과후교실 교사로 제2의 교직 인생을 펼치고 있는 곳은 강북구에 있는 방과후 시설들. 지역아동센터와 방과후교실 등 21개의 방과후 시설과 취학 전 다문화가정 아동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4개의 예비학교에서 퇴직 교사들이 맹활약 중이다.
강북구는 2010년 하반기부터 기초생활수급자 자녀와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저소득 아이들의 학습지도를 하고 있는 지역의 공부방들을 대상으로 수요를 조사하고, 퇴직교사를 모집했다. 이 중 교사가 시급하게 필요한 시설에 퇴직 교사를 배치했고, 지난 한해 퇴직 교사들은 초등교육,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음악, 미술 등 학습능력향상 프로그램과 심리치료, 예절교육, 국악지도, 진로상담 등 특활 프로그램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현장 경험 많아 아이들 품고 기다리는 것 익숙
강북구 수유2동 아동 청소년 사회복지센터 나욧아카데미 3층 강의실 안. 지욱이, 수호, 민서, 어진이 등 11명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흰 도화지를 앞에 펼쳐 놓고 그림을 그리느라 여념이 없다. 옆 친구가 그리는 것을 눈여겨보고 따라 하기도 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그려 보이기도 했다. 아이들의 그림을 하나하나 살피며 무엇을 그리는 것인지 아이들에게 세세하게 말을 걸고 있는 이명숙(58) 교사는 퇴직 교사 방과후교실 지원 사업에 1년째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고등학교 미술교사로 8년 정도 활동하다 아이들 키우느라 집에 있게 됐습니다. 서양화를 전공한 이력을 활용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아동미술 1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어요. 공부가 거의 끝날 즈음 강북구에서 퇴직 교사를 모집해 방과후학교 교사로 활동하게 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하게 됐죠. 작년에 일주일에 6시간씩 아이들에게 미술지도를 했고 올해는 10시간으로 늘어났어요.”
올해 들어 지역아동센터 2곳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아이들을 만난다. 작년 첫 수업 당시. 아동미술과 미술심리에서 공부한 자료들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이것저것 해 볼 요량으로 아이들과의 첫 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저소득층, 편부모, 맞벌이, 조손가정 등 가정 상황에 따라 아이들의 심리상태는 불안했고 분노에 찬 아이, 말투가 반항적인 아이, 인정받지 못해 자존감이 약한 아이, 자신과 기 싸움을 하려드는 아이 등 아이들과의 수업은 만만치 않았다.
아이들에게 미술에 대해 무엇을 가르치기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교사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일이 우선이란 생각이 들었다. 커리큘럼과 잘 짜인 교안이 문제가 아니었다. 수업시간에는 아이들이 하고 싶다는 것을 하게 했고, 많이 껴안아주고 더 많이 칭찬해줬으며, 무슨 말을 하든지 아이들의 말을 경청했다. 지난 1년은 아이들과 서로 탐색하고 친해지는 과정이었다. 이제는 이런저런 자신의 이야기를 순한 눈빛으로 내비치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흰 도화지 위에 아이들의 마음 속 생각들이 묻어나도록 유도했고, 아이들 마음을 어루만지며 소통하려 애썼다.
“아이들이 10~20년 후에 그 때 그 시간이 너무 편안하고 좋았다고 생각한다면 교사로서 굉장히 기쁜 일 아닐까”라는 이명숙 교사는 더불어 자신이 칭찬해줬던, 일러줬던 ‘그 어떤 말 한마디’가 아이들의 인생길에 도움이 된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단다. 아무리 난감한 상황이라도 연륜과 경험과 다년간의 노하우로 아이들의 모든 것을 품고 기다리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퇴직 교사들의 힘이다.
취학 전 다문화가정 아이들 교육, 우리가 맡습니다
강북구 번3동 주민센터 지하 새마을문고 안. 수업시간보다 일찍 온 아이들 네 명이 책상에 앉아 공기놀이를 하고 있고, 작은 카세트에서는 전래동요가 은은하게 흐르고 있다. 오는 3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안서(7세, 필리핀)와 하은(7세, 스리랑카)이는 물론 나영이(6세, 중국)와 필승이(6세, 스리랑카)는 지난해 8월부터 일주일에 다섯 번, 매일 두 시간씩 학습지도와 생활지도를 받고 있다. 초등학교 취학 전인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미리 한글과 수 개념 지도는 물론 독서지도와 예절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 언어와 문화가 서툰 다문화가정 학부모들이 취학 전 아이들에게 예비 교육을 잘 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했고, 강북구에서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학교 적응 프로그램인 ‘꿈동이 예비학교’ 4곳을 운영, 5명의 퇴직 교사를 배치해 지역별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모아 취학 전 예비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초등교사 생활 23년에 기간제 교사 생활까지 합해 35년간 아이들을 지도해 온 최명희(68) 교사는 정년퇴임 후 보육교사자격증은 물론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은 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지도해 온 경험이 많은 베테랑 교사였다.
그 역시 강북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퇴직 교사 방과후교실 지도 사업을 알게 됐고, 지난해 8월부터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초등학교 재임시절 유난히 1학년 담임을 많이 했던 최교사의 경력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지도함에 있어 더 세심하고 전문적인 부분에서 빛을 발했다. 나이가 어려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손동작을 개발해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수 개념을 익힐 때도 동요를 활용한다든가 공기돌이나 면봉을 열 개씩 묶은 것들을 활용해 낱개수와 묶음수를 익히도록 했다. 개인지도에 가까운 학습지도와 규칙을 정하고 실천하는 생활지도와 예절지도도 병행해서 이뤄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기울이는 정성이 3~4배는 더 된다는 최명희 교사는 “퇴직 교사지만 다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아이들이 처음보다 많이 발전한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참 좋다. 전문 분야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퇴직교사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서 다른 사람들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 나이 제한이 없다면, 제 건강이 허락하는 한 더 연구해서 다문화가정 아이들 교육에 힘쓰고 싶고, 이런 경험을 토대로 아이들뿐 아니라 다문화가정 학부모들에게도 그동안 경험했던 것들을 토대로 사례 중심의 강의를 하고 싶다” 라고 포부를 밝힌다.
퇴직 교사들의 끝없는 열정, 지역의 열악한 교육현장을 더 찾아간다
2011년 방과후 시설에서 활동한 퇴직 교사 44명은 올해 들어 56명으로 인원이 늘었고 지원시설도 25개소가 됐으며, 수혜인원도 529명으로 확대됐다. 뿐만 아니라 강북구는 지역아동센터, 방과후교실, 다문화가정 예비학교뿐만 아니라 올해에는 장애특수교육 전담 교사(10명)가 중증장애인가정을 직접 방문해 학습지도를 하는 것은 물론 강북구 소재 법무부 보호관찰소에 교사 5명을 배치해 보호처분으로 학업이 중단된 청소년 30명에게 검정고시 시험 대비를 위한 학습지원을 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전문 퇴직 인력을 지역 사회와 연계, 일자리를 제공하고 소외계층에겐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지원해 일자리 창출과 복지 서비스를 동시에 해결한 강북구의 ‘퇴직 교사 방과후 교실 지원’ 사업은 지난해 전국기초자치단체장 메니페스토(선거에서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고 당선 후 공약을 지켜 나가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은 ‘참공약’ 시민운동) 경진대회에서 ‘일자리 창출’ 분야 우수사례로 채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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