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사 수선화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6.03.17. 00:00
시민기자 김영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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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난 안방 창문 아래 작은 화단이 있습니다. 벽에서 추녀 끝자락 길이만큼 뻗친 두 뼘 남짓한 너비의 좁다란 공간입니다. 거기 오래된 수선화 한 포기가 자라고 있습니다. 알뿌리를 언제 처음 심었는지 지금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도 10년은 훨씬 더 된듯합니다. 해마다 3월 중순 무렵이면 화사한 노란 꽃을 피워 우리 집에 가장 먼저 화신(花信)을 전해 주는 반가운 ‘봄의 전령사’입니다. 입춘이 지나자 아직 땅풀림이 덜 된 땅을 헤치고 새싹을 내더니, 경칩을 넘기면서 꽃대가 올라오고 지금은 꽃망울이 한껏 부풀어 있습니다. 늦어도 금주 안에는 노랑나비의 날개처럼 하늘하늘한 꽃잎이 피어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수선화에 매료되기는 아주 오래전 가족이 함께 처음 제주도를 여행했을 때입니다. 바람에 흔들릴 때면 언뜻언뜻 흰빛을 드러내는 노란색 꽃들이 길가를 따라 피어 있었습니다. 봄방학 때라 서울에선 아직 꽃소식을 접하지 못한 채 떠났었는데 곱게 피운 꽃들을 보니 딴 세상에 온 듯 반갑고 신기했습니다. 평소 사진으로만 알고 있던 수선화를 처음 만난 것입니다. 제주도 남쪽 어딘가에는 자생 수선화가 자라고, 남해의 여러 섬에선 수선화가 지천으로 핀다는 얘기도 그때 처음 들었습니다. 돌아와 안방 창문 아래 양지바른 곳을 택해 수선화를 심은 것이 바로 그해 봄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소년 나르시스의 화신으로 잘 알려진 수선화. 바로 ‘자기애’를 뜻하는 나르시시즘의 어원이기도 하지요. 옛 문헌에는 수선화를 눈 속에 피는 꽃이란 뜻의 ‘설중화(雪中花)’로 부르고 있습니다. “… 부칠 곳 없는 정열을 그대는 신의 창작집 속에서 ‘파초’의 시인 김동명은 찬바람에 흔들리는 수선화를 보고 이 세상 모든 것들 중에 가장 아름답다고 노래했습니다. 새봄 창문 아래 수선화가 꽃을 피우면 위의 시에 김동진 선생님이 곡을 붙인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줄 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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