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 경제교실이 주는 교훈

시민기자 이종룡

발행일 2010.11.02. 00:00

수정일 2010.11.02. 00:00

조회 2,725

지난 10월 27일 오전 10시. 올 들어 가장 춥다는 날씨에 성북구 종암동에 위치한 종암중학교를 찾았다. 노란 은행잎이 흩어지는 교정을 지나니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처럼 향학열을 불태우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날 따라 맑고 청명한 하늘이 유난히 높아 보였다.

종암중학교는 서울의 여느 학교와 다를 바 없는 일반 중학교이지만, 정신지체나 특정학습장애가 있는 학생을 위한 특수학급이 있는 통합교육 실천 학교다. 이 학교에서는 특수학급 학생들의 직업교육을 통한 실질적인 경제교육을 위해 ‘특수학급 방과후학교’와 ‘특수학급 누룽지 경제교실’ 동아리회를 설치하여 학생들이 1년 내내 열심히 실습하면서 배우고 있다.

특히 누룽지 경제교실 동아리 학생들은 우리나라 고유음식인 ‘누룽지’를 세계의 음식으로 알리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기능성 누룽지’ 상품을 만드는 비법과 재료를 전수 받아 ‘기능성 누룽지’ 15종을 만들었다. 이 중 ‘이물비’ 누룽지는 민들레, 질경이, 쇠비름 등 9가지 풀을 달여 그 물로 밥을 지어서 만든 것이다. 한 봉지에는 누룽지 8개가 들어있는데 밥 한 공기 분량보다 조금 적은 양으로, 수분이 전혀 없으므로 들고 다니면서 과자 대용으로 먹기가 좋다. 1~2봉지를 넣고 뜨거운 물을 1~2컵 정도 부어 30분 내지 1시간 정도 그대로 두었다 3~5분간 끓여 들면 구수한 누룽지 밥이 된다.

이 동아리의 프로그램은 발달장애청소년 공동체대안학교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사랑나눔학교와 사회적기업인 '(주)아삭'이 연계하여 그 효과를 더했다. 김미성 특수학급 담당 선생님은 “특수학급 학생들의 자립 능력을 키워주는 실제적인 경제교육이 가능하고 일반학생들도 더욱 특수학급 학생들을 친근하게 대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자신 있게 말한다.

아니나 다를까 누룽지 경제교실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하나같이 밝았다. 특수학급 재학생 안유라(3년), 박희정(3년) 양은 웃음을 잃지 않고 선생님과 함께 열심히 수학 수업을 하고 있었다. 일반학생 강지혜(3년) 양 역시 순수한 특수학급 학생들을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이해하며 기꺼이 공부도 지도하고 가까이 지내고 있다고 자랑한다. 김미성 선생님은 일반학생들이 이들과 같이 어울리는 게 단지 형식적인 게 아니라면서, 만나서 퍼즐 맞추기 게임 등을 같이 하면서 응용력도 키워 나간다고 했다. 통합교육의 운영 목적은 너무나 분명하다. 일반학생들의 특수학급 학생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특수학급 학생들은 일반학생들의 행동에 자극을 받아 의욕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한편으로 '누룽지 경제교실'은 성인이 되기 위한 과정으로서 체험을 통한 직업교육이기도 하다. 이들이 만든 누룽지 제품은 일례로 지난 29일에 열린 종암중학교 한마당 축제에서 특수학급 학생들의 먹거리 장터를 열어 전교 학생들과 교직원 및 학부모에게 판매하기도 했다. 그런 먹거리 장터 운영과 펫트병 활용, 움파 재배 등을 통해서 얻은 이익금의 80%는 회원에게 분배하고 나머지 20%는 기특하게도 학교 발전기금으로 납부하되 독거노인, 어려운 소외계층, 이웃을 돌보는 데 보탬이 되도록 한다고 한다.

비록 주 1회 활동이지만 신체적 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갖고, 일반학급 학생들과 어울리며 친구가 되는 기쁨을 맛봄으로써, 특수학급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융화되는 종암중학교의 프로그램에는 많은 시사점이 있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서로를 향한 이해와 사랑이 필요하다. 그리고 누룽지를 만들어서 제품화할 때까지는 참을성을 가져야 한다. 기자가 본 학생들의 해맑은 표정과 해보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을 잃지 않는 정신적 자세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이미 칭찬과 박수를 해주고 돌아왔지만 그래도 부족하다. 아낌 없이 칭찬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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