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도 중독된다
admin
발행일 2010.03.29. 00:00
재사용 습관 및 기부, 나눔 문화의 확산을 위해서 매년 실시하는 뚝섬 나눔장터가 지난 27일 마침내 개장했다. 이 행사는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필요한 사람에게 팔고,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행사다. 2004년 처음 시작한 이래 지난해에는 매주 1만여 명이 나눔장터를 찾을 만큼 서울 시민들이 함께 교류하는 대표적인 행사이기도 하다. 개장식에 맞추어 진행된 행사에는 레인보우 어린이 응원단의 오프닝 공연, SM 아카데미 댄스, 요들 합창단이 참여해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였고, 오후에는 어린이 노래자랑이 이어져 많은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나눔의 소중함은 물론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부대행사 각 부스에서는 다양한 단체나 기관에서 참여하여 시민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윤호섭 선생님과 함께 하는 티셔츠 환경캠페인, 친환경 아이콘 페이스페인팅, 폐 현수막을 이용한 장바구니와 생리대 만들기, 서울시지방경찰청의 음주문화캠페인, 기후 변화시대 녹색생활 실천 에코마일리지와 함께 해요, 서울거리 아티스트들의 페이스페인팅 및 인물스케치' 등이 있었다. 건국대학교 병원 대장암센터장이신 황대용 교수를 비롯한 전문의들도 나눔장터에 나와 시민들의 혈압과 혈당을 측정하고 즉석 상담을 통해 건강을 체크했는데, 자신의 건강 상태를 명의들에게 점검해보려는 시민들이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올해 개장 첫날인 행사이니만큼 시민들이 가지고 나온 물건도 다양했다. 의류를 비롯하여 가전제품이나 가방과 신발을 비롯한 잡화류, 서적이나 문구류, 그리고 기타 생활용품들이 적게는 100원에서부터 1,000원에 거래됐다. 멋진 티셔츠나 청바지 한 벌은 물론 다양한 스타일의 양복까지도 3천~5천이면 구입할 수 있으니, 물품을 고르는 손길들이 찬바람을 마다하고 얽히고 설키는 것은 당연했으며, 나눔과 기부가 절로 느껴지는 장이기도 했다. 유모차를 타고 온 아이에서부터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까지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인근 분당의 낙생고를 포함한 14개의 고등학교 연합으로 이루어진 누리랑 동아리에서도 책과 서적 등을 가지고 나왔는데, 판매수익금의 전액을 제3세계 아동을 위하여 코피온(copion)에 기부한다고 했다.
"겨우내 뚝섬 나눔장터가 열리기만을 기다렸다"는 노원구의 김성희 주부는 어린딸을 데리고 왔다. "이런 나눔행사들을 많이 접하게 함으로써 딸이 성장해 나갈 때 친구들을 배려하고 이웃을 생각하면서 바르게 커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곳은 삶의 교육을 할 수 있는 곳이죠"란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김씨는 작아진 옷이나 필요 없게 된 가전제품을 대문 밖에 그냥 버릴 수도 있지만, 나눔장터에 참여하여 몇 푼이 되었든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음이 좋고, 기부를 통해서 소외계층과 함께 할 수 있으니 더욱 좋다고 말했다. 나눔장터에서는 조금은 이색적인 분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장안동의 노윤희 씨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중산층 주부로서, 자신은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새 옷에 새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형편이고 불과 2년 전만 해도 그러한 생활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나눔장터를 찾게 되었고,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 호홉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이제는 한 달에 1~2번은 꼭 들르는 매니아가 되었다.
물건도 나누고, 사연도 나누고, 마음까지 나눈다. 뚝섬에서 나눔장터가 열렸던 날은 마치 겨울 같은 봄날이었다. 그래서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의 마음은 더욱 흐뭇하고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올해부터 뚝섬 나눔장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홈페이지(http://flea1004.com)에 사전 접속해야 한다. 지난해와 달리 현장 접수는 없으며, 3주 전부터 인터넷으로 사전접수가 가능하고 사전판매 접수자는 장터 당일인 오후 2시까지 현장 등록을 마쳐야 입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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