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황혼기, 이제 일할 맛 느껴요

admin

발행일 2010.01.21. 00:00

수정일 2010.01.21. 00:00

조회 4,491

주위를 돌아보면, 건강하게 사는 어르신은 모두 일을 하고 있다. ‘일’이 주는 적당한 긴장감이 삶에 활력을 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나이 들어 직업을 구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게다가 요즘엔 청년ㆍ장년층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 보니 아예 손을 놓는 어르신이 더 많은 실정이다. 하지만 구하려 하면 얻는다고, 60세가 넘어서 당당하게 자신의 일을 찾은 어르신들이 있다. 지난해 어르신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거나 참여하고 있는 어르신 네 분을 만나봤다.

실버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 어떠세요 … 이창숙 어머님(70세)

“손님, 안녕하십니까,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이창숙 어머님은 실버카페 샤이닝에서 일하고 있다. 올해 나이 70세, 샤이닝에서 근무한 지도 벌써 7년째다. 남들은 일하기 힘들지 않냐고 하지만, 오히려 이곳에서 일하기 전 건강이 더 안좋았다. 그래도 일하고 싶은 마음에 마포노인복지관에서 모집하는 실버카페에 지원했고, 그리고 합격했다.

놀랍게도 샤이닝에서 일을 하면서 허리가 깨끗하게 나았다. 많이 걷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보니 건강을 되찾은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이창숙 어머님은 이곳에서 일하면서 사람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릴 수 있게 된 것 같아 좋다고 말한다.

“경력이 쌓이다 보니 이 손님은 어떤 차를 마시고, 또 이 손님은 물의 양을 얼마만큼 해야 하는지 알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맞춰드리면 손님들이 참 좋아하세요. 물론 저도 기분이 좋고요.”

그러다보니 어머님에게 있어 샤이닝은 특별한 공간이 됐다. 차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자신도 모르게 행복을 느낀다.

“젊은 사람들이 카페를 많이 찾는데, 카페에 와서 이야기하고 웃고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곳이 나이에 상관없이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느껴져요."

그런 공간에서 어머님은 생활하고 계신다. 그래서일까? 출근 시간은 하루 중 가장 설레는 시간이다. 어머님은 그런 설렘을 많은 어르신들이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 쇠약해지고, 자신감도 없어져요. 하지만 일자리가 있으면 나이 들어서도 삶의 보람과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보람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건강도 찾고 용돈도 벌고 … 한길자 어머님(67세)

한길자 어머님은 지난해 마포사랑 실버캅으로 활동했다. 어머님이 주로 하는 일은 초등학교 건널목에서 교통깃발을 들고 교통안전지도를 하는 것. 단순한 일 같았지만,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서 조금 힘들었다고. 그러나 아이들이 건네는 인사는 어머님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었다.

“아이들이 저를 볼 때마다 인사를 하는데, 친손자 손녀처럼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요. 학교 선생님들도 감사하다고 자주 인사를 하시고, 그때마다 보람을 느꼈어요.”

게다가 실버캅을 시작하고 나서 당 수치가 뚝~ 떨어져 건강까지 되찾게 됐다. 사실 실버캅도 당뇨가 있고 위가 안 좋아서 치료비를 벌 겸 시작했다. 그런데 많이 걷고 활동하면서 200이었던 당 수치가 101로 떨어졌다. 돈도 벌고 건강도 찾으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은 셈이다. 그래서 그는 올해도 마포사랑 실버캅에 지원할 계획이다.

“실버캅 모두가 저처럼 건강해졌을 거예요. 활동하면서 팀원들과 이야기도 하고 아이들을 보니 즐거워서 우울증도 사라졌거든요.”

아이가 넘어질 때마다 할머니 마음으로 … 조은정 어머님(65세)

조은정 어머님은 선생님이었다. 그러나 ‘내 자녀 교육이 먼저지’ 하는 마음에 교단에 선지 15년 만에 일을 그만뒀다. 그 후 아이들을 키우고 집안일을 하면서 30년이 흘렀다. 아직 아이들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서일까. 어머님은 지난해 특수학교 보조교사를 뽑는 자리에 지원서를 냈다. 설마 될까 싶었지만 용기를 냈고, 용강초병설 유치원에 나가 특수반 아이들을 보조하기 시작했다.

“교직에 대한 아쉬움을 이제야 풀게 된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내가 하는 일이 특수 아동들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는 일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머님이 속한 특수반에는 언어장애, 발달장애, 자폐아, 지체장애 아이들이 있다. 그중에서 어머님은 눈이 동그랗고 통통한 볼을 가진 자폐아의 등원을 도왔다. 소아마비는 아닌데 다리가 약하여 조금만 건드려도 넘어지는 6살 아이였다.

“모든 일상을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특수교사들의 가장 큰 임무임에도 아이가 넘어지려고 하면 난 언제나 할머니의 심정으로 돌아가요.”

그래서 손잡아 주지 않아야 할 때도 얼른 손이 먼저 나간다. 식판도 넘어질까 잡아주기 일쑤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변화한다고 느낄 때 어머님은 보람을 느낀다.

“미끄럼 타기를 무서워하던 아이가 무서워하지 않고 타는 일, 세발자전거 페달을 밟을 수 있는 일 등 아주 쉽고 작은 변화에서 감동을 느껴요.”

어머님은 가끔씩 아이들의 미래 모습을 상상해본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항상 기도하고 있다.

친정 부모님을 뵙는 것 같아요… 박옥자 어머님(64세)

박옥자 어머님은 2007년부터 마포노인복지관에서 복지도우미 활동을 해왔다. 처음에는 이 일을 과연 잘 해나갈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과 마음이 통한다는 것이 얼마나 따뜻한 일인지 몸소 느꼈다.

“어르신들에게 지금 갈게요, 라고 전화를 하면 추운 날씨에도 문 앞에 나와 반갑게 맞아주시고 기다려주세요. 그럴 때마다 오히려 죄송스럽습니다.”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처음엔 도움을 드린다고 했던 일이, 계속 만나다 보니 자신이 도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마음을 써 주실 때면 몇 년 전 돌아가신 친정 부모님이 생각나곤 했다. 그럴 땐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고.

“뭐 도와드릴 거 없어요? 라고 하면 아직은 내 몸이 성하니 괜찮다고 하시면서 이야기나 하자고 제 손을 꼭 잡아주세요. 처음에는 집에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던 어르신께서 마음을 열었을 때, 얼마나 기쁘고 보람 있었는지 몰라요.”

지난 겨울에는 어르신들의 체온을 높여드릴 내의를 가지고 간 적이 있었다. 이번 겨울은 따뜻하게 보낼 것 같다는 말씀에 어머님도 가슴이 뿌듯해졌다. 복지도우미를 하면서 작지만 큰 행복을 느꼈다는 박옥자 어머님. 어르신들을 통해 오히려 삶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

■ 2010년 노인일자리 3만 8천여 개 생긴다

일자리를 구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올해가 좋은 기회일 듯싶다. 서울시는 올 한해 3만8천여 개의 어르신일자리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어르신 일자리는 공공분야 일자리와 민간분야 일자리로 나눠지는데, 2월 조기 시행하여 일자리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어르신 일자리에는 아동안전지킴이, 학교급식도우미, 숲생태 해설사, 어린이집 보육 놀이교사 등이 있다.
노인 일자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일자리플러스센터(http://job.seoul.go.kr/)의 고령자 취업 채용 코너를 참고하거나, ☎ 1588-9142로 문의하면 된다. 또 서울시 다산콜센터(☎120)나 구청 노인일자리 담당부서에 문의해도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노인일자리와 함께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알고 싶으면 자치구 노인종합복지관에 문의하면 된다.

하이서울뉴스/조선기

#노인일자리 #실버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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