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 '김대건 신부'를 찾아서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0.12.08. 17:45

수정일 2020.12.08. 17:45

조회 226

※ 본 기사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기 이전에 방문한 후 작성된 것입니다. -편집자주

유네스코는 2004년부터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치하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의 기념일을 유네스코 연관 기념행사로 선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탄생 250돌을 맞은 다산 정약용이 ‘기념인물’로 선정됐고, 허준의 <동의보감> 발간 400돌이 된 2014년에는 ‘유네스코 기념의 해’로 지정됐다. 2019년 11월 유네스코는 김대건 신부를 2021년 세계기념인물로 확정했다. 2021년은 김대건 신부가 충청남도 당진 솔뫼마을에서 태어난 지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1821년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충청남도는 물론이고 한국천주교회도 이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여러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특별 기획 전시 ‘오랜 기다림, 영원한 동행’이 열리고 있는 절두산 성지와 1846년 그가 군문효수형을 선고받고 처형된 새남터를 찾아보았다.

당진시가 2021년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과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 선정을 기념해 만든 김대건 신부 캐릭터
당진시가 2021년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과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 선정을 기념해 만든 김대건 신부 캐릭터 ⓒ당진시청

절두산 순교성지는 1866년 병인박해로 무수한 천주교인들이 처형된 형장이었다. 성지 안에 있는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 열리는 ‘오래된 기다림, 영원한 동행’은 근대 지식인이자 조선 최초의 유학생인 김대건이 걸어온 길을 함께 되짚어보고자 기획되었다고 한다.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절두산 성지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절두산 성지 ⓒ이선미

박물관에서는 당시 사상적으로나 제도적으로 굳게 닫힌 조국의 문을 열기 위해 자신의 처지와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했던 김대건의 삶을 돌아보며, 지금 감염병 위기 상황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위로와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오래된 기다림, 영원한 동행’이 열리고 있는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오래된 기다림, 영원한 동행’이 열리고 있는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이선미

한편 김대건은 조선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선교사들을 위해 ‘조선전도’를 제작하기도 했다. 1845년 제작된 이 지도는 현재 국립 프랑스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다.

새남터 성당은 ‘천주교 서울 순례길’의 ‘한강 순례길’에 포함되어 있다. 이 길은 서울시와 천주교 서울대교구, 서울관광재단이 4년여의 노력 끝에 일궈낸 결과로 2018년 9월 아시아 최초의 교황청 공식 국제 순례지로 선포되기도 했다.

많은 천주교인이 순교한 새남터에 1987년 기념성당이 세워졌다.
많은 천주교인이 순교한 새남터에 1987년 기념성당이 세워졌다. ⓒ이선미

'새남터'는 조선시대에 군사를 훈련시키는 연무장이자 중죄인들의 처형장이었다. 1456년 세조 2년에는 성삼문 등 사육신이 이곳에서 죽음을 당했고, 1801년 순조 1년 때 일어난 신유박해 이후에는 많은 천주교인이 처형되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이가 김대건 신부였다. 1956년 천주교 순교자 기념탑이 세워졌고, 1987년에 지하 1층, 지상 3층, 종탑 3층으로 된 전통 양식의 기념성당이 세워졌다.

우리나라에 입국한 첫 중국인 사제 주문모도 새남터에서 순교했다
우리나라에 입국한 첫 중국인 사제 주문모도 새남터에서 순교했다. ⓒ이선미

어둑해져가는 오후에 새남터 성당을 찾아갔다. 열차 방음벽에 설치한 대형 야외 유리화 ‘김대건 신부의 축복’이 먼저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새남터에서 순교한 12명의 주교와 사제, 신자들이 평화롭게 묘사되어 있었다. 문화역284 복원 사업의 핵심인 중앙홀 천창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한 조광호 신부의 작품이었다.

열차 방음벽에 새남터에서 순교한 12명의 모습을 새긴 대형 유리화가 설치되어 있다. 이 가운데 7명은 프랑스 선교사였다
열차 방음벽에 새남터에서 순교한 12명의 모습을 새긴 대형 유리화가 설치되어 있다. 이 가운데 7명은 프랑스 선교사였다.ⓒ이선미

코로나19 때문이기도 하지만 새남터 성당에는 긴장이 흘렀다. 일요일 미사를 준비하기 위해 방역을 하느라 내부에 곧장 들어갈 수가 없었다. 성당 뒷마당에 새남터가 형장이었다는 걸 상기시키는 공간이 있었다. 그 옛날 한강변에 있었을 모래더미가 유리덮개 아래 놓여 있었다. 지난 2006년 문을 연 새남터기념관은 코로나19 때문에 문을 닫은 상태였다.

처형장이었던 옛 자취를 기억하게 하는 공간
처형장이었던 옛 자취를 기억하게 하는 공간 ⓒ이선미

성리학이 사람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던 유교국가에서 평등과 박애를 가르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김대건은 자신의 부모로부터 배운 천주교 교리가 가르치는 세상을 꿈꿨다. 그리고 그 사랑을 실천하고 나누고자 신부가 되었다. 천주교에서는 사제가 되기 위해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조선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김대건은 최양업, 최방제와 함께 중국을 거쳐 마카오 신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6년 동안 신학과 철학, 라틴어 등의 언어와 역사 등을 배우고 1845년 한국인 최초의 사제가 되었다. 그리고 선교사들의 입국로를 개척하러 황해도에 다녀오는 길에 체포돼 사제가 된 지 약 1년 만인 1846년 9월 새남터에서 순교했다. 불과 25세였다.

25살 나이로 순교한 젊은 김대건 신부 상이 절두산 성지에 있다.
25살 나이로 순교한 젊은 김대건 신부 상이 절두산 성지에 있다. ⓒ이선미

당시 조정에서는 그의 출중한 학식과 능력을 아깝게 여겼다고 한다. 그는 옥중에서 조정의 요청으로 세계지리에 관한 책을 집필했고, 영국에서 만든 세계지도를 번역하고 채색해 대신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대신들은 이 같은 재능을 학술적으로나 외교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구명에 힘썼으나 당시 영의정 권돈인이 이를 원천 봉쇄했다.

새남터 성당은 외관과 내부에 전통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었다
새남터 성당은 외관과 내부에 전통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었다. ⓒ이선미

유네스코가 김대건 신부를 ‘2021년 세계기념인물’로 선정한 데에는 그가 짧은 생을 통해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생각을 증거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배운 것을 올바른 가치와 어린이들을 위해 활용하고, 1845년에는 천연두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퇴치 처방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의 평등사상과 인간애는 유네스코의 이념과 부합하는 것이다.

한국천주교회는 지난 11월 29일부터 2021년 11월 27일까지 기념하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의 표어로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를 택했다. 이 질문은 천주교 신자들만이 아니라 종교인들에게 정체성을 묻는다. 과연 자신이 믿는 신앙을 살고 있는가? 그것은 또한 우리 모두에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며 살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기도 하다.

절두산 순교성지
○ 위치 :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 6
○ 홈페이지 : www.jeoldusan.or.kr 
○ 문의 : 02-3142-4434

천주교 순교성지 새남터 기념성당
○ 위치 :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촌로 80-8
○ 홈페이지: http://saenamteo.or.kr/
○ 문의 : 070-8672-0327 (안내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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