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시민의숲에서 꼭 기억해야 할 위령탑·충혼탑 3곳!
발행일 2020.11.25. 10:49
1987년 11월 29일 바그다드에서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858기가 미얀마(버마) 상공에서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동근무자 및 승무원 한국인, 외국인 등 115명 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단순 사고가 아닌 계획된 범행으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이었다. 이제 이 엄청난 사건을 접했던 사람들의 기억도 희미해졌고, 사건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외로운 영혼들을 우린 기억해야 한다. 양재시민의숲 남측 구역엔 그들을 위로하는 위령탑이 있다.
대한항공 858편 위령탑 Ⓒ박종섭
대한항공 858편 위령탑 희생자 건립기 Ⓒ박종섭
우리는 이렇게 숨진 무고한 희생자 115명의 영혼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땅을 굳건히 지키는 일은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삼풍백화점 희생자 위령탑 Ⓒ박종섭
양재 시민의숲에 가면 기억해야 할 위령탑이 또 하나 있다. ‘삼풍백화점 참사 위령탑’이다. 사망자 수만 무려 502명, 부상자도 937명에 달한다. 1995년 6월 29일 퇴근길 긴급 뉴스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지상 5층 지하 3층 백화점 건물이 폭삭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부실시공과 불법 설계, 공무원 뇌물수수, 불법 용도변경, 안전불감증 등 총체적 부패구조의 한 단면이었다. 해외로 긴급 타전되는 외신에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선이 싸늘했다. ‘한국 업체가 시공한 해외 공사는 안전한가’라는 의구심에 한국의 이미지가 추락까지 야기됐다.
무더위 속에 백화점을 찾은 사람들과 쇼핑객들 그리고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러 찾은 인근 주민이 무너진 건물더미 속에 깔려 있었다. 아비규환이 된 건물더미 속에서 희생자와 부상자 구출은 TV로 생중계되며 온 국민과 아픔을 같이했다. 오랜시간 버티고 살아남은 생존자의 구출을 보며 환호하기도 했다. 다시는 이러한 부패구조의 부실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는 의미에서도 이 사건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 희생자들의 넋이 외롭지 않도록 국민의 이름으로 위로해주어야 한다. 위령탑 뒷면에는 희생자 502위 이름이 또박또박 새겨져 있다.
삼풍백화점 희생자 위령탑 뒷면에 희생자 이름이 새겨져 있다.(좌), 유격백마부대 충혼탑(우)Ⓒ박종섭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자랑스러운 이름은 ‘유격백마부대 충혼탑’이다. 유격백마부대는 1950년 10월 북진하던 유엔 연합군이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철수하게 되자 평안북도 일대에서 치안 활동을 하던 청년들과 오산학교 학생들에 의해 결성된 비정규군이었다. 유격백마부대원 2,600여 명은 변변한 지원도 없는 상황에도 북한군과 500여 회의 교전을 통해 적을 사살하고, 중공군을 생포했다. 이 과정에서 552명이 희생되었고 유격백마부대 생존 대원들의 노력으로 충혼탑이 세워졌다.
유격백마부대 선언서와 유격대원 모습 Ⓒ박종섭
이름도 군번도 없이 오직 나라 사랑의 일념으로 나선 유격백마부대 비정규군들의 희생은 고귀하다 못해 숭고하다 해야 할 것이다. 유엔군 철수 지시에 따라 인천 용유도 왕산해수욕장에서 1953년 10월 25일 유일하게 찍은 사진이 그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유격백마부대 선언서가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는 신성 유격 전사이다. 주검으로써 대한민국에 충성을 다한다.’ 이름 모를 산하에 목숨을 바친 그들의 영혼에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
가을 단풍으로 물든 양재시민의숲 Ⓒ박종섭
양재시민의숲은 올해도 오색단풍으로 곱게 물들었다. 마치 그들의 숭고한 죽음을 위로해주는 듯하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이렇게 경제발전을 이루고 민주국가의 틀을 굳건히 한 것도 이러한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최초 숲 개념을 도입한 공원이자 시민들에 훌륭한 녹색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양재시민의숲에 그들의 넋을 위로하는 기념탑을 세워 그들을 기억하고 위로하는 것은 남겨진 우리에게 당연한 도리일 것이다.
■ 양재시민의숲
○ 위치 : 서울시 서초구 매헌로99(양재동 236)
○ 개장 시간 : 상시개방
○ 위령탑 : 백마부대 충혼탑, 대한항공 858편 위령탑, 삼풍백화점 희생자 위령탑 등
○ 홈페이지 : http://parks.seoul.go.kr/citizen
○ 문의 : 02-575-3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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