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다양한 형태의 무거운 쇳덩어리, 철 가공기계가 만들어 내는 쇳소리와 작업 중 발생하는 특유의 냄새가 가득한 문래창작촌을 찾았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문래동(文來洞) 지명은 옛날 안양천과 도림천 기슭에 모래가 많아 ‘모랫말'(사천리)로 불리던 것을 음차했다는 설이 정설로 여겨진다. 2000년대 초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으로 홍대, 대학로 등지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문래동의 비어 있는 철공소 공장 위에 작업실을 하나둘씩 만들면서 형성된 것이 ‘문래창작촌’의 시작이다.
크고 무거운 쇳덩이 가공은 당연히 1층에서 작업할 수밖에 없기에 철공소 작업장 위는 열악한 환경과 소음으로 저렴한 임대료를 형성하며 이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매력적이다. 또한 일부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은 부득이 소음이 발생한다. 이곳 문래창작촌은 주택가나 일반 사무실이 밀집한 곳과 달리 소음 민원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필자가 방문한 날은 평일이라 그랬는지, 아니면 코로나19의 여파를 다른 곳보다 조금 더 심하게 겪고 있기 때문인지 곳곳의 작은 골목들은 적막감을 느낄 정도로 방문객이 적었다. 다만 철공소 작업장 이곳저곳에서 여유롭게 철제 가공을 하는 작업자와 가공기계 소리가 아직 살아 숨 쉬는 곳임을 알려 주고 있었다. 크고 무거운 철제 가공 작업장은 대부분 대로 변 안쪽의 조금 넓은 도로변 작업소에서 이루어지고, 소형 철제 가공이나 기계 부속품과 같은 완제품 판매는 작업 공간이 많이 필요치 않은 탓인지 작은 골목길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새롭게 들어선 예술가들의 작업실, 공방, 카페, 식당 등이 철물 관련 작업장이나 상점과 함께 공존하고 있는 골목길 탐방은 매우 흥미로웠다.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에서 조금만 걸으면 ‘문래창작촌’ 안내 간판을 만날 수 있다 ⓒ양인억
문래창작촌 입구의 한 식당에 그려진 벽화는 문래창작촌 주변의 조형물을 담고 있다. 식당 건물 4층에 입주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자랑하는 식당 주인을 만나 기분 좋았다. 기존 상점과 새로 입주한 예술가들의 상생의 결과물, 그리고 이를 자랑스러워하는 식당 주인, 행복한 상생의 모습이다. ⓒ양인억
문래창작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에 설치된 못을 빼는 망치 조형물 ⓒ양인억
안태영, 문정태 작가의 <명제 : 피어오르다>는 전통적 철 가공 장비인 “모루와 망치”를 모티브로 새롭게 피어오르는 희망처럼 새싹들이 꿈틀대는 형상을 표현했다. ⓒ양인억
문래창작촌이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알려지게 되면서 많은 방문객들의 지나친 사진 촬영이 작업 방해를 불러일으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철공소와 예술 작가들이 함께 고민한 결과 '촬영 금지’ ‘초상권’ 등이 포함된 사진촬영 자제 요청 간판을 문래창작촌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양인억
대로변 안쪽 철공소 작업장에 쌓여있는 다양한 형태의 쇳덩이 원자재 ⓒ양인억
철공소 작업장 곳곳에서 문래창작촌 예술작가들의 작품들과 마주친다. 작업장에 한가운데 위치한 ‘대안예술공간 이포’ 앞에 ‘50+ ART SHOW’ 전시회를 알리는 포스터가 걸려 있다. ⓒ양인억
필자가 수강하고 있는 '사회공헌 사진가' 과정에서 작업한 다문화가정 가족사진 촬영 작품과 스틸 컷 전시물을 담당 강사와 50+ 수강생들이 살펴보고 있다. ⓒ양인억
'셀프 인테리어' 강좌 수강생들의 우드 조명과 타일트레이 작품 ⓒ양인억
'북 큐레이션 실습 과정' 강좌에서 마련한 ‘크리스마스 :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는 크리스마스 관련 다양한 인쇄물, 미디어, 음반을 전시하고 있다. ⓒ양인억
철공소 위에 입주해 있는 예술가들에게 빈 시멘트 벽은 작가들의 캔버스이다. 화려한 그라피티는 회색 도시에 생기를 심어준다. ⓒ양인억
'대안예술공간 이포’ 전시장 옥상에서 바라본 문래창작촌 전경. 고층의 현대적 건물 숲에 둘러싸여 있는 문래창작촌이 대조적이다. ⓒ양인억
문래창작촌의 골목길 대부분은 두 사람이 함께 걷기 힘들 정도로 매우 좁다. 골목길 곳곳에서 다양한 벽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양인억
오래된 익숙함에서 여유로움 그리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문래창작촌의 골목길 ⓒ양인억
화장실 표지에서도 문래창작촌의 예술가와 철공소 장인들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양인억
대도시 서울답지 않게 어지럽게 얽히고설켜있는 전깃줄. 아름답게 단풍 든 포도넝쿨 잎들이 역시나 생경한 도심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문래창작촌 골목길 ⓒ양인억
문래창작촌에는 다양한 공방도 있다. 허락을 얻어 촬영한 사진은 등나무(Rattan) 공예를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작업 중인 등나무 공예품이 걸려있다. ⓒ양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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