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옷을 입은 이유? 우리동네 마을기업에게 묻다!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0.11.06. 11:03

수정일 2020.11.06. 11:03

조회 738

성동구 도선마을공원 건너편에 문을 연 'N.TREE' 매장
성동구 도선마을공원 건너편에 문을 연 'N.TREE' 매장 ⓒ윤혜숙

성동구 도선마을공원 건너편에 카페가 문을 열었다. 그런데 동네서 흔히 보았던 그런 카페가 아니다. 카페 앞에 이르자 필자보다 앞서가던 행인이 “저 집 오픈한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커피도 맛있어!”라고 말하니 일행이 맞장구 친다. 과연 어떤 카페일지 궁금했다.

카페 앞에 설치한 입간판에 ‘커피가 옷을 입는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N.TREE Shop & Coffee’라는 상호를 보고, 매장 안에 들어가니 옷가게와 커피점이 한 공간에 있다. 그런데 혼재되어 있지 않고 구분되어 있어서 세련되게 정돈된 분위기다.

옷가게와 커피점이 한 공간에 있다.
옷가게와 커피점이 한 공간에 있다. ⓒ윤혜숙

이곳은 나눔봉제협동조합이 오랜 준비 끝에 지난 10월 12일에 문을 연 옷가게이다.  지금껏 조합원들은 각자 동대문시장에 납품할 의류를 주문받아서 제작해왔다. 조합원들이 직접 원단을 선택하고, 기획해서 생산, 판매까지 담당한다. 디자이너를 고용해서 최신 유행에 맞춰서 의류를 디자인한 뒤 조합원들이 할당해서 의류 본을 뜨고 의류를 생산한다. 이때 조합원들이 각자 가진 비결을 공유함으로써 고품질의 의류를 생산하고, 중간이윤을 최소화해서 소비자에게 품질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커피 등의 음료 및 쿠키를 판매하고 있다.
커피를 마시면서 의류를 쇼핑할 수 있다.  ⓒ윤혜숙

커피를 주문한 뒤 매장 안을 둘러보았다. 청소년이 선호할 만한 옷들이 즐비하다. 가까이 가서 옷을 만져보니 질감이 좋다. 제대로 만든 옷이다.

나눔봉제협동조합 이경우 기획실장은 “커피점에 옷을 추가했다. 그래서 커피가 옷을 입는다는 말로 매장의 컨셉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이곳을 방문한 손님은 커피를 마시면서 의류를 쇼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두환 이사는 “이곳이 지역주민의 소통공간이자 휴식공간이면서 조합원들의 상호 협력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길 원한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들이 청소년이 선호할 만하다.
매장에 진열된 옷들. 디자인도 품질도 좋다. ⓒ윤혜숙

나눔봉제협동조합은 행정안전부에서 지정하는 ‘2020년 신규 마을기업’으로 선정되었다. 마을기업이 된 나눔봉제협동조합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았다. 이 조합은 작은 계 모임에서 출발했다. 성동구는 섬유제조업 종사자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동대문 도매시장과 인접해 있어 신속한 물류와 거래의 용이성을 강점으로 5인 이하의 영세한 사업장들이 밀집되어 있다.

단순히 7명의 봉제업 대표가 모여서 부자재를 공동구매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고 따라서 수익성도 나아질 거라는 생각에 의견을 모았다. 나아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처럼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다 보면 새로운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으리라고 보았다.

조합을 설립하기 전에는 봉제업 종사자가 지원받을 통로라던가, 봉제업의 애로사항 등을 어떻게 전달하고 해결해야 할지 막막했다. 조합을 설립한 후에는 조합을 통해 지원사업부터 제안사업까지 다양하게 추진할 수 있었다. 봉제 업체들의 고충도 조합의 이름으로 조합원들을 대신해 지자체에 전달하다 보니 의외로 문제해결이 빨라졌다.

조합원이 면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 면마스크를 제작해 서울시와 성동구에 전달하기도 했다. ⓒ나눔봉제협동조합

조합 설립 초기에 조합원들이 원했던 부자재 공동구매사업은 현재까지 많은 조합원이 이용 중이며 원가 절감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성동구청과 나눔봉제협동조합, 성동패션봉제협동조합이 폐원단 수거 협약을 체결했다. 봉제 업체들의 폐원단을 저렴한 가격에 수거하고, 이 폐원단을 재활용업체에서 재사용하고 있다.

또한 지역을 위한 나눔 봉사도 펼치고 있다. 성동구 사근동 노인복지센터와 협약을 통해 매년 소정의 성금과 물품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 서울시, 성동구청 등에서 성동패션봉제인연합회로 마스크 제작이 가능한지 문의가 들어왔다. 성동패션봉제인연합회는 나눔봉제협동조합, 성동패션봉제협동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사천리로 원단 수급부터 제작, 납품까지 사무실 직원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봉제 업체들까지 주말도 반납한 채 마스크 제작에 매달려 마스크를 전달했다. 

나눔봉제협동조합 차량
나눔봉제협동조합 차량 ⓒ나눔봉제협동조합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신규 사업이 지연되면서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다행히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며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마을기업 사업으로 '다이렉트 묶음 배송', '봉제인 교육사업', ‘날아라옷차’ 세 가지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날아라옷차’는 조합이 운영하는 야간배송차다. 생산한 옷이 소진되지 않았을 때 지역주민을 찾아가서 판매하는 사업이다.

나눔봉제협동조합은 이외에도 ‘월차’라는 이름으로 조합원들의 제품을 한꺼번에 수거하여 동대문 저녁 시간에 배송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또한 동대문시장에 납품하는 것 이외에도 판매 채널을 늘리기 위해 ‘소영씨마켓’, ‘공감마켓정’에 의류를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조합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조금씩 수익을 내고 있다.

나눔봉제협동조합 김두환 이사와 이경우 기획실장
나눔봉제협동조합 김두환 이사와 이경우 기획실장 ⓒ윤혜숙

이경우 기획실장은 협동조합 설립에 관심 있는 영세업체를 위해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면서 “나 혼자보다는 함께가 훨씬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 협동조합 설립을 어려워하지 말고 한두 명이라도 모여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나누는 행복, 함께 일하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라는 나눔봉제협동조합이 펼쳐나갈 행보가 기대된다. 필자는 지역주민으로서 'N.TREE' 매장을 자주 방문할 것 같다. 커피를 마시거나 옷을 구입하기 위해서.

나눔봉제협동조합
○ 주소 :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21길 4(3층)
○ 문의 : 02-2291-7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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