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조선왕릉의 역사가 되살아났다! '조선왕릉문화제'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0.10.27. 15:50

수정일 2020.10.27. 15:50

조회 107

제1회 조선왕릉문화제가 10월 16일부터 25일까지 열렸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재재단이 주관한 조선왕릉문화제는 ‘새로 보다, 조선왕릉’이라는 주제로 동구릉, 서오릉, 선정릉, 영릉 등 수도권 7곳의 왕릉에서 펼쳐졌다.

제1회 조선왕릉문화제가 수도권 7곳의 왕릉에서 열리고 있다.
제1회 조선왕릉문화제가 수도권 7곳의 왕릉에서 열렸다. ⓒ문화재청

지난 토요일, 왕릉 가운데 드물게 강남 도심에 자리한 '선정릉'을 찾았다. 조선 9대 임금인 성종과 정현왕후, 그리고 그들의 아들인 11대 중종이 묻힌 곳이다. 사전예약으로 ‘달빛 품은 왕릉에 서다’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미 ‘선정릉 보물찾기’에 참여한 시민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다음 프로그램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정릉의 주요 장소에서 성종과 정현왕후, 그리고 중종과 관련된 미션을 수행하면서 보물을 찾았다고 한다.

첫번째로 열리는 축제여서인지 긴장감이 느껴졌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조선왕릉문화제 ⓒ이선미

 코로나19 때문에 회당 15명만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제향공간인 재실로 향하면서 해설사가 선정릉과 성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성종은 안정적으로 국가를 이끌었고 ‘경국대전’과 ‘악학궤범’ 등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재실에서 연극과 연주를 관람했다.
재실에서 연극과 연주를 관람했다. ⓒ이선미

평소에는 늘 비어있던 재실에서 성종 승하 후 능지를 결정하는 과정을 연극으로 보여주었다. 대신들이 여러 후보지 가운데 광평대군이 묻혀 있는 묘자리를 추천했다. 연산군과 할머니 소혜왕후는 풍수지리 등을 들어 반대했지만 특히 영의정 윤필상이 강력하게 주장해 결국 광평대군의 묘를 이장하고 성종이 여기에 묻히게 되었다.

광평대군의 묘를 이장하고 성종이 선릉에 묻히게 된 과정을 연극으로 보여주었다.
광평대군의 묘를 이장하고 성종이 선릉에 묻히게 된 과정을 연극으로 보여주었다. ⓒ이선미

이어서 악사들이 여민락을 연주했다. 세종 임금 때 창제돼 지금까지 이어지는 여민락은 원래 ‘용비어천가’를 노래하던 것이었지만 지금은 관현악곡으로 연주되고 있다. 지금 여민락을 만날 수 있는 것 역시 성종이 ‘악학궤범’으로 궁중음악과 향악 등을 전해준 덕분이다.

거문고, 장구, 대금과 해금, 아쟁과 가야금 등으로 여민락이 연주되었다.
거문고, 장구, 대금과 해금, 아쟁과 가야금 등으로 여민락이 연주되었다. ⓒ이선미

500년 수령의 은행나무를 지나 정자각으로 향했다. 홍살문 앞에 서자 능행 온 임금이 배위에서 국궁사배를 하던 모습을 재현해 주었다.

국궁사배 하는 임금의 모습을 재현했다.
국궁사배 하는 임금의 모습을 재현했다. ⓒ이선미

선릉은 하나의 정자각을 두고 서로 다른 언덕에 봉분과 상설을 조성한 동원이강릉(同原異岡陵)으로 서쪽 언덕에 성종이, 동쪽 언덕에 정현왕후가 모셔져 있다.

선릉 능침에 올랐다. 불 밝힌 도시가 내려다보였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정자각에 불이 켜져 아주 특별한 느낌이었다.

어둠이 내리자 정자각을 밝히는 불이 켜졌다
어둠이 내리자 정자각을 밝히는 불이 켜졌다. ⓒ이선미

자연 그대로를 살린 길을 따라 내려와 또 한 편의 연극을 보았다. 성종의 아들이자 10대 임금이었던 연산군의 비극이 시작된 사건을 묘사했다. “숙의 윤씨를 올려서 비(妃)로 삼으니 바로 판봉상시사 윤기견의 따님인데, 금상 전하를 탄생하였다.” 성종의 묘지문을 보던 연산군이 놀라 물었다. “내 어머니는 윤호(尹濠)의 따님이 아닌가?”

이 묘지문으로 연산군은 자신의 생모가 정현왕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 생모인 폐비 윤씨가 사약을 받고 죽었다는 참혹한 사실도 알게 되었다. 실록은 그날 연산군이 밥을 먹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불행한 비밀을 알게 된 연산군은 결과적으로 폭군이 되고 말았다. 어둠 내린 왕릉에서 흐느끼듯 음악이 흐르고 파란만장한 왕궁의 슬픈 역사가 달빛과 별빛 아래 되살아났다.

성종의 묘지문으로 자신의 어머니 폐비 윤씨를 알게 된 연산군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성종의 묘지문으로 자신의 어머니 폐비 윤씨를 알게 된 연산군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이선미

중종의 정릉에서는 문정왕후 이야기를 들었다. 천하를 호령하던 문정왕후였으나 죽어서 남편 곁에 묻히고 싶었던 소망은 이루지 못했다.

한 왕조의 무덤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오백 년 동안 제사가 유지된 것은 조선왕조 말고는 없다고 한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될 때도 이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왕릉과 종묘, 궁궐 등은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임금들의 역사만이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모습도 이어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움이 커진다.

밤이 내린 왕릉에서 음악으로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밤이 내린 왕릉에서 음악으로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이선미

가을 해가 많이 짧아져서 금세 어두워져버렸다. 조족등에 의지해 걷는 것만으로도 긴장됐다. 올해 첫 회를 시작했으니 계절에 따라 시간도 적절하게 조정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위가 칠흑같이 어두워지자 강남 한복판에서도 별빛이 빛났다. 연극과 음악과 함께 한 ‘달빛 품은 왕릉’에서의 잠시, 정말 달빛 속에 별빛도 반짝였다.

http://www.조선왕릉문화제.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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