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재의 보고, 월암근린공원 일대를 걷다

시민기자 최병용

발행일 2020.08.27. 11:28

수정일 2020.08.27. 11:28

조회 470

※ 이 기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전에 작성되었습니다 - 편집자주

서울역사박물관을 다녀오는 길에 길을 잘못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홍난파 가옥이 있는 월암근린공원을 만났다. 월암공원 일대는 홍난파 가옥뿐 아니라 베델의 집터, 앨버트 테일러가 거주했던 딜쿠샤, 권율 장군의 집터까지 역사문화재의 보고이다.

월암근린공원 일대는 여러 역사적 명소를 품고 있다
월암근린공원 일대는 여러 역사적 명소를 품고 있다 ⓒ최병용

홍난파 가옥은 본래 독일 영사관으로 쓰이다 홍난파 선생이 6년간 지내면서 말년을 보냈는데 이 때문에 홍난파 가옥이라 부르고 있다. 홍난파는 이 집에서 그의 대표작 가운데 많은 작품을 작곡했다. 예전에는 대문과 마당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쉽게도 흔적이 없다. 이 집의 지붕은 다른 서양 선교사 집보다 경사가 가파르며 거실에 벽난로가 있다.

등록문화재 제90호 홍난파 가옥
등록문화재 제90호 홍난파 가옥 ⓒ최병용

홍난파 가옥이 만약 도심 한복판에 있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을 거다. 다행히 성벽 밑 외진 곳에 있어서 지금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홍난파 선생이 사용했던 침대에선 창밖으로 인왕산이 훤히 보인다고 하는데 아쉽지만 코로나19로 문이 굳게 잠겨 있어 홍난파 전시실로 꾸며져 있는 내부는 다음을 기약했다.

홍난파 가옥의 창문으로 인왕산이 보인다.
홍난파 가옥의 창문으로 인왕산이 보인다 ⓒ최병용

고향의 봄, 봉선화 등 가곡과 동요 100여 곡을 작곡한 홍난파 선생을 기리기 위해 난파 기념사업회에서 1968년에 세운 홍난파 상이 집 앞에 있다. 후면에 '우리나라 최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1936년에는 경성방송 관현악단을 창설하여 지휘하신 방송 음악의 선구자이시다. 난파를 기리는 이들의 정성을 모아 그 모습을 새겨 여기 세우니 과연 인생은 짧아도 조국과 예술과 우정은 길구나'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고향의 봄 작곡가 홍난파 상(1898.4.10-1941.8.30)
고향의 봄 작곡가 홍난파 상(1898.4.10-1941.8.30) ⓒ최병용

홍난파 가옥에서 공원 쪽으로 계단을 오르니 베델의 집터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석에는 '1904년 조선에 온 영국인 베델(한국명 배설 , 1872~1909)은 그해 7월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하여 항일 언론활동을 힘껏 지원했다. 이곳은 그가 조선에 와서 정착해 사망할 때까지 가족과 함께 산 한옥 터이다'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영국인 출신 조선독립운동가 베델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을 텐데 집마저 없어져 아쉬움이 남는다.

항일독립운동가 베델의 집터 표지판
항일독립운동가 베델의 집터 표지판 ⓒ최병용

공원 안쪽으로는 홍난파 선생의 대표곡인 <고향의 봄> <봉선화> 노래비가 서 있다. 노래비를 보면 누구나 저절로 고향의 봄 노래를 읊조리게 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 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에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고향의 봄, 봉숭아 노래비가 서 있다
고향의 봄, 봉숭아 노래비가 서 있다 ⓒ최병용

공원 곳곳에는 시민들이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의 공원 시설물이 보인다. 운동기구와 벤치, 전망대 등 시민들에게는 허파 같은 역할을 하는 소중한 공간이 될 듯하다.

월암근린공원에는 다양한 시설물이 있어 좋다.
월암근린공원에는 다양한 시설물이 있어 볼거리가 풍부하다 ⓒ최병용

월암근린공원은 한양도성 길과 바로 연결된다. 이곳에서 500m 정도 도성을 따라 걸으면 돈의문터를 만나고 반대편으로 걸으면 숙정문으로 이어지는 도성길이라니 한양 도성길을 걷다가 찾아와도 된다.

한양도성길이 바로 공원에서 이어진다.
한양도성길이 바로 공원에서 이어진다 ⓒ최병용

홍난파 가옥에서 200m 가량 떨어진 곳에는 권율 장군 집터가 있다. 권율 장군(1537-1599)은 임진왜란 당시 행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도원수다. 은행나무의 수령이 460년이 됐다고 하니 권율 장군 생전에 살아 있던 역사적인 나무다.

권율 장군 집터와 은행나무
권율 장군 집터와 은행나무 ⓒ최병용

권율 장군 집터 옆으로 2020년 11월 개장을 목표로 공사 중인 딜쿠샤가 보인다. 딜쿠샤는 3·1운동을 외국에 타전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고 있는 UPI 특파원인 앨버트 타일러가 기거했던 가옥이다. 딜쿠샤의 내력을 알 길이 없어 한 세기 동안이나 방치됐던 딜쿠샤는 2006년 앨버트의 아들인 브루스가 한국을 방문하면서 뒤늦게 알려지게 돼 서울시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공사 중이라니 개장 후가 기대된다.

2020년 11월 10일 개장을 목표로 공사중인 딜쿠샤
2020년 11월 개장을 목표로 공사중인 딜쿠샤 ⓒ최병용

■ 월암근린공원 홍난파 가옥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홍파동 2번지 16호
○ 개방시간 : 4월-10월(11:00~17:00) / 11월-3월(11:00~16:00)
○ 문의 : 070-8112-7900
※ 코로나19로 인해 별도 공지 시까지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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