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가 간다] 어르신 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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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07.29. 00:00
시민기자 이혁진 | |
오전 10시, 노인복지관 한 쪽에 한 택배회사 차량이 도착한다. 기사는 차량 뒷문을 열더니 능숙한 솜씨로 물건들을 내려놓는다. 바닥에 쌓인 크고 작은 물건들은 줄잡아 50여 개. 기사는 목록을 확인하고 한두 마디 건네고 바삐 갈 길을 재촉한다. 위 장면은 마치 택배기사가 물건을 배달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택배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복지관에 도착한 물건들은 근처 아파트에 사는 주인들에게 속속 배달된다. 오늘은 택배 서비스를 하는 복지관 어르신들을 따라가 봤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어르신들은 배달할 물건들을 아파트별로 다시 분류한다. 물건과 목록이 확인되면 어르신들은 배송차에 오른다. 각자 찾아가는 아파트는 다르다. 처음에는 모든 게 낯설었지만 지금은 택배회사 직원 못지않은 실력으로 가가호호 방문한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어르신들에 의해 이른바 아파트 거점 택배업무가 이뤄지고 있는 것. 택배회사가 아파트 단지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는 번거로운 업무를 어르신들에게 맡기고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는 형식이다. 노인인력을 활용하는 택배회사와 60세 이상 어르신들의 만남은 최근 새로운 노인일자리로 각광받고 있다. 사실 어르신들의 택배가 처음은 아니다. 지하철 택배 업무는 이미 어르신들의 일자리로 자리 잡은 상태이다. 교통비를 절감하고 정확한 배송시간 등 물류비를 아낄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그러나 이도 지원하는 어르신들이 많아 경쟁 또한 치열하다. 문제는 지하철이 없거나 연결이 용이하지 않은 아파트 단지의 택배이다. 지금까지 이 지역의 택배는 택배회사가 거의 직접 담당했다. 그러나 인력과 시간이 점차 많이 들자 보다 효율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아파트거점 택배다. 어르신들에 의한 아파트 택배, 다소 어색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친근한 할아버지들이 불친절하고 무성의한 택배의 이미지를 개선함은 물론 아파트 분위기도 훨씬 좋아졌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더운 날, 비록 힘들고 지치지만 어르신들은 하루 몇 시간 일할 기회와 건강에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택배가 희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직은 노인들이 일하면 얼마나 할까 하는 일부 곱지 않은 시선이 있으며 노인일자리에 걸맞은 시장 여건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택배회사로부터 많은 일감이 할당되고, 수수료를 현실화시킴으로써 어르신들의 택배업무가 명실상부한 노인일자리가 되길 정부 관계기관의 신중한 검토를 바래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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