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봐도 완전 매력적!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발행일 2020.06.02. 17:38
기산 김준근 화가의 풍속화 주요 작품들이 126년 만에 국내 전시를 갖는다 Ⓒ박세호
19세기 후반 인천, 부산, 원산 등 개항지를 통하여 외국인들이 이 땅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들 외국인들이 조선 땅의 풍속을 화폭에 담은 풍속화에 애착을 가지고 주문을 하고 그리게 하여 모았다가, 귀국할 때 가지고 간 것들이 유럽 여러 나라에서 꽤 많은 분량이 소장품으로 남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보아도 진귀한 품목들인데, 당시 알려지지 않았던 은둔의 나라 조선의 그림은 외국인들에게 신비와 호기심이 어린 품목이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지난 5월 20일(수)부터 10월 5일(월)까지'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특별전을 연다. 참고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강화된 방역조치 시행으로 국립민속박물관은 6월 14일까지 잠정 휴관한다.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전시회가 개최되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세호
이름이 많이 안 알려진 수수께끼의 풍속화가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의 그림을 직접 눈앞에서 만나면 제일 먼저 신기한 마음이 든다. 천연색 화폭에 펼쳐진 자연스러운 풍경과 인물들을 보면, 눈 호강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이번 전시품목 중 일부 작품들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들이다. 나머지 품목들은 독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러시아,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 7개국에 모두 878점이 소장되어 있다. 그중 일부가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인데, 국내에서는 대부분 최초로 들어왔다.
<밭 갈고 부종(付種)하는 모양>, <여인 방적(紡績)하고>, <행상(行喪)하고>, <추천(鞦韆)하는 모양> 등의 기산 풍속화와 '두부판', '씨아', '시치미', '대곤장' 같은 민속자료 등 총 340여 점이 소개된다. 독일 MARKK 소장품 126년 만에 귀국해 국내 최초 전시인 점이 큰 의의가 있다.
두부 파는 모양 등 일상생활(식생활)을 아름다운 채색 그림으로 남겼다 Ⓒ박세호
기산 김준근은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화가이다. 부산의 초량을 비롯하여 원산, 인천 등 개항장에서 활동했고, 우리나라 최초로 번역된 서양 문학작품인 ‘텬로력뎡’(천로역정, 天路歷程)의 삽화를 그렸다. 그는 조선시대 대표 풍속화가인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45~?)나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1758~?)처럼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지만, 생업과 의식주, 의례, 세시풍속, 놀이 등 전 분야의 풍속을 그렸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당시에 우리나라를 다녀간 여행가, 외교관, 선교사 등 외국인에게 많이 팔렸다고 한다. 현재 독일, 프랑스 등 유럽과 북미 박물관에 주로 소장되어 있다.
이 작품들을 볼 수 있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민속박물관 홈페이지에 스폿 소개 코너(http://www.nfm.go.kr/channel/802/userVideoChannelDetail.do?no=538)가 있어 간단하게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집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직접 전시회에 가보는 것이다. 필자는 이미 다녀왔다. 100년도 더 되는 그 오랜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천연색상이 생생하고 아름다워서 감탄했다. 현재는 전시가 다시 임시 휴관에 들어갔지만, 생활의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예약방식으로 곧 직접 관람도 가능해질 것이다.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특별전 포스터에서도 민속화의 매력을 엿볼 수 있다 Ⓒ박세호
2부 '풍속을 증언하다'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기산 풍속화와 그 속에 등장하는 기물(器物)을 통해 변하거나 변하지 않은 민속의 변화상을 찾아보는 자리이다. 그림 속에는 사라진 기물도 있고, 모양과 재료, 사용 의미가 변했지만, 기능이 남아있는 것도 있으며, 형식은 바뀌면서 여전히 의식이 이어지는 의례도 있다.
'수공업(갈이장이, 대장장이)', '식생활(맷돌, 두부, 물긷기), '놀이(바둑, 장기, 쌍륙), '연희(삼현육각, 탈놀이), '일생 의례(혼례)', '의생활(모자, 다듬이질), '사회생활(시험, 합격)'의 7개 주제를 중심으로 기산 풍속화, 사진엽서, 민속자료, 영상을 통해 쇠퇴하거나 변화하고 지속하는 민속의 특성을 소개한다. 새로 전시되는 그림을 보면서, 우리는 동시에 잊혀가는 우리의 전통과 일상 문물에 대하여 공부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외국인들이 19세기 말의 조선 풍물에 경탄하며 관심을 보였다. 현재의 우리가 보아도 민속화에 매혹되고 열광하는 것은 역시 우리의 전통과 취향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잠자던 혼을 깨우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자연미와 성실성이 배어나는 우리 문물의 아름다운 그림들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름다움은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는다. 콘텐츠만 우수하다면 인류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세계화와 한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전시회에서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문물과 민속의 다양한 측면을 그림으로 그려 흥미진진하다. 모션 그래픽이 재미를 더한다 Ⓒ국립민속박물관
■ 경복궁국립민속박물관
○ 위치 : 서울 종로구 삼청로 37
○ 입장료 : 무료
○ 홈페이지 : http://www.nfm.go.kr/home/index.do
○ 문의 : 02-3704-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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