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옛 서울'로 떠나볼까…서울역사박물관 재개관

시민기자 정인선

발행일 2020.05.19. 16:28

수정일 2020.05.19. 17:10

조회 258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입구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입구 ⓒ정인선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2020년은 한국전쟁 70주년, 4·19혁명 60주년을 맞이하여 '서울은 소설의 주인공이다' 특별 전시를 한다. 전시는 2020년 5월 6일부터 2020년 11월 1일까지 관람 가능하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코로나19로 휴관하였다가 5월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됨에 따라 사전예약제로 재개관했다.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에서 온라인 예약제로, 하루 3차례 2시간씩 하루 최대 120명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 24명의 문학작품 27편을 통해 해방에서 4·19혁명까지의 서울과 서울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소개되며 관련 유물 500여 점이 함께 전시된다. 작가들은 순간을 포착하여 역사의 한 장면들을 작품으로 기록해 놓았다. 해방에서 4.19혁명까지의 역사가 문학 속으로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서울과 서울 사람들의 삶을 소설과 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문예> 1949년 8월 창간호
'문예' 1949년 8월 창간호 ⓒ정인선

전시회는 Ⅰ감격과 분단의 아픔, 혼란이 가득했던 해방기의 서울, Ⅱ 한국전쟁 당시 점령과 수복이 반복되었던 서울의 모습과 사람들의 삶, Ⅲ 전후 재건, 복구된 서울의 모습과 사람들의 삶, Ⅳ 군중의 함성으로 가득 찬 4.19혁명 전후의 서울, Ⅴ 해방과 한국전쟁, 그리고 4.19와 5.16을 겪은 이후의 서울로 나누어져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사건을 보고 처음 맞닥뜨리는 감정과 감흥을 시나 소설로 표현,  문학을 서울의 역사와 연결했다. 한국 현대사의 중요 사건들이 일어났을 때마다 서울이라는 장소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문학작품을 통해 명암이 두드러진 순간의 서울을 세밀하게 느낄 수 있다.

문예는 1949년 8월에 모윤숙과 조연현이 창간한 월간 순수 문예지이다. 순수 문학을 옹호하였고 신인 추천제를 두어 많은 신인을 배출하다가 1954년 3월에 통권 21호로 종간됐다.

<대조> 1946년 7월 호
'대조' 1946년 7월 호 ⓒ정인선

대조는 1946년 1월 1일 자로 창간된 시사평론과 문예를 아우른 종합지이다. 당시 다른 잡지는 대개 100~150면이었는데 창간호의 지면은 216면이었을 정도로 대단한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제2호는 그해 7월에야 나올 수 있었다. 이후에도 순조롭지 못하다가, 1948년 8월 '정부 수립 기념호'(제3권 제3호)를 내고는 더 나오지 못한 듯하다. 

PX 외부와 주변 모습
PX 외부와 주변 모습 ⓒ정인선

한국전쟁 당시 서울의 한복판의 PX 주변과 내부의 모습과 거리를 재현한 부분도 흥미롭다. 관람객들은 한국전쟁 속의 서울에 있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그 당시의 서울을 표현한 박완서의 '나목'을 보면, 서울의 피폐함 속에서 고통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열정을 만날 수 있다. '목마른 계절'에서는 적 치하에서의 점령과 수복이 반복되었던 서울 사람들의 고단함도 알 수 있다.

‘나목‘은 1970년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공모에 응모해서 당선된 박완서의 첫 작품이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폐허와 변화함이 공존하는 서울을 잘 보여주는 미군 매점을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적치 하의 90일간, 애국의 증명을 위한 문학들, 전쟁 중 문학인들은 전쟁이라는 비상 시기에 따라 그에 알맞게 조정된 역할 기대를 감수해야만 했다. 대부분의 작가들을 정훈국 1급 요원으로서 각 군별로 종군 작가단을 결성하여 일선에서 종군 보고 강연, 문학의 밤, 연극 공연, 시화전 등의 활동을 펼쳤다. 이때 쓰인 그들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도구 문학적, 선전 문학적인 성격이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1950년대의 학생들의 책 ⓒ정인선

해방 후 교육 기회의 확대로 급증한 학생들은 국가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지속적으로 통제, 동원되었다. 이 과정에서 국가가 학생들에게 주입한 이데올로기는 '반공'이었다. 반공의 일환으로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도 이루어졌다. 반공의 명분으로 자유와 민주주의 절대적으로 신성한 가치가 되었고 그 가치는 역으로 이승만 정부의 독재에 대한 비판의 칼이 될 수 있었다. 교양의 차원에서 유입한 서구의 사상적 문학적 조류는 당시 폭발적으로 늘어난 잡지들을 통해 학생들에게 많은 영양을 주었다. 학생들이 많이 읽던 대표적인 잡지에는 '학원'과 '사상계'가 있었다.

'학원'은 나라 전체가 전란에 휩싸여 있던 1952년 11월에 대구에서 창간되었다. 처음으로 우리나라 잡지 문화를 여는 고리였다. 30년 가까이 지속된 잡지는 전쟁 직후부터 1960년대까지 중, 고교를 다닌 세대가 널리 애독했다. 특히 '학원'은 창간 때부터 독자 투고와 학원문학상을 통하여 많은 학생 문인을 배출했다. 최인호, 김병기, 마중기, 황동규 등이 그들이다.

전시장 내의 정비석의 자유부인 코너
전시장 내의 정비석의 자유부인 코너 ⓒ정인선

‘자유부인’은 1954년 출간된 정비석의 장편소설이다. 1954년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신문'에 연재, 연재 완료와 동시에 정음사에서 단행본으로 간행되었다. 6·25전쟁 직후의 퇴폐풍조와 전쟁미망인의 직업전선 진출 등 당시의 절실한 사회 단면을 파헤침으로써 지성의 힘을 각성시킬 의도로 쓴 소설이다. 연재가 끝난 후 2년 뒤에는 한형모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 무려 1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1950년대에 자유부인 신드롬이라는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낳은 작품이다.

4월 혁명 직후 쏟아져 나왔던 4.19혁명 기념 간행물
4.19혁명 기념 간행물 ⓒ정인선

4월 혁명 직후 기념 시집, 수기집, 소설, 추모집, 투쟁사, 화보집 등이 쏟아져 나왔다. 여기서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혁명 당시의 문학적 수용과 열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신문, 잡지 매체는 말할 것도 없고, 추모집이나 투쟁사, 화보집에서도 혁명 문학 작품이 수록되었다. 장르의 특성상 삶의 순간을 빠르게 포착할 수 있는 시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다음으로 현장 수기나 보고문학이 많았다.

'사상계'는 1953년 3월 장준하를 발행인으로 창간되었던 월간 종합잡지이다. 1970년 5월에 김지하의 '오적시'를 게재한 것이 문제 되어 당국의 폐간 처분을 받아 통권 205호로 종간됐다. 한국전쟁과 4·19혁명을 잘 보여주는 미술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이응노의 '한강 도강', 한묵의 '꽃과 두개골'과 '십자가', 김인식, 김한용 작가의 한국전쟁기 사진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서울시는 현장을 찾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가상현실(VR) 방식 온라인 전시를 제작 중이다. 6월 5일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https://museum.seoul.go.kr)에서 이를 공개할 예정이다. 전시에 소개되는 주요 작품 10편은 소설가 김영하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앱을 통해 작품 낭독을 들어보고 관련 인터뷰 영상은 박물관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channel/UCxNHsypbJL6L97ORT-IhLAw)을 통해 볼 수 있다. 김영하 작가의 낭독을 들을 수 있는 앱은 큐피커(QPICKER)로, 구글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검색하여 설치한 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 서울역사박물관
○ 위치 : 종로구 새문안로 55
○ 운영시간 : 일 3회, 회당 2시간 관람 가능 (1회차:10시~12시/2회차:13시~15시/3회차:16 시~18시)
○ 접수인원 : 일 120명(회당 40명) ※개인접수만 가능
○ 예약 방법 :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https://yeyak.seoul.go.kr/reservation/view.web?rsvsvcid=S200504173712757413
○ 홈페이지 : https://museum.seoul.go.kr
○ 문의 : 02-724-0274~6
※ 단, 박물관 인근 직장인들을 위해 점심시간(12시~13시)에 한해 현장 접수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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