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커피냄새와 공장기름냄새가 공존하는 낯설지만 정겨운 곳, 문래창작촌

시민기자 임중빈

발행일 2019.10.10. 15:42

수정일 2019.10.24. 16:21

조회 153

시간이 멈춘듯한 문래창작촌의 한 공장 ⓒ임중빈


그 시절, 그 감성이 남아있는 곳, 문래창작촌을 찾았다.

카메라에 필름 필터를 살짝 씌어보면 지금 이곳이 2019년인지, 1980년인지 헷갈릴 정도로 이곳의 풍경은 서울 어느 중심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오래된 공장앞에 주인모를 자전거 ⓒ임중빈


지금은 SNS에서 핫한 문래창작촌으로 유명해진 동네지만, 원래 이곳은 약 1300여개의 철공소들이 밀집해 있는 공장단지였다. 시간이 흘러 영세공장들이 문을 닫고 한동안 사람의 발길 조차 뜸했던 어두운 공장 거리에 예술가들이 모이기 시작한 건 2003년쯤이다.



문래창작촌에 다시 터전을 잡은 예술가들의 공간 ⓒ임중빈


문래창작촌 곳곳에 예술적인 느낌의 공간들 ⓒ임중빈

서울에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공간을 빌릴 수 있었던 문래동에 예술가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2005년 3개였던 작업실이 현재는 약 250여개로 늘어나 명실상부 서울 최대의 ‘예술공장마을’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일부 공장들은 그래도 운영중  ⓒ임중빈

문래(文萊)라는 명칭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문익점의 목화가 전해진 곳이라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하고, 방적기계가 많던 ‘물레’라는 발음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또 학교, 관공서가 들어서면서 ‘글이 온다’는 뜻으로 불리었다는 설 등 문래의 명칭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문래창작촌 공장들의 엔틱하고 독특한 간판  ⓒ임중빈

최근에는 동네 이름에 걸맞게 목화수공예품 공모전도 진행했다고 하니, 어쩌면 뜻을 가지고 모여 마을이 만들어진 이곳이 현재까지 이어져 자연스럽게 뜻있는 예술공간으로 재탄생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예술가들과 소규모 공장근로자들이 공존하게 된 점은, 그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해보인다.


문래창작촌 공장들을 상징하는 강철 강판들  ⓒ임중빈

나무의 나이를 가늠하는 '나이테'처럼, 문래창작촌 공장들엔 오랜 세월의 흔적을 대변하 듯 빨갛게 녹이슬어 있는 강판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곳 공장들을 지키고 있는 나이 많은 노동자들과 오랜 시간 이곳을 지키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창작촌 맞은편에 조성된 음식점과 카페들  ⓒ임중빈

문래창작촌의 맞은편에는 인기 카페와 힙한 펍이 늘어서 있다. 카페에서 인증샷 남기러 왔다가 문래창작촌까지 구경하고 간다는 문래동. 최근에는 문래동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면서 서울시에서 이곳을 제조업과 문화예술산업이 어우러진 창업, 일자리 거점도시로 만드는 도시재생사업 계획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만큼 뜨거운 곳이 문래창작촌이다.


창작촌 맞은편에 조성된 음식점과 카페들  ⓒ임중빈

기존에 자리를 잡고 있던 공장단지와 새로이 들어온 예술가들 사이에 마찰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죽은 도시를 살리고 궁극적으로 ‘함께 잘되자’는 뜻에 이의는 없어 보인다. 인기에 휩쓸린 급한 재생사업보다는 자생적으로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창작촌 맞은편에 조성된 음식점과 카페들  ⓒ임중빈

커피냄새와 철, 기름냄새가 공존하는 낯설지만 정겨운 곳.

데이트하기 좋고, 오래된 친구와 옛이야기 하기에는 더욱 좋은 뉴트로의 성지. 맛집도 카페도 예술품도 가득한 문래창작촌에 들러 감성 배터리 제대로 충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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