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의 주인은 누구인가?

시민기자 이하은

발행일 2019.09.23. 20:01

수정일 2019.09.23. 20:01

조회 221


연극 <오만한 후손들>의 리플렛 ©이하은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가 2019년 시즌 네 번째 작품으로 남산예술센터를 둘러싼 공공극장 논쟁을 다루는 연극 <오만한 후손들>(원작 이양구, 각색 고해종, 연출 류주연, 극단 산수유 공동제작)을 9월 18일부터 29일까지 무대에 올린다.

연극은 '남산예술센터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문제의식을 논의하는 과정을 극 전체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연극에서 화두가 되는 남산예술센터의 전신은 드라마센터다.
친일작가 유치진은 1962년 공공극장을 내세우며 한국정부와 록펠러 재단의 지원을 받아 현재 예장동 8-19에 위치한 드라마센터를 개관했다. 
그러나 드라마센터는 유치진이 대표로 있는 서울예술대학교에게 소유권이 넘어가게 된다. 2009년부터 서울시는 극장 소유주인 서울예술대학교로부터 드라마센터를 임대받아 '남산예술센터'라는 이름으로 극장을 위탁 운영해왔다. 그러나 지난 2018년 1월 서울예대는 서울시에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남산예술극장의 무대는 그리스의 야외극장을 본 따 원형식 극장으로 조성되었다 ©이하은

이러한 상황의 남산예술센터에서 막이 오른 연극  <오만한 후손들>은 바로 이곳 '남산예술센터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묻는 작품이다. 작품은 극장 소유권과 연계돼 있는 이슈와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작품은 크게 두 개의 가치 속에서 대립한다. 두개의 대립 축은 법적 정당성과 과정의 정당성이다.
법적 정당성을 옹호하는 입장은 현재의 센터 소유권은 엄연히 학교 사단법인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입장에 근거하면 현재 서울예술대학교의 계약 종료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반면 과정의 정당성을 중시하는 입장은 유치진이 드라마센터를 사유하는 과정에서 친일과 친미 행위가 동반되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애초에 '공공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극장이 사유화되면서 공공의 이익이 담보 되지 않고 있다며 비판을 가하는 입장이다.

<오만한 후손들>은 드라마센터의 개막작이었던 연극 <햄릿>의 일부 내용을 가져와 과거가 현재를 옭아맨다는 것을 암시한다. 극중에서 "우리는 마땅히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했고 과거의 망령들은 여전히 우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대사가 나온다. 2019년 남산예술센터에 1962년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망령은 미래로 도달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극장 나가는 길에 있는 있는 계약파기 철회에 대한 리플릿 ©이하은


남산예술센터 입구에 있는 유치진의 흉상 ©이하은

연극을  보고 나가는 길에 다시 한 번 극장을 돌아보면 묘한 광경이 펼쳐진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커다란 플래카드인 <오만한 후손들>이다. 이윽고 건물명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와 그 옆에 있는 유치진의 흉상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극장을 사유화 한 유치진, 사유화를 반대하는 연극의 플래카드 그리고 남산예술센터와 드라마센터라는 두개의 이름은 복잡한 이해관계를 한 데 모아놓은 기이한 광경이었다.

<오만한 후손들>은 관객으로하여금 청산하지 못한 과거들이 현재를 어떻게 옭아매는지에 관해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남산예술센터
- 위치 서울 중구 소파로 138
- 문의 02-758-2150
- 홈페이지 www.nsac.or.kr

■ 연극 <오만한 후손들>
- 일정 ~ 9.29. 평일 19:30, 토일요일 15시(월요일 공연 없음)
- 예매  http://www.nsac.or.kr/Home/Main.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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