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범, 취직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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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03.21. 00:00
시민기자 박동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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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귀가 하는 길에 아파트 입구 어린이 놀이터에서 할머니 몇 분이 이야기꽃을 피우며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중 한분이 지나가는 나를 보며 손을 흔드시더니 “ㅇㅇ아범, 나 취직했어요” 라면서 외치는 게 아닌가. 다름 아닌 바로 앞집에 사시는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오래전부터 할아버지, 맞벌이 하는 아들 내외가 맡긴 손녀, 이렇게 셋이서 살고 계셨다. 그런데 갑자기 웬 취직이라니 순간 의아했다. 집으로 돌아와 한 시간쯤 지났을까. 취직을 했다고 고함을 쳤던 그 주인공 할머니께서 우리 집에 놀러 오셨다. 할머니께서는 덩실덩실 춤을 추시며 취직을 했다고 좋아하셨다. 잠시 후 할머니께서 자초지종을 말씀해 주셨다. 구청에 갔었는데 한 직원이 할머니께 “급식도우미를 모집 중에 있으니 신청해 보라”고 권했다는 것이다. 곧바로 모집기관인 노인복지회관으로 문의를 했고, 주민등록등본 등 서류를 갖추어 제출해 합격을 했다는 것이다. 할머니께서는 예전에도 손녀가 다니는 학교에 급식보조로 일한 적이 있다고 했다. 당시에는 애 엄마 대신 급식 당번으로 무보수로 일했지만 앞으로는 일삯을 받게 돼 생활비로도 보태 쓸 수 있고, 더욱이 손녀 용돈도 줄 수 있게 돼 무척 기쁘다고 했다. 그러시면서 할아버지도 지하철 택배를 할 수 있도록 신청을 해놓으셨다면서 같이 일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하셨다. 할아버지까지 잘되면 4월부터 할머니 내외도 맞벌이 부부가 되는 셈이다. 그러시면서 할머니께서는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요즘은 점점 복지가 좋아지고 있지만 노인이 한 두 명이 아닌지라 우리 노인들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돼. 발품, 손품에 입품까지 3박자의 노력을 제대로 기울여야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어. 노인이라고 방에만 가만히 누워 있으면 홍시감이 떨어져 입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지" 라고 말씀하셨다. 할머니께서는 4월1일부터 급식도우미로 일터에 나가는 것에 꿈에 부풀어 있었다. 당장 4월부터 두 노인이 합치면 기 십만원의 수입이 생겨 들뜬 기분에 밤에 잠이 오질 않는다며 좋아하셨다. 노인들은 건강을 챙기고, 게다가 소일거리로 보람을 찾고 생활비까지 벌 수 있어 1석 3조인 것이다. 학부모들은 급식 당번에 대한 부담감이 없고,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들을 돌보아온 친할머니나 다름없이 편하게 대할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아울러 어른에 대한 공경심과 식사 예절까지 덤으로 배울 수 있어 할머니 급식도우미 제도는 학교 사회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시에서 추진하는 노인 일자리 제공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으면 좋겠고, 나아가 더 많은 노인들이 일정액의 보수를 받으며 보다 영구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일할 수 있도록 일반 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갔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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