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서울 장학금-절망에서 희망으로~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5.11.25. 00:00

수정일 2005.11.25. 00:00

조회 2,193


어려운 상황 딛고 일어서게 해 준 장학금

“하이서울 장학금이 없었다면 대학 진학은 꿈도 꾸지 못했겠죠. 당장 아르바이트를 해서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는 일이 급했거든요. 다행히 하이서울 장학생에 선발 돼 등록금 걱정 없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어요.” 지난 1년 동안 서울시가 지원하는 하이서울 장학금을 받아 학교를 무사히 마치고 올해 대전 대덕대학교 로봇공학과에 진학한 김창우(20세·가명)군.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었던 김군의 가정에 불행이 닥친 것은 설계사무소를 차렸던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부터였다.
사업에 실패한 김군의 아버지는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어머니가 혼자 벌어오는 수입으로는 생활비는 고사하고 대학생과 고등학생이었던 남매의 학비를 대기에도 턱없이 부족했다. 짬짬이 아르바이트를 계속 해야 했던 김군에게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때마침 하이서울 장학금이 신설되면서 김군의 상황은 180도로 바뀌었다. 수업료와 학교운영비 등을 지원 받으면서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군은 평소 희망하던 로봇공학과를 진학해 연구원의 꿈을 키우고 있다. 하이서울 장학금이 없었다면 휴학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는 김군은 대학에 진학해서도 성적 장학금을 받고 있다. 사회의 도움으로 대학에 진학했으니 남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져다준 선물이었다.

하이서울 장학금으로 학업 중단의 위기를 넘긴 학생은 김군뿐만이 아니다.
명동 A여고 3학년인 임현주(가명) 학생 역시 하이서울 장학금 덕분에 걱정 없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매월 한차례씩 교실 뒤쪽에 수업료 미납자 명단이 붙을 때마다 창피해서 학교에 가기 싫었던 현주는 요새 얼굴이 활짝 피었다. 비록 다른 친구들처럼 학원에 다닐 처지는 못 되지만 삼계탕 집에서 힘겹게 일하는 엄마의 짐을 덜어 주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홀가분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빠가 돈벌러 미국에 간다면서 연락이 끊긴 뒤 홀로 세 자매를 키우고 있는 엄마에게 돈 달라는 소리가 차마 떨어지지 않았던 적이 여러 번이었다.

전문대 호텔 경영학과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 현주는 호텔리어가 되어 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 동생의 학비를 뒷바라지하겠다는 야무진 다짐을 하고 있다.
이처럼 시작된 서울시의 장학사업 ‘하이서울 장학금’이 일선 학교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학생들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소득액이 최저 생계비의 120% 미만인 차상위 계층 자녀 지원

하이서울 장학금은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부도 등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학업 중단의 위기를 맞고 있는 학생들에게 서울시가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작년에 처음 실시되었다.

도시개발공사의 마포 상암지구 41평형 아파트의 분양수익금에서 조성된 300억원을 재원으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8,840명에게 총 152억원, 1인당 연간 1백71만원에 이르는 수업료와 학교 운영비 전액이 지급 되었다.

하이서울 장학제도는, 생활이 어려우면 잠시 휴학을 하거나 군대에 다녀올 수도 있는 대학생과 달리 고등학생은 학교를 떠나면 마땅히 갈 곳도 없고 또 학업을 중단한 학생이 다시 학교에 복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학비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고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이미 학비지원 혜택을 받고 있는 기초생활 수급가정의 자녀 등은 제외하고 실소득액이 최저 생계비의 120% 미만인 차상위 계층 자녀를 지원대상으로 하고 있다.

상계고등학교 김지숙 교사는 “국민기초생활수급 가정에 포함되지 않는 사각지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면서 “대상 학생 선별에서도 실사가 잘 이뤄져 여타 장학금보다 융통성이 있어 꼭 필요한 학생에게 적절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일선 학교에 지급되는 장학금은 정부와 교육청이 국민기초생활수급가정에 학비혜택을 주는 생계형 장학금과 기업이나 동문, 개인이 출연한 장학금으로, 성적이 우수하거나 특정한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으면 수혜가 어렵다.

이와 달리 하이서울 장학금은 성적과 관계없이 어려운 가정형편에 처한 학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더욱 반긴다. 최근 들어 수업료를 제때 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계성여고 조성일 교사도 “학교별 수혜자가 가장 많고, 성적 제한이나 극빈 가정이라는 엄격한 규정이 없는 점” 등을 하이서울 장학금의 장점으로 꼽는다.



수혜 학생들…“꼭 성공해서 다음에 저 같은 사람을 도울게요”

하이서울 장학금이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대목은 단순한 학비 지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 환원과 기부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는 점에 있다.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학금을 받는 학생은 졸업 10년 후 해당 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한다는 서약서를 쓰게 된다.

양천고등학교 김선기 교사는 “한번 주면 끝나는 다른 장학금과 달리 하이서울 장학금은 받은 만큼 누군가를 꼭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학생들의 성격이 더 밝고 긍정적으로 변하게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하이서울장학생 온라인 모임에는 “꼭 성공해서 다음에 저같은 사람을 도울게요…(중략)…이런 마음 갖게 해주신 것 감사합니다(김OO)”, “서울시민으로 참된 일꾼이 되어 저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줄 생각입니다(권OO)” 등 자신이 받은 도움을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려는 다짐을 엿볼 수 있다.

장학생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도 하이서울 장학금이 여타 장학금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국민일보사와 장학사업 공동운영 협약을 체결, 장학사업의 내실을 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발된 장학생들은 장학금 외에 진로상담, 영어, 논술 등 인터넷 강의 무료 수강 등 다양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상계고등학교 이혜경 교사는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일이라 그런지 문화 공연 등 다른 혜택이 많아 좋지만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일이 공지해야 하는 점은 불편하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앞으로 학생과 직접적인 소통 창구를 마련,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하는 점은 숙제로 남는다.

또 하나 남은 과제는 하이서울 장학금의 지속 여부. 계획대로라면 하이서울 장학금은 내년이 마지막이다. 당초 3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2006까지 한시 지원키로 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행정과 최경주 팀장은 “매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남은 20여 억원을 사용하면 2007년까지는 장학사업을 계속할 수 있으며, 2007년 이후에도 사업이 가능하도록 재원 마련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해 일말의 희망을 남겨놓고 있다.


유미정(서울시 홍보담당관실 출판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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