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의 1년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3.12.30. 00:00

수정일 2003.12.30. 00:00

조회 1,710



시민기자 최경진


흔히 지하철 1호선이라 불리우는 국철을 타고 개봉역에서 시청역까지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 한지가 거의 1년이 다되간다.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면 집에서 나온 단 몇분 몇초의 차이로 다른 시간대의 지하철에 탑승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승객의 숫자는 천지차이가 난다. 구로역에서 수원발 열차와 만나기 때문에 배차 간격이 일정치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칫 10여분을 기다려서 타게 되면 아무리 지하철 복선화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콩나물 시루덕 같은 공간안에서 팔다리를 꿈쩍도 못한 채로 시청역까지 가는 일이 허다했다.

지하철 안에서 독서를 하거나 신문을 보는 일이 쉽지많은 않은 것이다. 폭우라도 쏟아지는 날이면 지하철은 더욱 숨막히는 공간이 되버린다. 비에 젖은 우산과 그 좁은 공간 안에서 굳이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신문을 보겠다고 신문지를 활짝 펴는 사람들과 몸을 부둥키다 보면 짜증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다 보면 늘어나는 것이 인내심과 타인을 배려하는 너그러움일지도 모른다.

출근 길은 한결같이 침묵을 유지하지만 퇴근 길은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다. 퇴근 길에 같은 집 방향으로 가는 회사원들, 학교 강의가 모두 끝나서 집에 가는 대학생들, 데이트하러 가는 연인들, 그리고 각종 잡상인들과 열심히 전도를 하는 교인들까지...

또한 주말에는 등산 복장을 하고 산에 가는 사람들, 낚시대를 들고 여행을 떠나는 강태공들, 모처럼 아이들과 어울려 놀이공원으로 놀러가는 가족까지 지하철 안에서 그들을 만나 볼 수가 있다.

자정이 가까워지고 막차를 타면 더욱 천태만상을 접할 수가 있다. 술 냄새를 사방으로 풍기며 의자도 아닌 곳에 주저 앉아 종점까지 가는 아저씨들도 자주 눈에 띄이고, 휴대폰으로 친구와 큰 목소리로 수다를 떠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그리고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들은 노약자 지정석에서 모르는 사람들과도 금새 말이 트이고 친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 몸이 약한 신체 부자유자나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미덕은 외국인들이 늘 부러워하는 것이다.

이 모든 희노애락을 한곳에서 접할 수 있으니 지하철을 세상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최근들어 지하철에서 안좋은 일들이 자주 일어나서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지만 그것을 교훈삼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굳이 비싼 돈 들여 안전 장치를 하지 않더라도 조그만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면 사고는 줄어들고 지하철은 더욱 사람과 친근한 공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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