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사회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4.09.30. 00:00

수정일 2004.09.30. 00:00

조회 1,634



시민기자 진홍청


오래 전, 영국 옥스퍼드 시내의 어느 은행에 들어가니 현관 문 바로 앞에 안내 코너가 있었다. 환전하는 창구가 어디냐고 물으니 친절히 대답해 주는 안내인은 뜻밖에(?) 만화영화 백설 공주에서나 나올법한 왜소한 사람이었다.
그만큼 우리네 실정에서 보면 장애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그날의 기억이 오늘날까지 부러운 마음으로 남아있다.

우리 사회도 점차적으로 나아져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인식 면에서 예전과 다르게 좋아지고 개선되고 있다.
예전, 휠체어를 끄는 가족은 눈치 주는 시선 때문에 택시 타기도 어려웠다. 기차를 이용해 서울 역에 내리면 하늘만큼 높은 계단 때문에 가족이 함께 개찰 출구로 나오지 못하고 가족 일부는 휠체어를 밀고 저 먼 북쪽 화물차 나가는 출구를 찾아 나가고, 남은 가족은 정식 출구로 따로 따로 나오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요즘에는 여러모로 달라져 출구도 개선됐고 객실 내 장애인 전용 좌석도 있는 걸 보면 ‘더불어 사는’ 의미면에서 예전과 다른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런데 등잔 밑이 어두운 격으로, 오래 전부터 지금껏 이해가 잘 안되는 궁금 점 중의 하나가 바로 종교계의 태도이다.
기독교 교회가 됐든, 천주교 성당이 됐든, 불교 사찰이 됐든, 가장 마음 아프고 신체 허약한 장애인들이 찾고 싶은 곳인 반면에 누구보다 앞장서서 이들을 친절히 맞이해 주고 보듬어 주어야 할 종교계가 실제 시설 면에서는 찾아가기도 힘들게 여기 저기 높은 계단과 문턱이 많다. 왠지 씁쓸함이 느껴진다.
이것은 종교계에 몸담고 있는 분들이 더욱 부인 못할 부끄러운 점이라 생각되는데, 아마 마음씀이 이전에 예산 부족의 소치일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장애인과 그 가족은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남모르는 인생을 살아왔고, 또 앞으로 그렇게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장애와 그에 따른 시련을 극복하고자 몸부림쳐왔고, 이제는 심신마저 까맣게 타고 지쳐있는 가운데서도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가상히 노력하고들 있음을 본다.

이럴 때 곁에서 따뜻한 눈길과 손길로 그들을 밀어 주고 잡아준다면, 그들도 자립의지를 불태우며 정상인 못지않은 사회인이 되어 사회에 공헌하고 각자 주어진 인생의 보람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장애인과 저소득 가정에 대한 일선 행정 기관과 복지 기관, 병원 등 여러 경우를 보면 아직도 ‘완장 찬 심리’에서 형식적이고 불친절한 우리네 현실 구석이 있다는 것이 아쉽다.
또 한편, 어느 분의 말처럼 ‘모두들 예비 장애인인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 속에 우리나라의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국민적 복지 수준은 너무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콜택시와 셔틀버스, 지난 20일부터는 휠체어 장애인도 탈 수 있는 리프트가 달린 굴절버스 운행, 군데군데 전철역에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는 등 여러모로 개선되고 배려되는 사회 현실에 감동과 박수를 보낸다.
이제는 차별 없이 실질적인 인권보장이 되도록 제도적으로 과감히 보완 개선하고, 부정부패로 유실되는 검은 돈 일부를 과감히 복지예산으로 전환하면 가능할 소득면의 생활 안정과 의료혜택, 악을 쓰지 않아도 보장되는 이동권 문제의 해결, 학습기회의 부여 등 ‘더불어 사는 사회답게’ 장애인 복지 시책이 일선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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