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요일제, 자율을 가장한 타율?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3.10.23. 00:00

수정일 2003.10.23. 00:00

조회 1,931


공무원들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만원인에게
승용차 자율요일제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한다.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관료제의 폐해일 뿐이다.
자율요일제가 실패하면 우리도 다른 나라의 대도시처럼
타율 억제로 가는 수밖에 없다.

‘승용차 자율요일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자율을 가장한 타율 아니냐’가 논란의 초점인 것 같다. 과연 그런가?
옳다, 그르다에 앞서 이러한 논란은 문제의 핵심을 흐리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자율이냐 타율이냐’가 아니라 ‘자율요일제를 왜 해야 하느냐’이기 때문이다.
승용차 자율요일제를 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짚어보자. 서울의 교통문제의 심각성은 이제 도를 넘어섰다. 수많은 대책이 마련되고, 처방이 가해졌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왜 그런가 뇌관을 건드리지 않아서다. 뇌관은 무엇인가 승용차 이용 억제이다. 도심에 승용차가 마음대로 들어오면서 소통이 원활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다시 말하면 이용을 억제하든지 교통난을 감수하든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 어느 대도시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런던은 올 초부터 도심에 진입하는 차량에 무조건 5파운드(1만원 가량)를 받으며, 위반할 경우에는 40배의 과태료를 물린다. 뉴욕을 들어갈 때도 몇 차례 통과세를 내야 한다. 밀라노는 승용차 2부제를 쓰고 있으며, 아테네는 아예 도심의 승용차 진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혹자는 도로를 넓혀야 한다고 하지만, 도로는 만들면 차게 마련이다. 서울의 내부순환도로가 단적인 예이다.
이렇듯 서울의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승용차 이용 억제가 불가피하다. 즉 타율억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 시민이 이것을 수용할 것인가 승용차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는 아직도 운전대를 잡는 것을 큰 기쁨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출퇴근길에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는 나홀로 차량이 그것을 웅변하고 있다. 그래서 먼저 자율적으로 해보자는 것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중 하루를 정해서 차를 쉬게 하자는 것이다. 물론 내 생활 패턴에 맞춰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새벽이나 늦은 밤은 상관이 없다. 급한 용무가 생기면 ‘나 오늘 못 지켜요’라는 팻말을 달면 된다. 이것은 자기와의 약속이다. 강제가 아니기 때문에 안 지킨다 한들 무어라 할 사람 없고, 과태료도 물론 없다. 그러나 지킨다면 25%의 차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온다. 내가 하루를 쉼으로써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함께 편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말로만 해서 될 일인가 가능하다면 선진 대도시들이 왜 강제정책을 쓰겠는가 그래서 서울시가 행정지도에 나서는 것이다. 캠페인을 벌이고, 인센티브를 걸고, 소속 직원들을 독려하는 것이 그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 때문에 자율이 아니고 타율이라면, 그것마저 하지 말자고 하면, 결국 승용차 자율요일제를 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이 자율이냐 타율이냐 논쟁 때문에 그만두어야 한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마치 수해복구를 위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면서, 모집에 타율성이 있다고 문제를 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승용차 자율요일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등록만 해 놓고 스티커를 붙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선 공무원들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민원인들에게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한다. 물론 잘못된 일이다. 취지와 필요성을 충분히 설득한 후에 권유를 했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관료제의 속성상 나타나는 일반적 폐해이지, 승용차 자율요일제의 폐해는 아니라고 본다.

승용차 자율요일제가 실패하면 우리도 다른 대도시처럼 타율 억제로 가는 수 밖에 없다.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성공한다면 세계적인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적극적인 행정지도는 물론,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만드는 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승용차 자율요일제는 교통뿐 아니라 환경과 에너지와 건강까지 살리는 1석4조의 일이라 할 수 있다. 성공과 정착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언론의 전폭적인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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