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살려 문화그린벨트를!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3.09.03. 00:00

수정일 2003.09.03. 00:00

조회 2,595



→ 9월 첫날인 지난 1일.서울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 서울시립미술관 안뜰에서 이명박(62)서울시장과 중견 연극인 윤석화(47)씨가 만났다.당초 이날 오후 4시부터 50여분간 진행될 예정이던 두 사람간의 만남은 40여분이 지났음에도 이 시장은 다음 일정까지 미뤄가며 대화를 나눴다.윤씨 역시 수시로 울려대는 휴대폰까지 꺼가며 이 시장과의 진지한 얘기에 푹 빠져들었다.

'청계천 복원사업 '이 끝나면 '문화시장 '으로 불리고 싶다고 말할 만큼 평소 문화예술 쪽에 관심이 많은 이 시장은 얼마 전 '커피 한 잔 같이하고 싶은 문화인 '으로 제일 먼저 윤씨를 꼽았다.
이날 두 사람은 문화예술론에서부터 척박하기 그지없는 국내 문화예술계의 현실 진단,서로에 대한애정어린 조언 등을 가감없이 털어놓았다.

문화적 동질감

순수문화 예술은 뿌리다


▶윤=순수예술은 뿌리입니다.드러나지는 않지만 뿌리가 제대로 심어져야 가지도 잘 뻗고 꽃과 열매도 제대로 된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지요.또 뿌리가 튼튼하면 가물어도 버틸 수 있습니다.

▷이=그렇지요.영화하는 분들 대부분이 '연극 '이라는 순수예술쪽 출신이죠.기초가 안돼 있으면 현재와 같이 한국 영화가 널리 알려질 수 있었겠습니까.당연히 순수예술에 대해 정부나 서울시가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윤=우리 역사가 얼마나 깁니까.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앞으로 수백년이 지나도 과거 우리 문화 역사를 재조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텐데 왜 우리뿌리를 버리려 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이=그러면 안되죠.뿌리를 근간으로 세계 속에 우리나라의 문화를 널리 알려야 합니다.국경도 없고 자유교역이 가능한 현 상황에서 국가 경제 경쟁력의 기본은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척박한 문화예술 환경

▶윤=뮤지컬 공연을 마치고 세트를 보관할 장소도 없어요. 몇 달 동안 정말 자식보다 귀하게 여겼는데 폐기처분 하라는 말인지 답답할 노릇입니다.주변에서는 저에게 최고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이는데 이런 배우가 공연 후 세트 하나 보관할 곳 없어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하나요 기네스북에나 오를 일이지요.

▷이=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마세요.서울 대학로에 순수예술인들을 위한 연습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이미 일정 궤도에 오른 영화보다는 순수예술 쪽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이=예술인으로서 극단을 경영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윤=맞아요.월급날이 돌아오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어찌할 바를 모르죠.남의 밥줄을 챙겨본 사람은 월급조차 줄 수 없을 때 한발자국도 걷기 어렵죠.


▷이=윤석화 씨 마음을 이해합니다.경영인으로서 극단을 인수한 게 아니라 선배 문화인으로서 후배들에게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이런 점에서 윤석화 씨는 '사회에 대한 환원 '을 제대로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청계천 복원의 문화적 접근

'청계천 복원 '에 대해 두 사람은 '청계천 문화그린벨트 '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서울 대학로에서 동대문,청계천을 잇는 문화벨트를 형성해 서울시민은 물론 국내를 찾는 외국인들까지도 한국 고유의 문화에 심취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

▶윤=제가 어렸을 때 저희 집에서 일하는 언니가 살던 곳이 청계천이었어요.그래서 그곳에서 주로 놀았어요.청계천 복원은 제 어린시절의 꿈을 되찾아 주는 것과 같아요.

▷이=50년 후에라도 문화벨트가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청계천에 문화적 '숨결 '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것입니다.
2003년 9월 3일(수요일)

▶윤=짧은 시간에 무언가를 하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오랫동안 준비해 역사 속에서 꿈틀대는 문화적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따뜻한 이야기

▷이=최근 서울시 과장급 직원들과 함께 '토요일밤의 열기 '를 정말 흥겹게 관람했어요.존 트래볼타의 영화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멋진 무대였습니다. 해외무대도 욕심내 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윤=제 혼을 담은 작품입니다.보시는 분들이 제 생각에 동의한다면 더 바랄 게 없지요.해외 진출도 해보고싶지만 무엇보다 국내 문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싶습니다.

▷이=요즘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닌가요 월간 '객석 '대표에다 뮤지컬 '토요일밤의 열기 '를 제작했고, 소극장 '정미소 '까지 짓지 않았습니까 쉬엄쉬엄 하세요. 몸상합니다.

▶윤=제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다면 하루 1시간만 자도,아니 잠을 잘 수 없어도 상관없어요. 대충대충연습을 하는 후배들에게는 소리를 꽥하고 지르죠. 잘은 모르겠지만 후배들은 이런 제 모습에 반해 있을 거에요.


→윤석화가 본 이 시장 이 시장이 본 윤석화
수시 공연관람 문화사랑 남달라 이명박 시장은 '확신 '을 갖고 '실천 '을 하는 인물로 꼽았다."예술작품은 제작자가 이 시대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담는 것이다.소신이 없다면 이 작업은 있을 수 없다.이 시장은 확신을 실천으로 옮긴 당대 인물 중의 한 명이다.청계천 복원사업도 명쾌한 확신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 "이라고 말했다. 또 이 시장은 순수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공연장을 찾아 배우들과 호흡하는 그에게서 진정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순수예술 지킴이'로 손색 없어 이명박 시장은 윤석화 씨를 자신의 일에 전념을 다하며 순수예술을 지키고 문화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해 보일지 모르지만 속으로 까맣게 타고 있는 마음을 이해해 줘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아울러 잠시도 한 자리에 멈춰져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기업을 경영해 본 경험이 있는 이 시장으로서는 윤씨가 '월간 객석 '을 인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움과 존경스러움까지 생겼다고 덧붙였다.


헤럴드경제 허연회 기자(okidoki@heraldm.com)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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