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폰·수화통역…민원실 장애인에 더 가까이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4.02.10. 00:00

수정일 2004.02.10. 00:00

조회 2,287



전문 수화통역사 배치, 장애인 민원처리 손쉽게

지난 6일 민원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성북구청을 찾은 청각장애인 조영안씨는 이제 더 이상 예전같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예전에는 간단한 민원서류조차도 의사소통이 어렵다보니 창구직원과 한참 필담을 나누어야 했던 것.
하지만 이제는 구청 민원실에 전문 수화통역사가 배치되어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손쉽게 업무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청각·언어 장애가 있는 장애인들이 겪는 이같은 불편함을 덜기 위해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민원실에 수화통역센터를 설치하는 등 장애인들이 더욱 편리하게 민원업무를 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의료기관, 쇼핑 등 동반…"출장서비스도 나갑니다"


지난 9일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간 성북구 수화통역센터는 서울농아인협회의 지원으로 전문 인력이 상주하고 있어 채권채무, 임대차 보증 등 각종 상담을 돕고 있다.
그동안 메모지나 팩스 등을 이용해 의사소통을 해야 했던 청각 장애인들은 이곳 센터에 상주하는 수화통역사의 안내를 받으면서 편안히 업무를 볼 수 있다.
서초구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청각 장애인을 위한 화상전화기도 설치했다.
전화 한번으로 통역사와 직접 수화를 나누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굳이 구청을 방문하지 않아도 좋다.

이같이 전문 수화통역사를 배치하고, 수화통역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성북, 서초, 용산, 영등포, 강서, 서대문구 등 올해 새롭게 설치한 6개 구를 포함해 모두 16개 자치구이다.
개설 당시에는 홍보가 안돼 하루 이용자가 1∼2명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수요를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주민들의 반응이 좋아지고 있다는 게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통역사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필요한 경우 직접 장애인 가정을 방문해 의료기관이나 법원, 경찰서 방문, 쇼핑 등에 함께 동반하는 등 출장지원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장애인을 위한 서울시의 복지정책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 노원구, 용산구, 강서구 등에 설치돼 있는 장애인심부름센터도 그중 하나.
시각·지체 장애인 위주로 운영되는 심부름센터는 장애인의 외출시 차량이 지원되고 보조원들이 이동을 안내하게 된다. 전화로 예약해야 하며 24시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또 7세미만 영·유아가 있는 청각장애인 부부에게는 청각장애인용 센서기가 무료로 지급되고 있다. 센서기는 영·유아의 움직임을 장애인 부모에게 진동식으로 전달하는 장치로 연차적으로 무료 지급 대상을 더욱 확대하는 등 장애인들이 일상 생활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수화는 언어…배울수록 장애인과 가까워져요


“청각장애인들이 관공서에 볼 일이 있어도 두려움부터 앞서는 게 현실 아닌가요?”
올해로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봉사를 시작한 지 10년째 접어들었다는 엄미영씨(34세, 수화통역사).
종로구청 등 관공서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을 살려 새롭게 개설된 성북구청 수화통역센터로 봉사의 터전을 옮긴 지 일주일째다.
아직은 주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하루 중 이곳을 찾는 주민은 겨우 한두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그래서 그녀는 요즘 청각장애를 지닌 주민들을 찾아 일일히 안내문을 발송하느라 분주하다.
호기심에서 시작한 수화였지만 배우다보니 저절로 장애인들과 친해져 자연스레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길로 들어선 게 그녀에겐 계기라면 계기인 셈.

“수화는 ‘몸짓’이 아니라 청각 장애인들에게는 하나의 ‘언어’입니다. 그들이 언어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최우선이구요.”
일을 하면 할수록 장애인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더욱 절실함을 느끼게 된다는 엄미영씨.

요즘은 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인터넷 메신저 기능을 이용해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어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때문에 실용화되지 않은 화상전화기에 대한 아쉬움도 감출 수 없다.
또 지금보다 더 많은 수화통역센터가 생기고, 시민 누구나 간단한 인사 몇마디 정도 수화로 나눌 수 있다면 장애인에게 따뜻한 힘이 되어 줄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하며 소박하게 웃음지었다.




하이서울뉴스 /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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