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3.07.10. 00:00

수정일 2003.07.10. 00:00

조회 4,655

시민기자 최승희

▷ 여의도에서 일을 마치고 77번 버스를 타고 오다가 명동에서 내렸다. 그 날 따라 명동은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매일 사람들로 가득했던 거리는 이상하게 뜸하고 냉랭했다.
카메라에 들어있는 흑백필름처럼 축축한 아스팔트 위를 일기를 쓰듯 걷는다.


▷ 사람들의 스타일을 존중하는 도심 속에서
외려 나는 사람들의 스타일이 묻혀져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획일적인 패턴들이 강요하는 이미지들은
도시의 곳곳을 똑같은 이미지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것도 어쩌면 생산적인 일들중 하나일지 모른다.



▷ 얼굴 없는 사람들 틈에서,
비상식적인 자아가 대접받는 도심의 한 거리에서
이미지를 쫓는 렌즈는
그렇게 힘이 없어지리 수 밖에 없다.
덩달아 내 이야기는 시작되지도 못하고 끝도 가물가물해진다.
그건 그럭저럭 6월에 끝내겠다고 덤빈 작은 이야기 한 편이
오리무중의 긴 터널로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 세상사는 이야기가 다 같을 수는 없지만,
재미있는 것은 몇가지의 공통점들이 있다는 것 때문이다.
아프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우습고…재밌고 하는 일련의 감정들은 내가 익혀온 것이 아니라,
다들 누구에게서 배운 것들이란 사실이다.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사랑의 기쁨을 어떻게 알 수 있나?
헤어졌을 때 사람들은 왜 상식 이상으로 우울해 할까?
연습 없이도 살 수 있는 세상은
나의 이야기를, 너의 이야기를 그리고 심지어 우리의 이야기를
TV나 영화의 이야기처럼 포장하고
쉽게 감정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래서 도시의 이야기는 언제나 같을 수 밖에 없다.
나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독창적이란 말은 그래서 잔 대가리라는 말로 밖에 나에겐 설명이 안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바쁜 도시, 바쁜 사람들 틈에서 얄궂은 타령만을 해대는 사람들...그게 오늘은 나다.
아침 9시까지 출근하는 갑종 근로자 여러분들은
한달 월급을 당연히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피켓을 들고 다니고 싶은 심정의 지리한 오후,
오늘 하루 내가 느낀 사람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평범하다 못해 식상해진 어떤 노래처럼,
너무나 획일적으로 느껴져, 말 그대로 뻔할 뻔자 그대로였다.
내일, 모레 혹은 언젠가 난 내가 꿈꾸는 이야기를 즐겁게 쓸 수가 있을까? ...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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