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성을 보듬어 주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해요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3.09.26. 00:00

수정일 2003.09.26. 00:00

조회 2,446

‘성 매매’, 현대판 노예제도라고도 하지요

“반복적인 상처에 학습된 무력감으로 자포자기한 삶을 사는 여성들을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느낍니다.” 현대판 노예제도라고도 하는 ‘성 매매’. 인간의 존엄성이 배제된 ‘몸의 상품화’에 일침을 가하는 성신여대 심리학과 채규만 교수. 채교수는 서울시가 성 매매 종사 여성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지난 9월 1일 결성식을 가진 ‘법률 및 의료. 심리 치료 지원단’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법률 및 의료. 심리치료 지원단은 재활지원센터 및 보호시설을 중심으로 성 매매 종사 여성들에게 각종 법률 및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데 법률지원단은 성 매매 종사 여성의 선불금, 채무문제 해결 등에 대한 법률자문, 소송대리 및 무료 변호 등을 담당하여 이 여성들이 실질적으로 성 매매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법적인 문제 해결을 돕는다.
또 의료. 심리 치료지원단은 산부인과 등 성 매매 종사 여성에게 절실한 기초적인 질병치료와 함께 이들 개개인에게 적합한 정신과 및 심리치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응력에 필요한 기초를 다지는 상담활동을 제공한다. 성 매매 종사 여성들의 탈 성 매매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빚 문제와 사회적응능력의 부재이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약한 우리 사회의 구조에서 법률 및 의료 심리 치료 등 체계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 결성식을 가진 지원단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심리치료와 더불어 재활 훈련이 중요한 과제

“생계를 책임지기 위한 생계형, 가정폭력 등의 이유로 가출한 가출형, 성폭행을 당한 후유증 그리고 마약 등 성 매매에 참여하게 되는 동기가 다양하기 때문에 이들을 치료하는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성 매매를 통해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여성이 이에서 벗어날 경우 생계와 관련한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는 생계문제만 해결되면 치료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채교수는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성 매매를 시작한 여성들은 임금착취 및 선불금 형태의 터무니없는 빚으로 인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채무관계에 묶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더욱 성 매매의 현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요. 결국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며 치료와 더불은 재활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성’을 다분히 ‘Sex for sale'로만 생각하는 유형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치료에 대한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상처받은 이에게 심리치료는 필수

채 교수는 25년간 여성을 상대로 상담활동을 했다. 그런데 여성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이 의외로 ‘성’과 관련된 것이었음을 알고 놀랐다고 한다. 특히 성폭행을 당한 여성은 우울증, 불안감 등으로 대인관계를 기피하거나 직장에서나 남자와의 관계에서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이고 그런 상황에서 심리치료는 아예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 “저는 어떤 경우라도 마음의 상처를 받고 그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면 특히 성폭행 등 남에게 알리기 곤란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심리상담을 받으시라고 적극 권하고 싶어요. 상담치료를 받은 이후에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일상에서 삶의 활력을 찾는 사례가 많이 있으니까요.” 이런 성공적인 경우와는 반대로 자신이 상처 입은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치료 자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들에 대한 통계자료 조차 나와 있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피해 여성을 보듬어 주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합니다

“성폭행과 관련하여 우리 국민의 인식 전환이 요구됩니다. 피해자가 오히려 피해 사실을 숨기는 현실에선 건강한 사회를 기대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때문에 강간범을 공개하여 이들을 처벌하려는 공동의 노력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피해 여성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지원해 주려는 사회의 따뜻한 시선이 필요합니다.” ‘성’을 제대로 보는 시각, 즉 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채교수는 이제 막 결성한 심리지원단의 역할이 중요하고 또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음을 재차 강조한다. “우선은 자원 봉사가들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의욕만 가지고 될 일이 아니지요. 둘째로 법률, 의료 .심리 지원팀 모두의 팀웍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항목입니다. 그리고 상담자가 스스로 도움을 받으러 오도록 만드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해요. 다시 말하면 현장 접근이 가능한 경찰이 ‘성 매매’ 여성들을 설득하여 자발적으로 치료에 나서 재활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그런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탈 성 매매 여성들이 심리치료기법을 배운 후 자원봉사 활동가로 움직이는 것도 좋은 안이라고 말하는 채 교수. 그러나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성 매매’ 자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실질적인 구매자인 남성들을 적극 설득하여 성 매매를 근절하려는 노력, 그 역시 지원단에게 주어진 현안 과제일 수도 있다.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이 ‘인지상정’아닐까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지는 못할지언정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나와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고 치부하는 그런 시선은 거두자. 성 매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치료 가능성이 50%나 된다고 하지 않는가 그들을 진심 어린 마음으로 도와주고 격려해 주는 ‘따뜻한 가슴’이 마음의 상처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사회를 만드는 기본이라고 말하는 채교수. 상처도 아픔도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다.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기왕에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 가는 건 어떨까


채규만 교수:
성신여자대학교 심리학과 부교수, 한국정신보건전문요원협회장, 한국여성상담센터 대표이사, 성신여대 부설 심리건강연구소 청소년 및 가족치료센터장, Midwest Career Development Center Staff(시카고), 법률 및 의료. 심리치료 지원단 자문위원

하이서울뉴스 / 권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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