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축기지에서 만난 예술가들 '글로벌 위크'
발행일 2020.10.19. 15:46
코로나19로 인해 문화비축기지는 올해 내내 조용했다. 수많은 문화 행사들이 계획됐지만 대부분 취소됐다. 시민들의 발걸음도 뚝 끊겼다. 하지만 지난 주말, 문화생활을 향유하고픈 시민들의 시선이 문화비축기지로 향했다.
지난 15일, 서울시는 ‘2020 글로벌 위크: 예술가의 공원, 치유의 공원’을 문화비축기지에서 개최했다. 18일까지 4일간 펼쳐진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위축된 문화예술 활동을 촉진시키고 시민들과 소통과 치유의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0 글로벌 위크’가 열린 문화비축기지 ⓒ김진흥
올해로 3회째를 맞는 ‘글로벌 위크’는 공간과 장소적 특성을 살린 국내외 예술가들의 문화예술 협업 프로젝트다. 문화비축기지에서 2018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첫 번째로 실시된 2018년에는 ‘지구협력 네트워크’라는 주제로 한국, 미국, 호주, 캐나다 4개국 5개 팀이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한국, 덴마크, 이탈리아, 멕시코 등 8개국 13개 팀이 참여해 19개 프로그램들을 다루었다.
국내에 거주한 3개국 기획, 예술가들이 모여 ‘2020 글로벌 위크’를 꾸몄다. ⓒ김진흥
올해는 한국, 미국, 뉴질랜드 등 3개국 예술가들이 무대를 꾸몄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에 거주하는 기획자, 예술가들로 한정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들은 ‘예술가의 공원, 치유의 공원’이라는 주제로 전시 9개, 공연 3개, 워크숍 2개의 콘텐츠를 준비했다. 어느 때보다 예술 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현재, 여러 예술가와 기획자들은 시민과의 자유로운 소통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작품에 담았다.
김이박의 작품 ‘그동안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김진흥
전시는 문화비축기지 입구에서부터 진행됐다. 김이박의 ‘그동안 정말 고생하셨습니다’는 화환용 리본으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었다. 작가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코로나 블루’로 집단적 우울감이 만연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시민들을 잠시나마 위로하고자 제작됐다. 화환 리본을 이용해 시민들을 위로하고 축하해주는 문구들을 기록하고 그 리본들을 배너와 대형 현수막 형식으로 연출했다”고 말했다.
이안 존 허친슨의 작품 ‘중고소리가게’ ⓒ김진흥
문화비축기지 T2에는 여러 소리들이 크게 들렸다. 뉴질랜드 작가 이안 존 허친슨의 ‘중고소리가게’가 선보인 작품으로, 작가는 15년 동안 추적한 소리들을 사운드 콜라주로 여러 사진들과 함께 소개했다. 사운드 콜라주란 이미 녹음된 노래를 포함한 작곡과 소리를 콜라주를 통해 만들어 낸 기술이다.
문화비축기지 T2 외관과 T3 앞 야외 잔디에는 기존에 없었던 물건들이 비치됐다. 의자 등 여러 철제 조형물들이었다. 연진영의 ‘모순되어진 아름다움’은 볼트와 너트 없이 용접으로 조형된 작품들을 통해 결핍된 아름다움을 전했다.
연진영의 ‘모순되어진 아름다움’ 작품 ⓒ김진흥
이외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전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최예린 작가의 ‘말하는 신발’, 제주 4.3 사건 이후 버려진 마을을 촬영하며 아픈 역사의 치유를 표현한 욜란타 시우(미국) 작가의 사진 연작 ‘산 위로 솟구치는 연기’ 등 여러 작품들을 문화비축기지 곳곳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문화비축기지로 산책을 나온 한 시민은 “문화행사가 있는 줄 몰랐다. 산책하면서 가볍게 관람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17일에는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워크숍 성격과 다르다. 체험 프로그램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T1에서 진행된 동그램 팀의 ‘마음 사이에 반딧불이 찾기’는 전시작품의 연계 워크숍이다. 문화비축기지 블로그를 통해 총 3회차 최대 10인까지 신청을 받아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문화비축기지 여러 곳을 촬영한 이미지 위에 어둠 속에서 빛나는 축광물감을 활용한 그림 체험을 경험할 수 있었다.
워크숍 프로그램이 진행된 T1 파빌리온 ⓒ김진흥
코로나19로 인해 문화비축기지 내 카페는 휴관 중이다. ⓒ김진흥
행사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3개 공연이 열렸다. 문화비축기지 T2 야외 무대에서 진행된 이번 공연들은 이안 존 허친슨 ‘중고소리가게 X 공공콘센트’, 김현대 ‘하얗게 피어오르며’, 조율 ‘탱크’가 펼쳐졌다. 코로나19로 현장접수 80명까지 받아 진행됐으며, 기존 전시가 퍼포먼스로 변모해 새로운 매력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2020 글로벌 위크’를 관람하러 온 시민들 ⓒ김진흥
‘2020 글로벌 위크’ 행사가 끝난 후에도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영상들이 공개될 예정이다. 참여 작가들의 작품 제작과정과 인터뷰, 개별 작품의 스케치를 담은 영상들이 문화비축기지 공식 유튜브 채널 ‘B축TV’를 통해 12월 이후 게재된다.
남길순 서부공원녹지사업소장은 “2020 글로벌 위크를 통해 문화비축기지가 문화예술계와 시민 모두에게 예술을 통한 치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원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2020 글로벌 위크 홈페이지 : https://mailchi.mp/cb0357e39f5a/1pgxlx10d0
■ 문화비축기지 : 공원 24시간 개방, 탱크는 휴관중 , 블로그 : https://blog.naver.com/culturet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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