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로 시대 연다" 한 발 가까워진 간선도로 지하화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0.09.15. 15:10

수정일 2020.12.28. 15:38

조회 24,367

서부간선지하도로 광명대교 조감도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172) 주요 간선도로 지하화로 입체도시 개발

도시 안에서 철도가 지하로 달리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것이 바로 지하철이다. 그런데 도로는 항상 지상으로 달린다. 심지어 내부순환로 같이 고가로 달려서 지상에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한다. 그래서 대안으로 등장한 게 지하도로다.

도로를 지하에 넣으면 장점이 많다. 우선 지하 공간은 방음성이 있으므로 소음 공해를 막을 수 있다. 또한 지상에 비해 지하는 용지 취득이 쉬우며, 심도가 깊으면 장애물이 줄어들어 직선 도로도 만들 수 있다. 철도에 비해 도로는 비바람이나 눈 같은 악기상에 취약한데, 지하도로는 이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서부간선지하도로 지도상 노선도

이에 따라 현재 서울시는 본격적인 장거리 지하도로 사업들을 여러 개 시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서부간선지하도로(왕복 4차로, 10.33km, 내년 개통)다. 

서울시에는 강이나 하천을 따라 지어진 고속화도로들이 많다. 아무래도 건물이 없다보니 공사가 쉽기 때문이다. 또한 수운(水運)이 발달되었던 과거를 생각해보면 결국 강이나 하천이 주요 교통축인 것도 이유이다. 이중에서도 안양천을 따라 지어진 서부간선도로는 서울시의 초기 발전축인 경인, 경수축에 접해있는데다가 서해안 고속도로가 합류하는 병목 구간이다 보니 극심한 혼잡으로 악명이 높다.

그래서 서울시에서는 금천IC부터 성산대교 남단까지 현행 서부간선도로의 깊은 지하에 추가 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최대 심도는 80m나 된다. 민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 도로가 지어지면, 차선이 추가로 늘어나는 효과가 생기고 정체 완화도 기대된다. 아울러 북쪽 끝에서는 월드컵대교, 남쪽 끝에서는 강남도시순환도로와 연결되어 내부순환로와 함께 서울시를 둘러싸는 순환선 역할도 하게 된다.

한편 현재의 지상 서부간선도로가 신호등이 없는 고속화도로이다 보니 입출구가 제한되어 있어서 지역분단과 주변 슬럼화를 유발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지하 서부간선도로가 지어지면 지상 구간은 신호등 교차로를 갖춘 일반도로로 바뀌어 지역주민들의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제물포터널 신월동시점부 모습

서울시가 추진하는 또 다른 장거리 지하도로는 서울제물포터널(왕복 4차로, 7.53km, 내년 개통)이다. 신월IC부터 여의도에 이르는 이 구간에는 현재 몇몇 지하차도와 반지하 구간이 있어 경인고속도로와 여의도를 이어주고는 있으나, 원활한 교통흐름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에 따라 이곳에 50m에 이르는 지하도로를 건설하여 지상과의 교통을 완전히 분리하여 차량이 원활하게 달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이 사업이다. 특히 서울쪽 출구는 올림픽대로 잠실 방향과 여의대로 마포대교 방면으로 갈라져 있어서, 강북과 강남 어느 쪽으로든 편리한 이동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다.

서울제물포터널 종평면도

아울러 제물포터널의 상부에는 서측에 저심도 지하차도를 추가로 만들고 지상에 공원과 자전거도로 등이 포함된 친환경공간을 확보하는 등 제물포터널과의 역할분담을 할 수 있는‘국회대로 지하차도’사업도 시행되고 있다. 이와 같이 장거리 지하도로는 도로 추가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상 공간도 개선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국회대로 지하차도 사업구간

마지막으로 소개할 것은 신림-봉천터널(왕복 4차로, 5.58km, 2023년 개통)이다. 서울 서남부의 도시고속도로로서 교통혁명을 가져온 강남순환도로는 서울대입구에 나들목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남부순환로가 있는 신림역까지 나오려면 도림천을 따라 S자로 구성된 신림로를 이용해야 했기에 불편이 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림-봉천터널이 건설 중이다. 이 지하도로는 강남순환도로 관악IC와 사당IC사이 터널 중간에서 갈라져서 도림천 하부와 건우봉을 관통하여 남부순환로에서 지상으로 나와 합류한다.

김포공항과 강남을 빠르게 이어주는 남부순환로는 1978년 개통된 역사가 긴 도로다. 그러나 지금은 도로 주변의 개발로 간선도로 기능을 많이 잃어버린 상태다. 하지만 신림-봉천터널이 개통되면 혼잡이 심한 신림역 동쪽 구간의 남부순환로 대신 새롭게 지어진 강남순환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되어, 강서와 강남의 빠른 연결이 가능해진다. 신림로의 단순 통과 교통량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신림-봉천터널 사업구간

물론 지하도로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명, 환기 등을 위해 추가 시설비와 운영비가 필요하고 특히 지하수 때문에 배수에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환기구와 진출입로 등 지하도로 특유의 시설에 대해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무엇보다 지하 공간은 대피가 힘든 만큼 철저한 방재대책이 필수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지하도로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가고 있다. 일단 지상에 더 이상 도로를 지을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지하도로 건설이라는 어려움만 극복하면 교통체증 개선, 기존 지상도로의 친환경화 등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입체적인 공간 개발은 고밀도 도시가 나아가야할 기본 방향이기도 하다. 

또 하나 기대되는 것은 자율주행 시대에 지하도로의 역할이다. 지하도로는 온도와 습도, 밝기와 모양이 일정하며 외부에서 불필요한 전파(電波)가 들어오지도 않는다. 또한 지하도로 특성상 승용차 위주로 운행 차량이 표준화되어 있으며, 교차로와 횡단보도도 없다. 따라서 GPS 신호만 보완한다면, 지하도로는 자율주행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 될 수 있다. 특히 자율주행이 안전운행을 보조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다.

☞[관련기사] 지하에서도 끊기지 않는 GPS 본격 시작

이렇듯 교통난 해소와 지상 공간 개선을 통해 서울을 한층 더 발전된 도시로 만들어줄 서울의 장거리 지하도로들이 많이 기대된다.

※칼럼에서 소개된 사업들은 추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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