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선에도 9호선처럼 급행열차 운행될까?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0.06.23. 14:50

수정일 2020.12.28. 15:43

조회 17,436

9호선 급행열차

급행열차를 운행하고 있는 9호선 ⓒ뉴스1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166) 4호선 급행화에 대한 사전타당성조사 착수  

1974년 첫 개통된 서울지하철은 서울과 수도권, 더 나아가 우리나라를 지금까지 발전시켜온 일등공신이다. 

그러한 서울지하철의 21세기 가장 큰 성과라면 9호선 급행열차를 들 수 있다. 2009년 첫 개통된 9호선은 개통 당시부터 급행열차를 운행했다. 김포공항과 강남을 30분 만에 연결하는 빠른 속도 덕분에 서울지하철 이용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물론 9호선 개통 전에도 수도권 전철에 급행열차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경인선처럼 복복선(선로 4가닥)이 없으면 급행열차를 운행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퍼져있었다. 

하지만 9호선은 '복선+일부역 대피선' 방식으로 급행열차를 성공적으로 운행시킴으로써, 복복선이 없어도 급행열차를 상시 운행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에 따라 안산선, 분당선, 수인선 등 타 수도권 전철에서도 복복선 없이 운행하는 급행열차가 본격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9호선 급행열차가 주목받자, 서울지하철의 다른 노선에도 급행열차를 운행해 달라는 요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서울시 입장에서도 빠른 지하철은 자가용의 수요를 흡수하여 교통 혼잡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에 검토가 시작되었다.

우선 여건이 좋은 지하철 6호선에 도입이 검토되었고, 작년 초에는 서울시가 제2차 서울시 도시철도망구축계획(안)을 발표하면서 드디어 4호선 급행화 추진을 공식화하기에 이르렀다.

(관련 이전 기사 보기)
☞ 6호선 급행열차 도입, 실현될까?
☞ ‘지역균형발전’ 강북횡단선 등 서울도시철도 10개 확충 

그리고 이번 달 초에는 4호선 급행화에 대한 사전타당성조사 용역이 발주되어 낙찰자가 선정되었다.
☞  4호선 급행화 관련 사전타당서 조사 용역 공고 

급행열차 운행 원리

급행열차 운행 원리 ⓒ서울시메트로9호선

서울지하철 4호선 급행화에서 주목할 것은, 일부 역에 대피선을 추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피선이란 기존 선로 안쪽이나 바깥쪽에 설치된 추가의 선로를 말한다. 급행열차는 이 같은 추가 선로를 이용하여, 늦게 도착 후 먼저 출발하거나 아예 통과하는 방식으로 앞서가던 완행을 추월하게 된다.

그런데 9호선은 개통 전에 대피선을 지었기에 공사가 쉬웠지만, 4호선은 열차가 운행 중인 상태에서 지어야 하므로 공사가 훨씬 까다롭다. 더구나 역 주변 토목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대피선 추가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

현재 서울시는 4호선(31.1km)에 2개역을 짓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9호선(40.6km)의 10개(시종착역 제외)의 비하면 크게 적은 것이다. 처음부터 급행열차 운행을 준비한 노선에 비해 중간에 새로 급행열차를 운행하는 노선의 한계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4호선의 대피선은 쌍문-충무로 사이에 1개역, 충무로-사당 사이에 1개역에 추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승역은 환승통로 때문에 설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주변에 건물이 밀집해 있는 곳도 공사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기존역 승강장 바깥으로 대피선을 추가한 사례

기존역 승강장 바깥으로 대피선을 추가한 사례 ⓒ서울시

두 번째 살펴볼 것은 급행정차역의 선정이다. 이 부분은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의 영향을 받기 쉬워 사업 추진의 난관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사람들이 자기 집 앞에 급행열차가 정차하면 집값이 올라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역 저 역에 다 정차하면 더 이상 급행이 아니게 된다.

따라서 4호선 급행화 추진 시 급행열차의 정차역은 데이터에 기반하여 공정하게 선정될 필요가 있다. 우선 중요한 것은 그 역의 이용 인원이다. 이는 그 역의 개집표기를 들어오고 나간 승하차 인원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서울지하철 4호선 각역의 일평균 승하차수는 다음과 같다.
☞ 2019년 서울교통공사(1~9호선) 수송실적 

■ 2019년 서울지하철 4호선 일평균 승하차수


4호선 각 역 일평균 승하차수
당고개 26,310
상계 40,240
노원(4) 47,636
창동 60,574
쌍문 62,213
수유 76,233
미아 33,371
미아사거리 60,129
길음 46,244
성신여대입구 48,183
한성대입구 32,383
혜화 85,288
동대문(4) 49,626
동대문역사문화공원(4) 43,748
충무로(4) 63,611
명동 80,040
회현 62,950
서울역(4) 37,210
숙대입구 32,465
삼각지(4) 10,822
신용산 33,699
이촌 20,074
동작 6,485
총신대입구(이수) 45,595
사당(4) 56,033
남태령 2,872

승하차 인원의 맹점은 환승역이다. 환승역에는 노선별로 개집표기가 여러 개 있다. 예를 들어 사당역의 2호선 대합실 개찰구로 들어간 후, 환승통로를 통해 4호선 승강장으로 이동하여 4호선 열차를 타는 승객은 4호선 사당역 승하차 인원으로 집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아예 역 밖으로 나오지 않고 환승만 하는 승객 인원도 승하차 집계에서는 누락된다는 점이다. 개집표기에서 카드를 찍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역의 이용 실적을 판단할 때, 환승역에 대해서는 좀 더 가중치를 줄 필요가 있다.

서울교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4호선 소속 환승역의 환승인원수는 다음과 같다.
☞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환승역 환승인원 정보(2015년 기준, 우이신설선 개통 전이라 성신여대입구역 없음)

■ 4호선 환승역 환승인원수(2015년 기준)


역명 일평균 환승 인원수(평일)
노원 43,481
창동 67,237
동대문 84,041
동대문역사문화공원 226,623
충무로 122,861
서울역 132,513
삼각지 83,197
이촌 43,193
동작 51,328
총신대입구(이수) 106,040
사당 239,386

이와 같이 4호선의 급행정차역은 각 역 승하차 인원수와 환승역의 타 노선 개찰구 승하차수, 환승만 하는 승객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완행정차역과 급행정차역의 비율이 주목된다. 현재 4호선은 서울 도심을 관통하는 노선이라 이용 승객이 많으니 급행열차가 통과할 만한 역이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급행열차는 사람이 많다고 무조건 정차하는 게 아니라 완행열차보다 일정 비율로 적게 정차하는 것이다.

즉 승하차 인원과 환승 인원을 고려하여 이용객이 많은 상위 몇 개 역에만 정차하여, 정차역:통과역 비율만 맞춰주면 되는 것이다. 참고로 현재 9호선의 전체역 대비 급행정차역의 비율은 2.38로서(38개 중 16개역 정차), 2~3개역 운행시 1번씩 정차하는 수준이다. 4호선에 이를 적용한다면, 26개역 중 11개역 정차가 되며, 이는 우연찮게도 환승역 개수 12개와 거의 같다.

물론 환승역이 아니면서도 많은 승객이 이용하는 혜화역이나 명동역도 있고, 동작역은 환승역이면서도 승하차 및 환승 인원이 적은 만큼 환승역이라고 무조건 정차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수유역은 의정부 방면에서 오는 경기도 버스의 주요 환승지점인 만큼, 급행역 선정에는 타 교통수단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더구나 급행역으로 선정되면 그것 자체가 지하철 수요를 늘리므로 이런 효과까지 감안해야 한다. 특히 이 같은 효과는 역세권 상황에 따라 역마다 다를 수 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수요증가 효과가 높은 역에 급행을 정차시키는 게 합리적이다.

요컨대 급행열차의 정차역 선정은 도시와 교통의 모든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거의 예술의 영역인 셈이다. 따라서 핌피에 휘둘린다면 좋은 ‘예술 작품’이 나올 수 없을 것임은 자명하다.  


4호선의 급행화가 이루어진다면 9호선과 4호선 십자형 급행지하철망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4호선의 급행화가 이루어진다면 9호선과 4호선 십자형 급행지하철망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교통공사

4호선의 급행화가 이루어진다면, 9호선과 4호선이 서울을 열십(十)자로 교차하는 급행 지하철망이 구축될 것이다. 여기에 서울을 역삼각형(▽) 모양으로 관통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B,C선까지 합세하면 서울지하철에도 본격적인 급행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서울지하철 첫 개통 50년 만에 새로운 진화가 시작되는 셈이다.

서울지하철의 경쟁력 강화와 시민의 편의를 위해서 4호선 급행화 사업은 중요한 사업이다. 지하철 운영사 입장에서도 급행 도입으로 표정속도(정차역까지 고려한 속도)가 높아지면, 열차 회전율이 높아지면서 차량소요, 인건비, 동력비 등이 줄어드는 원가 절감의 효과가 있다.

앞으로 서울시의 적극적인 추진과 시민들의 관심이 어우러져, 9호선 이후 또 한 번의 지하철 급행열차 혁명이 4호선에서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 본고에 소개된 4호선 급행화 사업계획은 추후 변경될 수 있음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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