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선 급행열차 도입, 실현될까?

시민기자 한우진

Visit3,011 Date2017.06.20 10:50

지하철 9호선 급행열차가 운행 중인 당산역ⓒ뉴시스

지하철 9호선 급행열차가 운행 중인 당산역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87) 문재인 정부 공약 서울지하철 급행화

2009년 개통 후 골드라인이라고도 불리며 많은 승객이 이용하는 지하철 9호선. 9호선 인기의 원인은 김포공항과 여의도, 강남 등 핵심지역을 지나는 노선에도 있지만, 무엇보다 급행열차가 운행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종합운동장에서 김포공항까지 완행열차는 66분이 걸리지만, 급행열차는 39분이면 된다. 무려 40%의 시간 단축 효과가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승객이 급행열차에 집중되고 혼잡도가 크게 높아지는데도, 승객들은 급행열차를 포기하지 않는다. 심지어 급행열차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같은 구간에 무료버스까지 운행했지만(2015년) 역시 승객 분산은 미미했다. 통행시간 단축이라는 게 승객에게 얼마나 높은 가치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다 보니 타 노선에도 급행열차가 운행되면 좋겠다는 시민들이 늘어났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도 포함되었다. (2017.4.16. ‘출퇴근은 편하게, 교통비는 가볍게 교통공약’ 발표) 대상 노선으로는 급행열차가 없거나 적은 수도권 광역전철 노선들이 언급된 가운데, 서울지하철로는 6호선이 들어있어 주목되었다.

사실 지하철 6호선 급행열차는 대선공약에 포함되기 전인 2013년부터 서울도시철도공사(현 서울교통공사)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손잡고 연구, 시험하고 있었다. 승객이 없는 심야에 급행열차 시험운행도 하는 등, 실현 가능성에 대해 나름대로 진지하게 검토했었다. 하지만 아직도 구체적인 시행 계획은 나오지 않았는데, 이는 급행열차 운행이 그만큼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현 서울교통공사)에서 검토 중인 6호선 급행운행안(급행시행 여부 및 정차역 등 구체적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음)ⓒ2016년 시의회 업무보고

서울도시철도공사(현 서울교통공사)에서 검토 중인 6호선 급행운행안(급행시행 여부 및 정차역 등 구체적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음)

지하철 급행열차 기본 원리는 ‘추월과 대피’다. 정차역이 적은 급행열차는 필연적으로 앞에 가는 완행열차를 따라잡게 된다. 그러면 완행열차는 역에 추가로 설치된 대피선에서 기다리고 있고, 후속 급행열차는 그 역에 정차한 후 먼저 출발하거나 아예 통과하는 방식으로 완행열차를 추월한다. 따라서 급행열차를 운영하려면 적절한 위치에 대피선이 꼭 설치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지하철에는 9호선을 제외하면 대피선이 없다. 건설 당시에 급행열차를 운행할 계획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6호선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부 역이나 터널 중간에 설치된 여분의 선로를 개량하여 대피선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시설의 제약으로 급행열차를 충분히 운행하기가 어렵다.

9호선 급행열차의 장점은 완행과 급행이 1:1로 운행된다는 것이다. 이 방식은 완행역 승객과 급행열차 이용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최적 방식이다. 급행비정차역 승객은 급행열차 하나만 보내면 완행열차를 탈 수 있고, 다음 급행정차역에서 후속 급행열차로 바로 갈아탈 수 있다. 급행열차 승객도 완행열차 하나만 거르면 급행열차를 바로 탈 수 있어서 급행을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시설이 부족해 급행의 비율이 점점 줄어들면 양쪽 모두 불편해진다. 급행비정차역 승객은 자기 역에 정차하는 열차의 비율이 늘어 대기시간은 줄어들지만, 대신 급행열차로 갈아타려면 더 먼 역까지 가야 한다. 급행열차를 타려는 승객도 급행열차를 한번 놓치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어느 쪽이든 급행이 급행답지 못하게 되고, 승객은 급행의 혜택을 보기 힘들어진다. 더 심해지면 급행열차 운행이 유명무실해진다. 급기야는 시각표를 미리 확인하고 타야하는 급행열차가 되어 버리는데, 최소한으로 기다리고 언제든 바로 열차를 탈 수 있는 게 장점인 지하철에서 이는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이처럼 9호선처럼 미리 준비하고 지은 노선이 아닌 경우, 급행열차를 1:1로 운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급행의 효과가 줄어든다는 점이 문제다.

6호선처럼 여분의 시설도 없는 타 노선들은 대피선을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데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상부에 건물이 있거나 토목 구조가 복잡한 경우 건설이 불가능할 수 있으며, 가능하다고 해도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안전 확보를 위해 기존 열차 운행을 중단할 수도 없으므로 진퇴양난이다.

급행열차를 타려는 시민들로 혼잡도가 높은 9호선 ⓒnews1

급행열차를 타려는 시민들로 혼잡도가 높은 9호선

따라서 서울시가 기존 노선에 급행열차를 운행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면, 강인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한다. 지하철 회사 사장 수준이 아니라, 시장이 직접 관심을 갖고 역점사업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는 새 노선 건설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급행열차 정차역 선정부터 온갖 핌피(PIMFY)의 발생으로 난관이 예상되며, 건설과 운영, 안내체계 수립, 급행열차 운행에 맞춘 버스노선 변경 등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을 것이다. 특히 급행열차 운행의 핵심은 열차운행을 제어하는 신호체계의 변경인데 이들 시스템이 대부분 외산이라 상당한 비용이 드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이런 시점에서 대통령 공약에 지하철 급행화가 포함된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국비 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지하철 시설은 점차 노후되고 있으며 내진보강 등도 필요한데, 이러한 공사에 맞추어 대피선을 추가한다면 명분과 실속을 함께 챙기는 일이 된다.

선진 외국 도시들은 지하철에 급행열차를 잘 운영하여 승객 시간을 절약하고 자가용 수요를 흡수해 교통난까지 해소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현재 서울지하철은 통합 지하철공사인 서울교통공사 출범으로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그리고 정부와 유관기관이 협력하여 서울지하철 급행화를 이뤄낸다면 이는 서울 대중교통 새로운 혁신과 질적 향상의 사례가 될 수 있다.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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