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창고'에서 도란도란 책 이야기 나눠볼까?

시민기자 민정기

발행일 2020.01.10. 12:36

수정일 2020.01.10. 15:50

조회 1,894

서울 중구 서쪽에 자리한 중림동은 서울역과 충정로역 뒤쪽으로 주요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최근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된 이곳은 주변 명소와 함께 문화예술 거리로 각광받고 있으며, 좁은 골목들 사이 옛 서울의 모습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어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풍경이 인상적인 곳이기도 하다.

중림창고 모습 ©민정기

그리고 최근 중림동 언덕길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던 ‘중림창고’가 새롭게 변신을 완료했다. 40여 년 전 불법으로 지어진 창고였던 곳을 서울시가 서울시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CRC)과 어반스페이스오디세이(USO)와 함께 ‘서울로 7017 주변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앵커시설 중 하나로 리뉴얼하였다. 앵커시설이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주민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을 말한다. 중림창고는 지역주민이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장소이면서, 주민 공동이용 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얼마 전 복합문화시설로 탈바꿈한 중림창고가 중림동 일대에 어떤 바람을 일으키는지 직접 느끼고 왔다.

중림창고 중앙에서 좌측을 바라본 모습 ©민정기

중림창고에 도착하면 ‘URBAN SPACE ODYSSEY(USO, 어반스페이스오디세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어반스페이스오디세이’는 서울시 홍보대사이자 ‘아레나’의 박지호 전 편집장이 창립한 콘텐츠 기업이다. 도시(Urban)를 기반으로 공간(Space)을 캔버스삼아 각종 콘텐츠를 여행(Odyssey)한다는 의미를 가졌으며, 개관과 함께 중림창고에 입주했다. 건물은 지상 2층부터 지하 1층까지 있으며, 주요 공간으로는 ‘심야살롱’, ‘도시서점’, ‘SPACE A·B·C·D’가 있다.


심야살롱 내부와 책을 읽고 있는 시민의 모습 ©민정기

건물 중앙을 기준으로 좌측에는 ‘심야살롱’이라는 공간이 있다. 벽면에 있는 책장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의자들이 따뜻한 빛과 어우러져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낮에는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쓰이며, 밤에는 박지호 대표가 주최하는 ‘심야살롱’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아늑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심야살롱 내부의 모습 ©민정기

심야살롱은 책 뿐만 아니라 컬쳐, 디자인, 브랜드 등 다양한 테마를 함께 나누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식, 취향, 라이프스타일 등을 공감각적으로 펼쳐 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신청은 박지호 대표의 심야살롱 인스타그램 계정(@sleeplessseoul)을 통해 가능하다.

도시서점의 모습 ©민정기

건물 우측에는 ‘도시서점’이 운영되고 있다. 도시서점은 현대적인 감성을 추구하며 도시인들의 미의식을 자극하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공간이다. 이곳에는 서울을 주제로 하는 매거진과 책, 굿즈 제품들이 있으며, 차후에도 콘텐츠를 접목한 다양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서가에는 서울의 목욕탕을 주제로 한 색다른 매거진도 만날 수 있으며, 냉장고에는 병에 담긴 서울우유가 생소하지만 신선한 느낌을 준다.

Space C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공간 디렉터 최고요의 '고요의 방' ©민정기

도시서점 입구에 위치한 계단을 따라가다 보면 ‘Space C’에서 전시되고 있는 ‘고요의 방’을 만날 수 있다. 공간 디렉터 최고요의 작품으로, 1인 가구의 집을 테마로 그녀가 처음 자신만의 독립된 공간을 꾸몄을 당시의 모습을 발전된 형태로 재현했다고 한다.

고요의 방에 있는 방명록과 아기자기한 소품들 ©민정기

갑작스럽게 만나는 침대가 어색하지만, 재밌는 느낌을 주었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소품에서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책상에는 방명록을 쓸 수 있는 노트도 구비되어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그 끝에서 만날 수 있는 Space D의 '서울의 사계' ©민정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끝에는 ‘Space D’의 ‘서울의 사계’가 반겨준다. 1평 규모의 공간에는 서울의 사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작은 정원이 있다. 정원에는 11월부터 3월까지 서울의 겨울을 견디는 ‘가는잎 조팝나무’와 ‘낙상홍’이 심어져 있다. 두 종류의 나무는 서울의 겨울을 견뎌내고, 3월이 되면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고 한다.

Space B에 전시되고 있는 웜스튜디오의 '레거시 오프 탐라, 제주에서 코펜하겐, 그리고 서울로' ©민정기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복도를 지나면 ‘Space B’에 전시되고 있는 ‘레거시 오브 탐라, 제주에서 코펜하겐, 그리고 서울로’를 볼 수 있다. 웜 스튜디오가 2019년 11월 초 코펜하겐의 디자인에 영감을 받아 한국적인 소재와 발상으로 제작한 디자인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제주의 토속 소재’를 테마로 세계적인 디자인 그룹 ‘프라마’와 함께한 작품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전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현무암과 나무로 만들어진 오브제를 만날 수 있다.


Space A에 전시되어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기마늘의 '외로움의 방' ©민정기

Space A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 기마늘의 영상전시 작품인 ‘외로움의 방’ 상영되고 있었다. 작가가 바라본 중림동 일대의 밤 풍경이 세로형 일러스트 영상으로 펼쳐지며, 영상과 어울리는 음악과 함께 잠시 동안 온전히 자신만의 생각을 하며, 일상의 환기를 유도한다. Space A의 양 끝은 영상전시로 인해 암막커튼이 쳐져 있다. 암막커튼을 걷으면 양 끝이 큰 창으로 트인 밝은 공간이 된다. 빛을 조절하여 공간의 느낌을 변화시키는 의도가 담겨져 있으며 빛에 따라 다양한 전시가 가능한 공간이다.

2층에 복도를 통해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가면 보이는 1층의 모습, 다양한 공간변화가 인상적이다 ©민정기

공간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인상깊었던 점은 새로 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중림창고의 흔적들을 쉽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 중림창고는 가파른 언덕 위에 지어졌기에 창고 내부의 층고가 다양했다고 한다. 새로 지어진 중림창고에도 이러한 지형적 이야기를 살려 다양한 층고 차이를 주었고, 덕분에 공간의 재미와 함께 길을 산책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새롭게 연 ‘중림창고’에서는 공간과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깊이 있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래된 동네였기에, 이곳이 들어오면서 거리가 정돈되고 밝아져서 주민들의 반응은 좋다. 지속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유입되어 거리가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기대감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중림창고’는 지역상생을 위한 공간이기에 커피를 팔지 않는다고 한다. 중림창고에서 따뜻한 공간을 즐긴 후, 근처에 위치한 카페에 가서 따뜻한 커피 한 잔까지 마신다면 추운 겨울, 서로의 마음이 조금은 더 따뜻해질 수 있을 것이다.

■ 중림창고
-위치 : 중구 중림동 441-1
-프로그램 : 책의 저자를 초청해 토크하는 ‘심야살롱' 운영
-인스타그램 : @sleepless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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